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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한부 인생 담는 '인터넷 일기'
[중국] 시한부 인생 담는 '인터넷 일기'
  • 이문기
  • 승인 2000.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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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둔 심정 수채화처럼 묘사…네티즌들 위로 속 영문서비스도 준비
“나이 37살, 남은 인생 3개월.”
죽음은 어떤 사람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평등하다.
하지만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당사자에게는 신의 부름이 결코 평등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법이다.
소설이나 영화에서처럼 그걸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상하이의 한 부동산회사 부사장으로 일하던 루요우칭은 그래서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삶에 대한 애정 담긴 사이버 휴먼 드라마 루요우칭은 최근 의사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다.
위암이 몸 깊숙이 번져 남은 인생이 100여일밖에 안된다는 거였다.
루요우칭은 죽음 앞에 선 심정과 세상에 대한 마지막 애정을 담은 ‘죽음의 일기’를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다.
문학창작 사이트 롱수www.rongshu.com에 8월3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올리는 그의 일기는 네티즌의 심금을 울린다.
게시판에는 루요우칭의 용기에 대한 찬사와 위로, 격려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
루요우칭은 일기에서 죽음을 한폭의 수채화처럼 잔잔하게 묘사한다.
“한겨울. 백색 눈가루가 깔린 스산한 호숫가에 집이 한채 자리잡고 있다.
옆에는 몇그루의 나무가 추위에 잔뜩 몸을 웅크린 채 침묵한다.
날이 어두워지자 집에서 새어나오는 백열등 불빛에 비치는 커다란 그림자. 나무는 여전히 침묵한다.
백열등 불빛이 하나둘 꺼져간다.
하나, 둘, 셋. 그리고 마지막 등불이 꺼진다.
호수에 비친 침묵하는 나무들도 사라져간다.
누군가 신의 부름을 받는다….” 죽음 앞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운명을 나무에 빗댄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퍼져나가는 루요우칭의 일기는 여느 문학작품이나 영화에서 그려진 시한부 인생의 삶과는 또다른 감동을 전한다.
후두암으로 역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투병중인 한 여성 네티즌은 루요우칭의 일기를 읽고 자신의 심경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라며 눈물지었다.
그는 용기를 잃지 말고 마지막까지 삶을 사랑하고 노래하자고 호소한다.
어떤 네티즌은 항암치료에 효과가 있는 여러 치료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생명의 존엄과 인간의 사랑에 대한 나름대로의 단상을 올리는 네티즌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롱수는 루요우칭의 일기를 영문으로 올리기 위해 네티즌을 대상으로 번역자를 구하고 있다.
광고가 나간 뒤 하루만에 1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연락을 해왔다.
루요우칭의 삶이 더욱 아름답고 소중하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애정의 손길을 보내온 것이다.
시한부 인생으로 투병중인 한 청년이 띄운 죽음의 일기와 수많은 네티즌의 격려와 위로의 편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한편의 사이버 휴먼 드라마는 연출되고 다듬어진 어떤 영화나 소설보다도 더 극적이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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