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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엔씨소프트, 즐거운 비명
[포커스] 엔씨소프트, 즐거운 비명
  • 이정환
  • 승인 2001.05.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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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란’ 출시·개리오트 형제 영입 등으로 주가 치솟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를 즐겨 한다는 이왕상 LG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의 말이다.
“실제로 초보자들은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게임으로 옮겨가는 경우도 많아요.” 한화증권 정인기 연구원의 말처럼 에피소드7은 유명세에 조금 못미치는 느낌을 줬다.
성장성이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지난 8일, 삼성증권에서 나온 보고서 하나가 엔씨소프트의 주가에 결정타를 먹였다.
강성빈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리니지의 동시 접속자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0만3천명에 이르렀던 최대 동시 접속자 수가 지난 2월을 정점으로 4월에는 9만6천명까지 떨어졌다.
엔씨소프트는 “겨울방학 때는 원래 사용자 수가 적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는데 그 뒤로도 왜 계속 사용자가 줄어드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는 동시 사용자 수를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매출액도 조금씩 둔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용료를 받는 PC방은 더는 크게 늘어나지 않고 월 정액을 내고 쓰는 개인 사용자들도 정체상태에 있다.
게다가 지난달에는 기대를 모았던 일본 진출에 실패했다.
삼성증권은 이런 이유로 엔씨소프트의 투자등급을 한단계 낮췄다.
대우증권도 성장성의 한계를 지적했다.
경쟁 게임들이 잇따라 출시되는 올해 4분기부터는 성장성이 크게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애널리스트들마다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엔씨소프트가 한차례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과연 높은 기대만큼이나 실망도 빨랐다.
먼저 외국계 증권사에서 물량이 마구 쏟아져나왔다.
12만원 가까이 치고오르던 주가는 잠깐 사이에 1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1분기 매출액과 순이익이 각각 296%와 210% 늘어났다는 소식도 주가를 떠받치지 못했다.
새로운 에피소드를 내놓는다는 이야기가 퍼진 것도 그 무렵이다.
7개월 만에 내놓는 여덟번째 에피소드 ‘기란’은 난이도를 크게 낮추고 새로운 기능을 많이 넣었다고 한다.
벌써부터 테스트 서버에는 날마다 3천, 4천명의 동시 사용자 수가 기록된다는 귀띔이다.
엔씨소프트의 에피소드는 자체로 하나의 새로운 게임이나 마찬가지다.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관계없이 기란의 출시와 맞물려 주가는 당분간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다.
1200만명에 이르는 회원들이 떠들썩한 축제에 한몫하게 될 것이다.
주가는 곧 바닥을 치고오르기 시작했다.
즐거운 소식은 이어졌다.
비슷한 무렵, 엔씨소프트가 세계적 게임개발자인 리처드 개리오트와 로버트 개리오트 형제에게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개리오트 형제는 전설적인 게임 ‘울티마 온라인’을 만든 컴퓨터게임의 선구자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엔씨소프트는 개리오트 형제를 비롯한 미국 게임 개발자 20명을 영입해 본격적으로 미국 진출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차례 엔씨소프트를 후려쳤던 삼성증권은 “현재 낮은 브랜드 인지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해외 시장 진출에 크게 공헌할 것”이라며 “게임 개발 능력의 상승효과가 기대된다”고 다시 투자등급을 올렸다.
변덕스런 외국인들은 다시 엔씨소프트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일주일 만에 주가는 기록을 깨고 14만5천원까지 치솟았다.
과연 엔씨소프트는 ‘성장성의 한계’라는 우려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에피소드8은 사용자들을 다시 한번 폭발적으로 끌어모을 수 있을까. 반짝 뛰어오른 주가는 이런 질문들을 감당하기에 조금은 부담스러워 보인다.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이 먹혀들어야 한다.
개리오트 형제들이 한몫을 하게 될까. LG투자증권 이 선임연구원은 엔씨소프트의 적정주가를 15만원으로 보고 있다.
이제 오를 만큼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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