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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한국을 팔아? 반도체주만 팔았는데...
[포커스] 한국을 팔아? 반도체주만 팔았는데...
  • 이원재
  • 승인 2000.09.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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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뮤추얼펀드의 삼성전자 매도·매수에 한국 증시 출렁…당분간 매도세 멈추고 관망할 전망
“주가는 상당히 싸게 보인다.
하지만 섣불리 사자 주문을 내기 어렵다.
폭락은 없을 것 같지만 상승잠재력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부실과 관련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악재가 언제 터져나올지 불안한 상황이다.
” 최근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계 펀드매니저들의 분위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매도주도 세력은 미국계 뮤추얼펀드
외국인들의 투자동향이 다시 증시의 핵심 관심사로 떠올랐다.
외국인들은 IMF 이후 대규모 사자세를 보여오면서 올해 초까지 폭등세를 이끌었다.
은행권 구조조정과 투신권 자금유입 침체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주식매수 여력이 크게 줄어든 올 들어서는 기관과 개인의 물량을 받아내면서 아예 주식시장을 떠받치다시피했다.
증권거래소 시가총액 가운데 외국인 비중은 최고 30%까지 늘어났다.
이들이 갑자기 매도세로 돌아선 것은 9월 들어서부터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올 들어 8월30일까지 증권거래소에서 11조9800여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그런데 8월31일부터 팔자세로 돌아서더니 9월15일까지 1조2900여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종합주가지수는 692에서 628선까지 미끄러졌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8895억원어치나 순매도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30만원대에서 한때 21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 추락은 투자심리 전체를 악화시키면서 지수 600선까지 무너뜨렸다.
도대체 어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나라 분위기를 이렇게 뒤흔들고 있는 것일까?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8월31일부터 9월15일까지 국가별 순매도금액으로는 미국 자금이 9977억원으로 압도적이었다.
다음 순서인 영국의 1087억원을 멀찌감치 뒤로 따돌렸다.
전체 외국인을 투자자 유형으로 보면 회사형 투자자(뮤추얼펀드)가 1조2302억원어치를 순매도해, 뒤를 이은 증권사의 1608억원어치를 따돌리고 훨씬 큰 규모를 차지했다.
즉 미국계 뮤추얼펀드가 매도세를 주도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지 시장 관계자들도 이런 분위기를 전한다.
현대증권 홍콩법인 남예현 주식영업팀장은 “홍콩에서는 최근에도 한국 주식에 대한 사자와 팔자 주문이 비슷한 수준이었다”며 “큰 움직임이 있었다면 미국계 뮤추얼펀드였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계 뮤추얼펀드는 올 들어 8월까지는 가장 큰 매수세력이었다.
8월30일까지 미국계 순매수대금은 9조8714억원, 전체 외국인을 봤을 때 회사형 투자자의 순매수규모는 7조2196억원에 이르렀다.
많이 산 사람들이 이제 와서 많이 내놓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은 왜 그동안의 충성스런 매수세에서 갑자기 순매도세로 돌아선 것일까? SELL 코리아? SELL 반도체! 4조원 정도의 운용규모로 미국 10위권에 드는 헤지펀드인 아팔루사 아시아지역 담당 펀드매니저 숀 조 이사는 “올해 미국 쪽의 지속적 순매수세는 한국 시장을 샀다기보다는 반도체주를 산 것이며, 이번 순매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국제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반도체주 매도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반도체 경기전망을 놓고 논란이 잇따르고 D램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대형 펀드들이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줄이는 과정에 있는데, 그 불똥이 삼성전자로 튀었다는 얘기다.
실제 마이크론테크놀러지 등 미국 나스닥의 반도체업체들도 최근 주가하락으로 고전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엥도수에즈WI카증권 서울지점 조사부 와히드버트 이사도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떠나는 분위기는 절대 아니다”라며 “지나치게 많이 갖고 있는 대형 종목을 일부 줄인 것뿐”이라고 말했다.
결국 최근 한국의 주가급락은 미국 ‘빅 브러더’들의 편입종목 조정과정에서 튄 불똥이, 취약한 국내 기관들의 매수여력에 실려 다른 종목으로 번지면서 벌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 시장분위기와 투자심리에 지나치게 흔들리는 국내 펀드매니저들과 달리, 기본적으로 3년 이상 보유할 것을 내다보고 투자하는 미국 대형 펀드들은 철저하게 가치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특정 종목의 펀더멘털에 변화가 있을 때 이런 식으로 보유 비중을 조정하는 것은 미국 기관투자가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삼성전자 매도 러시에 이어 외국인들이 은행주를 매도하기 시작하자 국내 일부에서는 ‘외국인이 한국 시장 전체를 본격적으로 팔아치우기 시작한다’며 위기론을 내세우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이 역시 대우자동차 매각이 지연되면 매각대금이 낮아지고 이에 따라 채권은행들의 수익전망이 악화하리라는 펀더멘털 변화 전망에 따른 보유 비중 조정이었다는 것이다.
금융구조조정·기업투명성도 변수 물론 투자분위기가 나빠지다보니 고질적인 악재들도 덩달아 튀어나오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를 흔드는 데 한몫을 했다.
한국 기업의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이 그 중 하나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맹영재 과장은 “미국 펀드매니저 사이에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퍼지는 상황은 아니지만, 금융개혁이 더디다거나 기업투명성이 부족해 안정적이지 못한 시장이라는 인식이 여전해 중장기투자 수요가 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의 한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가 부실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계열사 삼성종합화학 증자에 최근 참여하는 것을 보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면서 “한국 재벌기업들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불투명한 의사결정은 기업내재가치를 평가할 때 그로 인한 불안감만큼을 덜어내게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구조조정이 더디다는 점 역시 주가 발목을 잡는 원인이라는 얘기도 다시 튀어나온다.
홍콩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한국 시장에 전체 운용자금의 10%를 투자하고 있는 템플턴 이머징마켓펀드의 펀드매니저 섈리니 데들레니는 “한국의 구조조정 과정은 투자자들을 계속 실망시켜왔다”며 “이것이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외국인들에게 (내재가치에 견줘) 할인된 값에 거래된 이유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한국 정부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지만 재벌의 힘이 너무 강해 그대로 달성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이들은 보유물량을 추가로 내놓으면서 매도공세를 이어가려는 것일까? 쟈딘플레밍증권 에드워드 캠벨 해리스 서울지점장은 “외국인 투자가들은 지난 몇년 동안 지속적인 순매수를 해왔고, 아직까지도 전체적으로는 매수 쪽 의견이 우세하다”며 “단지 단기적으로 유가인상 등 악재가 터져나오면서 매수세가 약해진 것일 뿐, 3~5년 이상의 장기전망은 여전히 좋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확연한 매도세로 돌아섰다기보다는 끊임없는 순매수 행진을 잠시 쉬고 있을 뿐이라는 해석이다.
아팔루사펀드 숀 조 이사도 “대형 펀드들이 한꺼번에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꿔 나온다면 환율이 오르면서 환에서만도 20~30%의 추가 손실을 보는 상황이 온다”면서 엄청난 위기상황이 닥치지 않는 한 급격한 매도세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외국인 투자가의 SELL 코리아 공세→ 주가폭락→ 원화가치 폭락→ 제2의 외환위기’설은 지나친 과장이라는 지적이다.
국내시장 일부에서는 삼성전자 주가하락으로 대형 펀드들의 손절매 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금융전문가들은 피델리티, 퍼트냄 등 한국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초대형 장기투자펀드들의 경우 삼성전자를 5만~6만원대부터 저평가됐다고 보고 사들이기 시작했으며, 전체 매수가를 평균해도 20만원보다 훨씬 낮으므로 아직 손절매할 시기가 오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숀 조 이사는 “한국 시장은 현재 절대적인 내재가치로 평가하면 아주 싸 보이지만, 주변 여건들이 내년 상반기 이후 기업수익 전망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매수에 가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살로먼스미스바니환은증권 전용배 국제영업부장은 “외국인 투자가들의 경우 통상 순매수나 순매도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방향을 틀고 나면 최소한 2~3개월 정도는 지속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비중축소 행진은 좀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여력이 너무나 부족해 당분간은 그다지 상승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10개만 있다면…” 외국인 투자가들을 붙잡는 데도 역시 근본적인 문제는 기업의 근본(펀더멘털)에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사실 최소한 3년 뒤의 주가전망을 보고 투자한다는 미국 메이저 펀드들을 붙잡아두려면 세계적인 규모와 경쟁력을 갖추고 안정적으로 성장해나가는 기업을 많이 키우는 방법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IMF 구제금융 직전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가 자주 썼다고 해서 홀대받고 있기는 하지만, ‘펀더멘털 튼튼’은 여전히 외국인 투자가들에게는 가장 주요한 투자포인트라는 것이다.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10개만 있었어도 한국 증시가 이처럼 오락가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월스트리트의 한 펀드매니저의 말을 흘려들을 수 없다.
허리띠, 졸라야 하나 풀어야 하나
최근 ‘제2의 경제위기설’이 불거지면서 정부와 언론이 한목소리가 돼 외치는 말이 있다.
“IMF 초심으로 돌아가자.” “절약만이 살 길이다.
” 마침 전기요금도 올랐다.
기름값도 국제유가 인상분을 그대로 인상요인으로 반영한단다.
그래서 다들 주눅든다.
정말 이젠 허리띠를 졸라야 할 때일까? 현재 한국 상황을 경기순환 관점에서 풀어보면 경기가 하강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심상달 박사는 “유가상승 및 반도체가격 하락 등의 외부 악재로 경기가 애초 예상보다 더욱 침체된 모습을 띠고 있어, 우리 연구원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6%도 하향조정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가 하강하면 맨 먼저 나타나는 현상이 소비 축소다.
심 박사는 “통계자료를 보면 전체적으로 생산은 유지되고 있으나 내수가 위축되고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불균형 현상이 시작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면 오히려 불균형이 심화하지 않을까? 현대경제연구원 전민규 박사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맹목적인 절약은 내수를 더 줄여 기업을 한층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기업구조조정에 더욱 박차를 가해 우리 경제의 공급 부문을 ‘다이어트’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구조조정이 단순히 표현해 매출을 줄이면서 순이익을 늘리는 일이라면, 요즘 같은 경기하강기 초입에는 상당히 잘 어울리는 처방이 될 것도 같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쪽은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들이라는 것이 이런 주장을 펼치는 전문가들의 핵심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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