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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프로] 이진석 / 여행 컨설턴트
[나는프로] 이진석 / 여행 컨설턴트
  • 이미경 기자
  • 승인 2001.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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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컨설턴트를 21세기 유망직종으로 꼽는 이유는 명백하다.
여행산업이 21세기에 가장 주목받는 산업이라는 점과 그 발전 가능성에 비해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행 컨설턴트는 분명 한국에 존재하는 직업이지만, 이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교통·숙박 예약을 대행하고 여행지 곳곳을 안내하는 사람들은 컨설턴트가 하는 업무를 일부 소화하고 있지만 사실상 컨설턴트라 부르기 어렵다.
여행 컨설턴트가 되려면, 불모지를 개척한다는 각오로 강도 높은 훈련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진석 과장은 그 황량한 불모지에 작은 씨앗을 뿌린 1세대 컨설턴트라고 할 수 있다.
이진석 과장이 대학을 졸업하고 여행사에 처음 입사한 것은 1988년의 일이다.
외국 여행을 간다고 하면 태극선을 든 가이드를 줄지어 따라다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이었다.
한국인들은 해외여행 경험이 거의 없었고, 낯선 곳에서 길을 잃고 헤매거나 바가지를 쓰지 않으려면 가이드를 믿고 따르는 것이 최선이었다.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과장은 새로운 여행상품을 하나 개발했다.
이른바 ‘배낭여행’이었다.
여행업계는 큰 충격을 받았고, 그가 근무하던 여행사 앞은 대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젊은이들은 자유로운 여행, 혼자 즐길 수 있는 여행을 선호합니다.
학생이니까 비용이 적게 들어야 하고요. 고생을 좀 하더라도 젊은이다운 개척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여행을 좋아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 잇단 신상품 개발로 주목 받아 당시 여행업계에서 상품을 기획·개발한다는 것은 새로운 지역을 개척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배낭여행은 여행의 개념과 형태를 바꿔버리는 신선한 제안이었다.
비슷한 시기 그가 기획한 ‘방학을 이용한 외국 유명대학 어학연수’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그는 업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인재로 떠올랐다.
'여행 컨설턴트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독창적인 스케줄을 짜고, 현지에서 남다른 정보를 줄 수 있어야 하죠. 파리 어느 카페에 가면 멋진 샹송을 들을 수 있다더라, 이런 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 95년 현재 근무하는 내일여행사 창립 멤버로 참여하면서, 그는 또 한번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산업전시 투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던 것이다.
이진석 과장은 우선 비슷한 성격을 띤 국제박람회들을 한 카테고리로 묶었다.
예를 들면 건축 인테리어 자재에 관심있는 기업들을 위해 프랑크푸르트 가정직물 박람회, 파리 홈인테리어전, 하노버 카펫 바닥재 박람회를 일정별로 정리해 연간 프로그램을 만드는 식이다.
전시가 열리는 도시 중심가에 있는 호텔을 6개월~1년 전에 예약하고, 관련 업계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가 보기에 전시투어를 담당하는 컨설턴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4~5일 동안 다리에 쥐가 나도록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전시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숙소를 예약하고 교통편을 해결해야 하는 건 기본이고, 짬을 내서 술 한잔 할 수 있는 곳이 어딘지도 소개할 수 있어야 했다.
해가 거듭되면서 같은 전시에 여러번 참여한 뒤에는, 고객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독특한 현지 분위기를 귀띔할 수 있었다.
전시장 인근에 있는 관련 업체를 돌아볼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일도 더러 했다.
'서당개 3년에 풍월을 읊는다고, 프레타 포르테에 3년만 참가하면 전시장 구석구석을 손바닥 보듯 알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맨들이 모여 있는 카페며 호텔도 훤하게 꿰게 되고요.' 실제로 그가 ‘풍월을 읊는’ 바람에 덕을 본 기업도 있다고 한다.
IMF로 국내 중소기업들이 몸살을 앓던 시기, 이진석 과장은 한 소비재 전시에 함께 간 고객에게 '저건 아직 한국에 없는 건데, 잘 팔릴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솔직한 느낌을 말한 것인데, 긴가민가 망설이던 고객이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정했다.
상품이 꽤 많이 팔려서, 그 기업은 어려운 시기를 무사히 넘겼다고 한다.
해외여행을 즐기는 한국인들이 점점 늘면서, 그의 고객들은 종종 ‘나만을 위한 특별한 여행’을 주문한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여행을 ‘설계’해주는 컨설턴트의 필요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이진석 과장은 성격이 밝고 적극적인 태도를 가진 젊은이들이 업계에 더 많이 뛰어들기를 바란다고 했다.
'덕수궁에 열번만 들어가보세요, 재미가 있는지. 매번 같은 곳을 가면서 그 일을 즐기기가 어렵죠.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그들을 돕는 걸 좋아하는 사람만이 여행 컨설턴트가 될 수 있습니다.
' 고객들은 ‘새로운’ 여행을 원한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신상품을 개발하려면, 여행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더구나 요즘은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좋은 여행을 하고 싶다'는 것이 여행자들의 보편적인 정서다.
고객의 입맛도 한결 까다로워졌다.
일년에 한번 하기도 어려운 해외여행을, 그것도 남보다 비싼 돈을 들여 떠나는 사람들은 기대치가 그만큼 높기 마련인 것이다.
그러나 여행자들의 기대가 클수록, 이진석 과장은 오히려 신이 난다고 했다.
'비즈니스든 관광이든 목적과 상관없이, 어쨌든 여행은 설레는 거잖아요. 저는 한껏 기대에 부풀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들과 늘 함께합니다.
병원에서 아픈 사람들만 만나는 것보다는 훨씬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세계 유명도시 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는 이진석 과장이 제일 좋아하는 도시는 파리다.
아내와 함께 떠난 유럽 배낭여행 40일의 종착지라 더 기억에 남는다.
'로마는 조상의 음덕을 먹고 사는 도시지만, 파리는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새것을 만들어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자신이 파리에 매혹됐듯이, 서울을 찾은 이방인들이 한국의 매력에 흠뻑 빠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여행 컨설턴트가 되는 길

여행 컨설턴트가 되려면 여행사에서 2년 이상 근무하거나 각 대학에 개설돼 있는 국외여행 인솔자 양성과정을 수료한 후 관련 국가고시를 치러야 한다.
관광통역 가이드 자격증을 가진 사람도 컨설턴트로 활동할 수 있다.
반드시 여행사에 입사해야 하는 건 아니고, 능력과 인맥을 갖추면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 있다.
여행사 입사를 희망하는 경우, 각 여행사마다 학력 제한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기본적인 영어회화가 가능하면 입사할 수 있지만, 일을 하는 데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꾸준히 영어실력을 키우는 것이 좋다.
여행 컨설턴트의 수입은 개인의 역량에 따라 다르다.
크게는 세배 가량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맡은 고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평생 고객으로 남으면 능력을 인정받고, 보수도 그만큼 높다.
여행업계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본격적인 ‘맞춤형 여행’ 시대가 오면 컨설턴트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멀리 보고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외국의 경우 여행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여성을 흔히 볼 수 있다.
남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친화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여성들에게 유망한 직종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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