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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T칼럼] '냄비 경영'과 e비즈니스
[DOT칼럼] '냄비 경영'과 e비즈니스
  • 문형남(숙명여대)
  • 승인 2000.09.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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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두고 ‘냄비 증시’라고 하듯이 국내 기업들의 경영스타일 역시 ‘냄비 경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한국 기업과 경영자들은 새로운 경영기법을 마친 패션처럼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
90년대 중반 이후 기업들은 BPR(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이나 ERP(전사적자원관리), KM(지식경영) 등을 경쟁적으로 도입했다.
그러나 이것들은 5년 이상 지속하지 못하고 지금은 모두 시들해졌다.
올 상반기에는 e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더니 최근에는 냉기가 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이 “기업들에게 e비즈니스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한 말은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시대의 명언으로 떠받들었다.
세계적인 컴퓨터 전시회인 컴덱스는 올해 슬로건으로 ‘이제 모든 비즈니스는 e비즈니스다’(Now all business is e-business)를 내세우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너도나도 무작정 e비즈니스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적지 않았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 기업들의 e비즈니스 추진 전략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단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진행해야 성공할 수 있다.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e비즈니스인 ‘기업간 전자상거래’(B2B)를 보면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을 어렵잖게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B2B 도입에 앞서 우리 회사가 과연 B2B를 도입해야 하는지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오프라인 업체들이 무분별하게 온라인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e비즈니스의 필요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게 일의 첫번째다.
그리고 나서 언제부터 진행할 것인지 시기를 점검해야 한다.
B2B를 도입할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뛰어들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기를 살펴야 한다.
B2B를 꼭 직접 할 필요도 없다.
전략적 제휴나 공동 참여를 통해 할 수도 있다.
오프라인에서 잘 한다고 온라인에서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일정한 시장을 놓고 제살깎기식 경쟁을 하기보다는 시장을 키워 서로가 이득을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프라인에서 잘 하는 기업과 온라인에서 잘 하는 업체가 손을 잡으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win-win) 전략을 이끌어낼 수 있다.
B2B와 B2C(기업-개인간 전자상거래)는 전혀 별개의 것이 아니다.
B2C와 B2B가 서로 무관하게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많은 비용을 들여 별도의 B2B 사이트를 만들 게 아니라 한 사이트 안에서 B2C와 B2B를 동시에 진행하는 게 나을 수 있다.
B2B를 추진하려면 ‘투명 경영’이 선행돼야 한다.
경영자들은 경영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B2B를 도입하고 투명한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도 신용카드를 쓰면 혜택을 주는 것처럼 B2B를 실행하는 업체들에게 세액을 감면해주는 방법을 통해 B2B가 확산되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e비즈니스는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거나, 유행처럼 지나가는 다른 여러 경영기법처럼 일시적으로 진행하다가 중단해서는 안 된다.
장기적인 경영전략으로 전사적인 ‘e-경영’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e비즈니스를 ‘뇌동매매’하듯 추진해서는 실패할 공산이 크다.
남들이 하니까 따라서 할 것이 아니라, 소신을 갖고 각자 사정에 맞는 장기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추진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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