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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WTO 가입 베이징 반응 스케치
[초점] 중국 WTO 가입 베이징 반응 스케치
  • 베이징=여인옥 통신원
  • 승인 2001.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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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개방 '띵호와, 그러나…' 중국 WTO 가입, 베이징 시민들 '산업 종속당한다' 기대반 우려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한 15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11월10일,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을 때나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을 때와 달리 폭죽은 터지지 않았다.
그러나 WTO 가입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저녁 7시쯤 베이징에서 가장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베이징만보>와 <베이징청년보>를 사기 위해, 시내 가판대 여러 곳을 찾아다녀야 했다.
평소에는 어느 가판대에서든 그 시간에 신문이 매진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날은 WTO 가입 뉴스를 읽기 위해 시민들이 서둘러 신문을 사가 매진된 가판대가 많았다.
중국 언론에 보도된 중국 국민들의 반응은 미래를 밝게 내다보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베이징만보>는 자동차 판매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난 8월부터 소비자들이 좀처럼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으로 자동차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서는 앞으로 6년 동안 자동차 가격이 연평균 6%씩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 은행 고객은 '중국의 WTO 가입으로 금융 분야도 개방될 것이므로 다양한 투자기회를 모색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백화점 여성 고객은 'WTO 가입 이후 화장품 가격이 즉시 낮아질까? 만약 그렇다면 정말 반가운 일이다.
현재 화장품 구입비용이 월급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인민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 조혜정씨는 '중국의 WTO 가입으로 한중 무역교류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중국에서 법률사무소나 컨설팅 회사를 운영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근 몇달 동안 WTO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해설기사를 연재해온 <베이징청년보>는 독자들의 질문이 크게 세가지라고 밝혔다.
우선 WTO 규정에 대한 질문이 많았고, 농업 등 중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많이 쏟아진 질문은 WTO 가입으로 자동차 가격이 얼마나 떨어질 것인가, 외국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어느 정도나 수입될 것인가 하는 등 실생활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중국 정부는 WTO 가입으로 개혁·개방과 경제발전이 촉진될 것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중점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롱용투(龍永圖) 중국 WTO협상 대표단 부단장은 <인민일보>와의 회견에서 중국의 WTO 가입협상 과정은 곧 중국 시장경제의 발전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만약 중국이 오래 전에 쉽게 WTO에 가입할 수 있었다면, 개혁·개방이 중국 사회에 미친 영향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협상이 지난 15년간에 걸쳐 지속되면서 중국의 시장화와 현대화가 촉진됐고, 국제 경제관행에 대한 중국인들의 이해도 깊어졌다는 것이다.
또 그같은 과정은 중국이 계획경제 체제에 이별을 고하고, 시장경제라는 새로운 이념을 향해 나아가게 됐다고 그는 회고했다.
중국 정부·언론 낙관적 전망 그러나 중국 정부와 언론의 낙관적 태도와 달리 일반 국민들 사이에는 불안감도 크다.
실제 거리에서 만난 베이징 시민들은 WTO 가입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한편으로 WTO 가입 이후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고 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산업의 상당 부분이 외국 기업들에게 점령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적지 않다.
특히 WTO 가입으로 실업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실업자 수 증가는 주로 농업, 자동차 제조업, 금융, 통신 등 중국의 경쟁력이 낮은 업종들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WTO 가입으로 개막된 ‘제2의 개혁·개방’ 단계에서는 종전과 달리 중국 국내에서 승자와 패자가 선명하게 갈릴 것이다.
그럴 경우 패자들이 과연 어떤 정치적 행동을 취할 것인가, 그리고 이런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는 어떤 정책적 대응을 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측면과 관련해 유니룰 경제학연구소(Unirule Institute of Economics) 마오위스 교수는 와의 인터뷰에서 WTO 가입은 전반적으로는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그에 따른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중국은 세가지 국가적 소원을 성취했다.
2008년 올림픽을 유치한 데 이어 사상 최초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고, WTO 가입에 성공했다.
WTO 가입은 마치 ‘중국 최고의 해’의 대미와 같다.
전국인민대표자회의 상무위원회는 WTO 가입은 중국의 개혁·개방과 경제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 정부가 ‘외세의 힘’을 빌어 개혁·개방을 가속화하겠다는 뜻이다.
이같은 설계도는 개혁·개방 초기부터 그려온 것이다.
WTO 가입협상 과정에 참여했던 왕레이 변호사(스탠브룩 후퍼 국제법률회사 파트너)는 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는 개혁·개방을 시작한 1980년부터 이미 WTO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용이 ‘WTO 세계경제 질서’의 바다에서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중국의 WTO 가입은 중국에게도 그렇지만, 한국에게도 도전이자 기회이다.
이 용에 올라타고 같이 승천할 것인가, 아니면 용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허우적댈 것인가? 한국 경제는 지금 기로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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