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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베이] 온라인 게임의 새 도전
[서베이] 온라인 게임의 새 도전
  • 한정희 기자
  • 승인 2001.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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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에 불을 댕겨라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세계가 온통 중국 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중국의 개방은 도전의 기회가 되는 동시에 위험요소도 품고 있다.
한국 상품들 가운데 중국 시장에서 승부를 겨뤄볼 만한 경쟁력 있는 상품이 있을까? 온라인 게임은 그런 상품 중 하나다.


게임산업 전체를 놓고 보면, 온라인 게임 시장은 아직 개척단계에 있는 작은 시장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는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이미 가장 수준 높은 온라인 게임 국가다.
초고속 통신망의 보급과 PC방 문화는 온라인 게임 문화를 형성하는 데 아주 좋은 토양이 됐고, ‘리니지’ 신화를 비롯해 온라인 게임의 ‘유료화 모델’은 세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최근에 국내 온라인 게임 업체들 사이에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거꾸로 중국 업계에서도 한국의 온라인 게임 산업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거나 합작법인을 두고 있는 국내의 관련 업체들은 중국쪽으로부터 온라인 게임과 관련한 문의를 심심치 않게 받는다고 한다.
'콧대 높은 중국이 먼저 관심을 갖고 덤벼들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온라인 게임 업체들이 이런 중국 시장을 놓칠 리 없다.
대만과 홍콩 등에 진출한 국내 온라인 게임 업체들은 궁극적으로 중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굳게 닫혀 있던 중국의 온라인 게임 시장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이 하나둘씩 인기몰이를 하면서 유료화를 통해 수익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산 온라인 게임 중 중국 진출 선두주자는 액토즈소프트의 ‘천년’, 이소프넷의 ‘드래곤라자’,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레드문’이다.
지난 4월 중국에서 첫선을 보인 ‘천년’은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동시접속자 수가 2만여명을 훌쩍 넘어섰다.
현재 동시접속자 수는 2만7천여명이며, 이를 기반으로 한 로열티 수입이 월 1억원을 넘어섰다.
레드문은 6월부터 상용 서비스를 시작해 8월말부터 수입을 올리고 있다.
동시접속자 수는 1만명, 월 로열티 수입은 평균 1억원 가량이다.
대만 기업 에어서를 통해 중국에 진출한 드래곤라자의 경우도 7월부터 상용 서비스를 시작해 동시접속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섰고, 회사 전체 해외매출 가운데 중국 시장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이 중국 시장에서 올리는 수입은 한국에서 월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에 비하면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중국 시장에서 많든 적든 로열티 수입을 내고 있고, 유료화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 게임시장은 나름대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중국도 다른 많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게임보다는 PC게임 시장이 훨씬 더 크다.
그런데 중국의 PC게임 시장에서는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문제가 심각하다.
사실 중국에 PC게임이 유통된 것은 93년도부터이니 벌써 10년 가까이 되지만, 당시 진출했던 외국계 업체들 가운데 정가에 제대로 제품을 판매하고 수익을 확보한 업체는 거의 드물다.


중국의 비디오게임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국 기업에 의한 공급은 전혀 없는 상태이며, 밀수와 불법복제 문제로 소니, 세가, MS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도 중국 진출을 보류하고 있다.
정품 유통이 매우 미미한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거의 모든 게임기는 밀수품'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정설이다.


이런 상황은 상대적으로 온라인 게임에 유리한 조건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중국에서 인터넷 게임을 하는 경우는 대개 선불카드나 쿠폰과 같은 이용권을 구매해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액토즈소프트 이종현 사장은 '게임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 현상이 만연한 반면, PC로 인터넷 게임을 하는 유저들은 오히려 유료화에 대해 우리나라보다 진보적'이라고 말한다.
IP카드라 불리는 이 카드는 우리나라 돈으로 3천원 정도인데, 제휴사들에 한해 유료로 쓸 수 있는 선불식이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온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카드를 통해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것에 대해 게임 사용자들이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게임 사용자들의 경우 한달에 3~4개씩 사서 쓴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인터넷 이용자 수 증가와 인프라의 발전은 중국 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하도록 부추긴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가 지난 7월17일 발표한 제7차 중국 인터넷 발전현황 통계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 수는 2650만명이며, 그 가운데 전용선 접속자가 454만명, 전화 접속자가 1793만명, 두가지 모두 가능한 인구는 403만명이다.
이런 통계치들도 적은 수치가 아니지만, 인터넷 이용자 수 증가 속도는 통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빠르다.
또 중국 정부는 최근 초고속 통신망 사업에 적극적이어서, 인프라가 계속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게다가 게임 유저들의 수준도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
액토즈소프트 해외사업부 유통팀장인 전동해씨는 '사실 게임을 제일 많이 하는 나라는 중국'이라고 말한다.
게임 스타일도 한국 못지않으며, 무엇보다 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게임 마니아 층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수요자층은 거의 신세대들이며, 이들이 현재 중국의 디지털 문화를 주도해가는 세대이기도 하다.
주로 베이징이나 상하이, 광저우 등지에서 게임 마니아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 시장에 진출만 하면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중국 대륙에 발을 들여놓은 것부터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왜냐하면 중국에는 온라인 게임에 관한 정책이나 법률이 정해진 게 없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 분야의 외국인 투자에 대해 중국 정부는 아직 명확하게 정리된 정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이는 중국 국내 게임시장이 성숙되지 못한 상황에서 해외 기업의 중국 진출을 엄격히 규제하는 입장을 취하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철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단순히 사무소 정도를 설치하는 경우에도 만만치 않은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게임종합지원센터 해외사업팀 이수진씨는 '현행 법에 따른다면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인터넷 게임은 모두가 불법인 상태'라고 말한다.
정해진 법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만약 단속 의지만 갖는다면 언제든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
온라인 게임이 단지 암묵적으로 용인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소프넷 박신호 해외사업팀장은 '이미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들이 많아 암묵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 정부가 언제든 국가 차원에서 게임 사업을 추진하고 나설 경우, 해외 업체들이 어떤 규제를 받을지 알 수 없다.
이런 불안정한 사업 조건 때문에 해외 사업자들은 중국에 직접 진출하는 것을 피하고, 합작법인 형태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우회진출하는 전략을 채택한다.
현재 국내의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대부분 대만의 현지법인이나 합작법인을 통해 중국에 진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라이선스 계약은 진출 업체가 인지도를 확보하고 어느 정도 시장장악력을 확보하기까지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믿을 만한 파트너를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올해 초 액토즈소프트는 처음 파트너로 삼았던 대만업체 세인트허밋스튜디오가 ‘천년’이 한창 서비스되고 있던 지난 5월에 갑자기 부도를 내는 바람에 피해를 입은 적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현지 사정에 관한 정확한 통계나 업체들의 안정성을 판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들이 없기 때문에 파트너를 찾는 것이 더더욱 어렵다.


게임종합지원센터 이수진씨는 '가능하면 믿을 만한 컨설팅 업체를 통해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네트워크나 맨파워를 총동원해 현지 업체에 대한 객관적인 실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이런 컨설팅 업무를 담당해주는 업체로 대표적인 것이 삼성에서 투자한 오픈타이드차이나가 있지만, 이 회사는 규모가 큰 업체들만 상대하고 있어 비교적 규모가 작은 업체들이 도움을 받기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게임종합지원센터에서는 안정적인 지원을 위해 '네트워크 구성과 더불어 곧 컨설팅 업체를 입찰공고를 통해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하나 문제는 중국 지역이 너무 넓고 인프라 상황이 아직 고르지 못하다는 것이다.
지역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지역의 IDC센터에서 서버를 분산해 운영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진출한 업체들은 이런 '기술적인 지원이나 인적 지원이 가능한지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뿐만 아니라 해커에 철저히 대비하는 문제도 주요한 과제로 내세운다.
모든 게임이 다 해킹당한다고 생각하고 이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운영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이렇게 까다로운데도 온라인 업체나 관계자들은 '지금이 중국 본토를 공략할 호기'라는 데 대해 고개를 끄덕인다.
무엇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온라인 게임에 대한 수요가 중국쪽에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 진출을 노리는 국내 온라인 게임 업체들에게 바로 지금이 호기임을 말해주고 있다.
중국의 게임 마니아들은 한국 온라인 게임에 한창 매료되고 있으며, 중국의 WTO 가입은 이런 추세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리니지, 중국에 왜 안 갈까?



온라인 게임 붐을 일으켰던 리니지는 왜 중국에 진출하지 않고 있을까? 대만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일본에도 본격 진출하기 시작한 리니지는 '아직은 급할 것이 없다'면서 여유를 부리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이미 지난 6월 홍콩에 설립한 엔씨감마니아를 통해 중국 본토 진출 전략의 토대를 갖추어놓고 있다.
사실 중국에서 리니지의 인기는 상당하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들이 중국 실사를 통해 나타난 바로는 리니지를 알고 있거나 적어도 이름을 들어봤다고 말하는 사용자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엔씨소프트 김주영 홍보팀장은 '유럽과 중국 진출은 내년에 계획하고 있다'며 '아직 어떤 형태로 진출해야 할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 현지에서 접촉을 요청해온 업체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리니지는 신중하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업체들의 매출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도 걸리고, 온라인 게임과 관련한 정책이나 법체계가 아직 분명치 않다는 것도 부담스럽다.
규모가 작은 업체여서 아예 규제의 그물망을 벗어난다면 모르지만, 엔씨소프트와 같은 경우는 규모 면에서나 인지도 면에서 진출시 법률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법체계가 정비된 뒤에 진출하면 중국 정부로부터 우대를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른 업체들의 경우는 중국 시장에 일찍부터 진입해 인지도를 높여가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겠지만, 리니지는 상황이 다르다.
게임종합지원센터 김진석씨는 '리니지의 경우는 지금 당장 급할 것은 없으며, 오히려 관망하면서 더 좋은 때를 기다리는 게 낫다'고 말한다.
중국에서 몸값을 높이는 데는 중국 현지보다 오히려 일본이나 미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제고해놓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게 리니지쪽 설명이다.
중국 기업들은 선진국에서 인정받은 게임일수록 가치를 더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인터뷰 | 액토즈소프트 이종현 사장

국내 업체 공동 진출 모색



지난 4월 중국에서 유료 서비스를 시작해 월 1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순항하고 있는 액토즈소프트는 최근 미르의 전설2도 서비스에 들어가는 등 본격적인 중국 본토 공략에 나섰다.


-중국 진출을 남보다 앞서서 한 이유는?
한국시장 선점 기회를 놓친 것이 안타까웠다.
같은 실수를 두번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리니지가 나가지 않는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 판단했다.


-천년이 반응이 좋은 이유는 뭔가?
일단 무협장르라는 것이 중국인들에게 친숙했던 것 같다.
그들의 정서에 맞았다.
게임성 부분에서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픽의 완성도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지금 중국은 온라인 게임 시장이 열리고 있는 초창기다.
너무 빠르지도, 그렇다고 늦지도 않다.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다.


-중국 진출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파트너 회사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워낙 큰 시장이라 알려지지 않은 회사들이 많다.
체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회사도 많다.
단지 의존할 수 있는 건 구두협의 내용과 계약서 뿐이다.
구두 계약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말과 행동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서류 역시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중국 진출을 위해 실질적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제휴 파트너로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회사들이나, 이미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업체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이 좋다.
현재는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단계여서,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 여럿이 공동 진출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도 의향이 있는 업체들과 함께 중국 사업을 할 용의가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다면, 훨씬 유리한 중국 시장 진출 조건을 따낼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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