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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삼성 ‘D램 난세’에도 거뜬
[머니] 삼성 ‘D램 난세’에도 거뜬
  • 우동제(현대증권)
  • 승인 2001.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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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보유수준 높고 인텔효과 등 경쟁우위… 4분기 벌어질 가격전쟁 대비 태세
국내 반도체업체가 주력하고 있는 제품은 주로 D램이다.
전세계 D램 시장 규모는 95년 당시만 해도 400억달러를 상회하기도 했지만 96년부터 연속 3년간 침체기를 겪으면서 98년도 시장 규모는 불과 150억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따라서 90년 후반 대부분의 업체들은 급격한 매출액 감소와 함께 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체들 사이에 생존여부가 자연스럽게 결정되어 현재는 삼성과 하이닉스반도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인피니언, NEC, 히타치, 도시바 등 상위 7개 업체들이 나름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D램 시장 규모는 다시 300억달러까지 크게 증가했으나 올해는 경기침체로 99년 수준인 200억달러로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대부분의 반도체업체들은 D램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과거와는 달리 이번 반도체 가격 하락은 그 폭이 매우 커서 업체들의 생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96년에는 반도체 가격이 연일 하락해도 업체들은 자신만만했다.
당시에는 반도체 수요 전망이 밝아서 공급과잉 문제만 해결되면 호황이 올 것으로 믿었다.
이러한 자신감은 과다한 설비증설로 나타났으며 결국 PC 보급이 급속히 확대했는데도 D램 경기는 침체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D램 수요 줄어 생존경쟁 불가피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다르다.
D램 가격 하락 또는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공급이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들도 이러한 사실을 직시하고 있는 듯하다.
보수적 설비투자로 투자리 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현금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주사위는 던져졌고 생존 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난에 인심이 흉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반도체 경기 침체가 또다시 업체들을 약육강식의 치열한 생존경쟁 상황으로 몰고 갈 듯하다.
일단 삼성전자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인피니언이 선봉에 서 있고 하이닉스반도체와 NEC, 히타치, 도시바는 영토 지키기에 나섰고, 나머지 중하위권인 대만업체들은 독자 생존보다는 대국 밑에서 위성국가로 남기를 원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해 같은 경기호황 때는 소국이 대국을 넘보는 대담성이 돋보였다.
예를들면 대만업체들은 ‘상위권 업체들보다 빠른 기술도입’이라는 경쟁무기를 개발했다.
2002년 말까지 첨단설비를 도입해 미세공정 기술을 0.15마이크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규 라인 부지를 선정했고 2000년 4분기에는 대부분의 대만업체들이 0.173마이크론 미세공정 기술을 적용하는데 성공했다.
삼성의 주력 미세공정 기술이 0.17~0.18마이크론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꽤나 공격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부터 반도체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대만업체들은 바로 적자를 기록했으며 자금고갈 현상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결국 설비 증설을 몇년 뒤로 미뤄야 하는 상황이 되자 자체 상표보다는 주문자 상표 부착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특히 자금과 기술을 지원하는 대국의 우산 아래에서 보호받기를 원하게 됐다.
윈본드는 도시바에, 프로모스는 인피니언의 그늘에서 제휴선을 지원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위권업체들은 영토 지키기에 나섰다.
하이닉스의 경우 전쟁을 일으킬 겨를이 없다.
일단 기근을 방지하는 게 우선이다.
지난 4월을 고비로 5월 현재, 일단 금융 관련 위기는 모면했다.
이제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 앞으로 닥칠 전쟁에 대비할 때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세계 정상 수준의 기존 생산라인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시장 전망이 불확실하다.
일본업체들 역시 약삭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업체들은 점차 D램에서 손을 떼면서도 실속은 챙기고 위험은 분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즉 일본의 양대 반도체업체인 NEC와 히타치가 메모리 분야를 합병해 엘피다라는 합작법인을 만들고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공격보다는 방어에 주력하는 전략이 예상된다.
그러나 도시바는 좀 다르다.
어떻게 보면 삼성과 비슷한 면이 있다.
즉 램버스에 주력한다든지 아니면 양보다는 질에 승부를 건 전략이 그러하다.
일단 대만의 윈본드와 전략적으로 제휴해 생산단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에 사용되는 램버스 등 고부가제품에 주력하면서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D램 시장의 리더 자리를 넘보기에는 그 규모가 작아 보인다.
따라서 이들 업체들은 나름대로 자기 영역을 지킬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겠지만 선봉업체들의 공략에 어느 정도의 영토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선봉을 자처하는 3인방들을 살펴보자. 일단 삼성과 전면전을 원하는 업체는 거의 없어 보인다.
생산수량으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미국 마이크론도 삼성과 정면대결은 피하려 한다.
마이크론은 주로 현금장사가 되는 구세대 제품에 주력했고 실제로 이를 기반으로 성장했으며, 초기 진입 비용이 높은 램버스보다는 진입장벽이 낮은 디디알을 택했다.
아직은 램버스를 기반으로 성장세를 추구하는 삼성과 직접적으로 대적하지는 않지만 올 4분기부터는 큰 격돌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램버스는 성능에 강점이 있는 반면 원가부담으로 디디알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단기적으로는 펜티엄4가 램버스만을 기반으로 가동되기 때문에 램버스 중심의 성장전략을 펼치는 삼성이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디디알을 기반으로 하는 펜티엄4가 출시되는 올해 말경에는 성능을 우위로 하는 램버스와 가격을 무기로 하는 디디알의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피니언은 마이크론과 좀 다른 전략으로 삼성과 전면전을 펴는 양상이다.
이에 삼성이 버거워하는 눈치가 역력하지만 삼성에게 다행스러운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인피니언이 차세대 제품 개발에 필요한 자금조달에 힘겨워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뿐만 아니라 2분기에도 D램 부문에서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론 또한 인피니언과 마찬가지로 D램 사업 적자로 공격적 설비투자는 자제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이 난세에 누가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일까? 삼성이 아닐까? 삼성은 지난 1분기에도 10억달러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3월 말 현재 20억달러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화성에 신규 라인을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
이러한 자금력 우위를 내세워 공격적으로 시장을 끌고나갈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일단 보수적으로 상대방이 위축되기를 기다리면서 쉽게 기회를 잡으려고 기대하는 듯하다.
램버스 D램이 삼성 살릴 듯 현재 모든 종류의 D램 가격 하락 폭이 심화되고 있다.
일반업체들의 주력제품인 128Mb SD램은 이미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3달러 수준 이하에서도 거래되었다는 소식이 일부 딜러들을 통해 전해진다.
특히 삼성이 주력하고 있는 램버스D램 가격도 12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고, 2분기 말까지는 10달러 수준으로의 하락도 전망되고 있는 실정이다.
D램 가격 하락 폭이 예상보다 커지고 있어 업체들의 2분기 실적이 1분기 대비 하락하는 것은 6월에 큰 이변이 없는 한 거의 확실해지고 있다.
이러한 가격 수준이라면 싱크로노스 D램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하이닉스반도체, 마이크론, 인피니언 등 대부분의 반도체는 D램 부문에서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월등히 높은 삼성은 아직도 높은 수준의 영업마진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미 전망한 것처럼 1분기 대비 2분기 실적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이 타사와 비교할 때 부각할 수 있는 긍정적 요인은 인텔 효과이다.
인텔이 올 4월에 두차례에 걸쳐 펜티엄4 가격을 인하하는 과정에서 PC 제조업체들은 일단 반도체 구매를 최소화하면서 관망하는 자세를 취했다.
왜냐하면 가격인하 기간 이후 본격적으로 칩 구매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는 4월 반도체 수요 위축의 주원인이 되기도 했으나, 이제는 인하된 가격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는 시점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아직 펜티엄4 가격 인하로 수요 증가가 있었다는 소식은 없지만, 델컴퓨터를 중심으로 지난 4월 주춤했던 펜티엄4 수요가 다시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펜티엄4에 사용되는 램버스 D램 수요도 다시 증가할 수 있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인텔의 펜티엄4 가격 인하에 대한 수혜는 램버스 D램에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에게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일단 올 3분기까지 인텔 효과를 바탕으로 램버스에서 가능한 한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여기서 축적한 자본과 기술로 곧 닥칠 가격싸움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삼성이 유리한 점이 많아 보인다.
삼성은 수익성면에서는 램버스 또는 인텔 효과로, 경쟁력면에서는 기술력과 생산능력 확대로, 재무면에서는 높은 수준의 현금보유와 10%대의 (순금융부채비율 순차임금/자기자본)을 바탕으로 업계 최고의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D램 업체들은 적자지속 => 현금부족 => 설비투자 위축 => 기술개발 지연 등의 악순환을 겪으면서 시장점유율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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