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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PC통신 웹生 웹死
[비즈니스] PC통신 웹生 웹死
  • 한정희 기자
  • 승인 2001.1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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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대 PC통신 업체들이 구조조정을 포함한 변신에 한창이다.
인터넷 접속이 보편화되기 전 천리안, 하이텔, 유니텔 등 PC통신 업체들은 국내의 대표적인 온라인 서비스로 군림해왔다.
1999년만 해도 PC통신 서비스의 황금기라 부를 만했다.
가장 많은 회원을 유치한 천리안의 경우 최대 200만명의 유료회원 가입자들이 있었다.
이를 한달에 1만원 정도로 계산해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월 200억원의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수치였다.
그러던 PC통신 서비스가 지금은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업체들은 공식적인 유료 회원수 밝히기를 꺼리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 말로는 가장 잘나가는 천리안조차 50여만명 선이고, 나머지 업체들은 10만명에서 30만명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가입자들마저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PC통신 서비스 업체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새로운 살 길을 모색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11월13일 유니텔이 온라인사업부문을 분사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같은 사정 때문이다.
그동안 유니텔은 계속되는 적자로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로부터 구조조정 압력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떨어져나간 온라인사업부는 삼성그룹 계열사는 참여하지 않고, 유니텔 직원들이 100% 출자해 종업원 지주제 형식으로 가게 된다.
분사하는 과정에서 삼성그룹 계열사가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비전이 없기 때문 아니냐는 질문에 유니텔쪽은 '삼성이 원래 큰 돈을 벌 수 없는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는 것이 그룹 방침”이라고 시인하면서도 '하지만 독립하면 지금의 적자구조를 청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롭게 출발하는 온라인사업부 직원은 60명이고 40여명의 직원이 명예퇴직을 했다.
분사한 후 본격적인 투자유치에 나설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주주 구성 후에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리안도 분사를 계획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9월에 분사한다는 방침이다.
천리안은 이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올해 초 400명 수준이었던 인력을 현재 192명까지 줄인 상태이며, 올해 말까지 110명선으로 더 줄이기로 했다.
넷츠고는 지난해말 200여억원의 마케팅 비용까지 들여 서비스를 유지하려고 했지만, 결국 고전을 면치 못하고 SK텔레콤의 유무선 포털서비스 ‘네이트’에 흡수되게 됐다는 후문이다.
SK텔레콤은 내년 1월 넷츠고, OK캐쉬백닷컴, 엔탑 등 3개 유선 포털사이트를 통합해 그룹 차원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넷츠고의 현재 인력이 150여명이기 때문에 통합과정에서 인원감축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하이텔도 한통이라는 그룹적 차원에서 중복투자를 정리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포털사이트 한미르와 하이텔이 통합하고, 1년 동안 하이텔이 위탁경영을 하게 된다.
한국통신의 바이앤조이는 하이텔내 전자상거래부문인 이하이텔과 통합되어 분사한다.
그리고 네트워크 사업은 한통쪽이 전담한다는 구상이다.
나우콤은 이미 1년 반 전부터 PC통신 업체의 이미지에서 탈피 웹화를 서둘렀고 현재는 다양한 서비스를 모색중이다.
특히 나우콤은 내년 1천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인터넷 전용복권 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기존의 스크래치 방식에서 벗어나 오락성을 부가해서 내년 1월 중 자체 서비스로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며, 이미 중국 업체와도 MOU를 체결해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어떤 수익모델로 가는가? 이미 인터넷 기반 포털서비스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기존 PC통신 업체들이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을 낼 것인가가 관심거리다.
현재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도 여전히 수익모델에 굶주리고 있기 때문이다.
천리안 노순석 상무는 '그런 의미에서 현재 PC통신 업체들이 유료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기존 포털들과 다른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피력했다.
그동안 PC통신 업체들은 웹화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유료가입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골몰했다.
하지만 유료회원은 줄었어도 여전히 이들은 수요 수익원이라는 점과, 이들이 기존 온라인 서비스의 마니아층이라는 점, 유료 서비스에 익숙한 회원이라는 점 등은 '이를 웹서비스에서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공통된 견해로 모아졌다.
유니텔이 삼성카드, 에버랜드와 제휴해 회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에버랜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거나, 나우누리가 ‘씨네프리’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하는 것들은 다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천리안은 ‘마이천리안’과 같은 개인 맞춤형 포털서비스와 함께 기업들에게는 인터넷 툴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방향을 잡았다.
유니텔은 앞으로 온·오프라인 결합모델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주력 사업화한다는 방침이다.
웨딩포털 서비스인 메리안을 통해 결혼과 관련된 오프라인 업체들과 제휴하는 방식, 유학정보를 제공하고 직접 교육기관과 제휴하는 모델, 퇴직자나 전직자를 지원하는 아웃플레이스먼트 등의 서비스는 대표적인 온·오프 결합모델이다.
하이텔은 한미르 등과 통합한 만큼 콘텐츠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게임이나 콘텐츠몰, 교육포털 사업들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그외에 정보저장 공간을 임대하는 스토리지 서비스도 강화한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는 기존 포털들이 현재 진행중인 비즈니스 모델과 아직은 큰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이 PC통신 업체들이 구태의 틀을 벗고 웹서비스 업체로서 새롭게 경쟁하는 본격적인 시기로 내다보지만, 이미 1천만대의 회원들을 확보하고 있는 대형 포털들과의 경쟁에서 PC통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아직 낙관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또 한가지 걸리는 것은 PC서비스의 브랜드 이름이다.
한때 온라인 서비스의 대명사격이었던 천리안, 유니텔, 하이텔 등은 내부적으로 웹화가 진행되었어도 아직 ‘PC통신’이라는 구식 이미지를 풍기면서 이들 업체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나우누리의 경우도 브랜드 이름을 새로운 웹서비스의 이미지에 맞춰 전환할 것을 시도했지만, 네티즌의 반대에 부딪쳐 결국 바꾸지 못했다.
천리안은 현재 이 문제와 관련해 신중하게 고민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PC통신 서비스가 인터넷과 비교해 여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고급화된 정보와 원하는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이런 장점을 잘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조언한다.
각각의 PC통신 업체들이 구태를 벗고 새로운 웹서비스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터뷰 | 노순석 / 데이콤 천리안사업부 사업부장 상무
유무선 통합 개인화 서비스로 승부

-앞으로의 방향이 궁금하다.
우리 방향은 기존의 온라인 서비스를 웹화하면서 PC통신을 졸업하는 것이다.
우리는 초기에 어떤 방향으로 웹화할 것인가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웹의 방향성을 통일하는 데 몇달 동안 토론과 기획, 그리고 그에 걸맞은 직원 교육에 투자했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계획된 주력사업은 무엇인가? 유무선 통합형 개인화 포털서비스가 될 것이다.
올해 말까지 그동안의 온라인 서비스를 완전히 웹화하고, 이를 통해 개인화된 맞춤 포털서비스를 유선과 무선으로 제공할 것이다.
현재 인터넷 서비스의 핵심은 다양한 디바이스에 개인화된 서비스를 얼마나 잘 맞게 구현하느냐, 그리고 자신의 기호에 맞도록 어떻게 서비스를 개발해줄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이제는 개인의 취향과 창의성을 인터넷 서비스에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마이천리안’은 그런 개념의 서비스다.
-앞으로의 시장은 어떤 구도로 갈 것인가? 앞으로의 시장은 예전 구도가 아닌 웹서비스의 새로운 시장 창출로 보는 것이 맞다.
‘가치가 있다면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것이 요즘 네티즌들의 정서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다른 업체들과 경쟁하기보다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해 나가는 업체가 승산이 있다.
-천리안이라는 이름이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가? 그 부분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다.
브랜드의 가치 판단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문제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에 대해 시장에 근거한 과학적인 조사분석을 진행중이다.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마케팅 계획도 마련하고 있다.
인터뷰 | 문용식 / 나우콤 사장
수익성 있는 사업 발굴 박차

-PC통신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PC통신 업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들을 우리는 1년 반 전부터 해왔다.
PC통신 서비스는 서비스로서는 지속될지는 몰라도 비즈니스 모델로서는 생명력이 없다.
빨리 변신해야 했다.
우리는 빨리 옮겨가는 길을 택했다.
나우콤은 오래 전에 인터넷 베이스로 옮기는 방향을 선택했다.
-인터넷 베이스로 옮기는 것 자체가 수익을 내는 건 아니지 않은가? 물론이다.
수익성 있는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우리에게 그런 대표적인 예가 페이레터다.
이는 e메일 송금 서비스로 개인송금이나 소액결제, 모금 등을 처리할 있는 P2P(개인간) 방식의 페이먼트 서비스 프로바이더다.
올해 1월 사내 벤처로 분사했다.
그리고 개인간 직거래 장터인 채퍼 서비스나 기업대상 SI(시스템통합)와 SM(시스템관리) 서비스도 강화했다.
-그런 모델은 현재 나와 있는 서비스와 비슷한 것 같다.
확실한 것으로 가자는 것이다.
우리의 주력사업은 세가지다.
하나는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다.
채퍼나 콘텐츠몰, 퍼스널 미디어 등이다.
또하나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다.
복표나 복권 등의 인터넷 복권사업과 베팅성 게임, 성인 콘텐츠 등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기업 대상의 SI, SM이나 컨설팅, 웹호스팅 등 B2B(기업간) 사업도 주력사업이다.
-구조조정은 진행중인가? M&A(기업인수합병)는 생각해봤나? 지난해 4월 정직원이 199명이었는데, 현재는 108명이다.
계속 몸집을 줄여나갈 생각이다.
M&A의 가능성에 대해선 주체가 되든 대상이 되든 항상 열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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