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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 위기는 설익은 정책 탓
1. 현 위기는 설익은 정책 탓
  • 김상범 기자
  • 승인 2001.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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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구조조정 실패, 재벌정책에 쓴소리 지난해 8월에 있었던 정부의 개각에서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경제팀 구성이었다.
초점은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제팀 수장인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최종 낙점을 받을 것인가에 모아졌다.
당시 김 전 수석은 가장 유력한 후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8월7일 개각에서 최종 낙점을 받은 사람은 진념 재경부 장관이었다.
유력했던 김종인 전 수석이 막판에 밀려난 이유는 재벌들의 강력한 반대 로비가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그럼 왜 재벌은 그를 못마땅해했을까? 이유는 경제정책에 대한 김 전 수석의 개혁성향 때문이었다.
그는 평소 재벌개혁과 구조조정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해왔다.
IMF 위기를 극적으로 넘긴 우리 경제가 다시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 ‘만약 경제팀을 교체한다면 누구를 추천하겠는가’라는 질문에 김 전 수석은 또다시 현 경제팀 수장과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다.
8월 개각 때와 다른 점은 김종인 전 수석이 1순위로 낙점받았다는 점이다.
학계 전문가들이 1순위로 추천한 서울대 정운찬 교수도 김종인 전 수석의 든든한 후원자라는 사실이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더욱 흥미롭게 한다.
그가 진단하는 현재 경제 위기의 원인, 그리고 해법은 어떤 것일까?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사무실에서 만난 김종인 전 수석은 '구조조정 없는 경기부양책은 아무런 효과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평소 소신대로 그는 현재의 모든 위기상황을 구조조정 실패에서 찾았다.
'한국 경제라는 환자를 수술하라고 대통령이 의사를 동원했는데, 의사들이 환자 배를 갈라보니 곪아 있었던 거죠. 그걸 들어내야 하는데, 그러자니 피가 많이 튈 것 같고 잘못하다 환자까지 죽지 않을까 덜컥 겁이 난 겁니다.
그래서 적당히 약물치료하고 배를 닫아버린 거죠. 그리고 약효가 떨어져 통증이 올 때마다 진정제를 놓고 있는 겁니다.
' 결국 구조조정 완수를 통해 우리 경제를 건전화시키지 않는다면 어떤 대안도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경기부양책도 단기적 처방에 머물거나 전혀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본의 경제 위기도 1980년대 후반에 경제정책을 잘못 운영해 자초한 겁니다.
일본 정부도 91년부터 해마다 1천억달러 가까운 재정을 투입해 경기진작에 힘썼죠. 그렇게 했지만 일본은 10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이 1.2%에 불과했어요. 근본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경기진작을 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 그는 재벌 개혁론자로 알려져 있다.
그가 생각하는 재벌개혁에 대해 물어봤다.
'재벌개혁이라고 하면 대단한 것처럼 얘기하는데, 결국 재벌의 효율을 향상시켜주자는 겁니다.
재벌의 비경제적 요소들, 덩치만으로 힘을 쓰는 그런 것들 말고 진짜 경쟁력을 갖추라는 얘기죠. 기업 지배구조도 국제금융시장에 합당한 구조를 갖추자는 것이고, 그러자면 완전히 투명해서 그 기업이 훤히 보이게 하자는 겁니다.
최근 집단소송제 논란이 있는데, 기업을 투명하게 운영하면 겁낼 것 하나도 없는 거지요.'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최근 기업들의 규제완화 얘기를 꺼내자 목소리를 높인다.
'IMF 위기 극복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기업의 재무구조를 건실화하고, 또 빨리 정상적인 기반으로 올려놓을 수 있는가 하는 전제하에 출자총액제한 제도와 같은 규제를 둔 것입니다.
4년이 흐른 지금 규제를 했던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나요. 그렇지 않은데도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의 문제죠.' 최근 다시 개각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렇다면 또 김 전수석의 이름이 오르내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에 대해 김 전 수석은 '1년도 안 남은 정부가 과연 소신있는 정책을 펼 수 있겠는가'라며 피식 웃음을 짓는다.
'경제팀이 들으면 기분 나쁠지 모르지만 오늘날 한국 경제의 문제는 잘못된 경제정책에 90%의 책임이 있어요. 기본적으로 시장경제 원리라는 것을 내세웠으면서 수익성 없는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끌고가잖아요. 자원이 자꾸 왜곡돼 배분되고 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국민들이 책임지는데….' 여운 속에 경제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인터뷰는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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