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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LG전자, 본격적인 지주회사 체제로
[초점] LG전자, 본격적인 지주회사 체제로
  • 장근영 기자
  • 승인 2001.1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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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화학에 이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승부수 띄워 LG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행보가 가속되고 있다.
올해 4월 LG화학은 사업지주회사인 신설법인 LGCI와 LG화학, LG생활건강 등 3개 회사로 쪼개졌다.
지난 11월15일에 LG는 다시 LG전자를 순수지주회사인 LGEI와 사업자회사인 LG전자 개사로 분할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LG그룹은 그룹 성장의 두축인 LG화학과 LG전자를 중심으로 지주회사를 만들고, 2003년에는 모든 LG그룹 계열사들을 가칭 ‘LG홀딩스’라는 지주회사 아래에 묶을 계획이다.
국내의 다른 재벌들이 흉내도 내지도 못하는 사이에 LG그룹은 거대한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는 내년 4월까지 분할을 마무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와 연관성이 큰 LG필립스LCD·LG필립스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은 LG전자 사업자회사 밑에 손자회사 형태로 묶이게 되고, LG텔레콤·데이콤·LG산전 등은 지주회사인 LGEI 아래에 둥지를 틀게 된다.
LG, 내년 4월 전자를 중심으로 2단계 지주회사 추진 지난 4월 분할된 LG화학은 현재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지주회사 설립 당시보다 시가총액이 50% 가까이 높아져 시장의 호의적 평가를 받은 것이다.
지주회사인 LGCI는 출범 당시보다 주가가 많이 빠졌다.
LGCI는 올해 4월 거래개시 가격인 2만9700원에서 한때 액면가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LG화학 주가가 크게 올라 전체적으로 시장반응은 호의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LG전자의 분할은 화학과는 많이 다르다.
LG화학이 서로 다른 업종을 분할한 것인 데 비해 전자는 업종 연관성, 마케팅과 유통의 긴밀성 등을 고려해 사업부문을 분할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직계열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지주회사는 87년까지 국내에서는 금지돼 있었다.
지주회사는 적은 자본으로 덩치 큰 회사들을 지배할 수 있어, 대주주가 부의 세습 등을 용이하게 할 수 있고, 지주회사에서 모든 경영관리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오너의 전횡이 우려됐다.
LGCI가 출범할 당시에 많은 사람들은 그동안 구 회장 일가의 깨끗하지 못한 경영 등을 염려해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했지만 현재 시장은 지주회사 자체에 대해서는 호의적으로 보고 있다.
현대증권 황형석 연구원은 '주가 측면에서 볼 때 LGCI는 많이 떨어졌지만 LG화학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전체적으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전례 때문인지 LG전자 역시 발표 이전에 미리 주가가 올랐다.
지주회사 출범은 사실상 호재였던 셈이다.
LG그룹은 지주회사를 통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경영투명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다.
우선 지주회사는 편입된 자회사 가운데 상장사 지분을 30% 이상, 비상장사는 50% 이상 보유해야 한다.
계열사들끼리 상호출자가 금지되기 때문에 현재 순환출자 형태로 얽혀 있는 재벌계열사들의 편법지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즉 지주회사제도는 출자구조를 단순화해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LG 구조조정본부 유원 부장은 '지주회사는 사업자회사에 대해 포트폴리오 관리에 치중하고, 자회사는 고유사업에 전념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주회사는 사업자회사에 대한 소유지분의 매각과 취득 등을 통해 돈 되는 사업은 지원하고 한계사업은 팔아치우는 등 보다 가벼운 경영을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LGCI 이번주부터 공개매수 들어가···전자도 경영투명성은 나아질 것 LG그룹은 현재 지주회사로 가기 위한 부채비율 조정과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확보에 관한 계획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LG전자를 분할할 경우 사업자회사인 LG전자의 부채비율은 225%에 이른다.
이를 벌어들인 이익과 유가증권 매각 등을 통해 내년 말까지 210% 이하로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150%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전자 지주회사인 LGEI는 내년 4월에 분할할 때 부채비율을 52% 수준에 맞추고 2004년 이후에는 30%로 끌어내릴 방침이다.
생명과학 부문에 특화해 사업지주회사 형태로 운영되는 LGCI의 부채비율은 분할 당시 120%대였는데, 순수지주회사는 감당할 수 있는 금융비용 등을 감안할 때 부채비율이 100%를 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일과 함께 자회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LGCI는 현재 LG화학, LG생활건강, LG홈쇼핑 등 자회사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신고서를 제출해놓은 상태다.
당장 이번주부터 12월15일까지 공개매수에 들어간다.
LG화학 등 3개사의 주주들로부터 청약을 받아 주식을 현물 출자받고, LGCI의 주식을 신주발행해 교부하는 현물출자·신주발행 방식 형태로 지분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LG화학 보통주 1763만6천주(27.4%) 등 3개 회사 주식을 공개매수할 경우 LGCI는 상장사 지분 30%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LGEI역시 LG전자의 주식을 사들이는 방법도 있지만 LGCI와 같은 방법으로 자회사 지분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LG전자의 자사주 주식을 제외하고 LGEI는 전자지분 21%를 공개매수 등의 방법으로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LGCI가 이번주부터 들어가는 공개매수에 당장 얼마나 많은 주주들이 참여할지도 관심거리다.
참여가 미미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리지만 LGCI는 공정위 규정에 따라 출범 2년 이내에 지주회사 요건을 갖춰야 한다.
공개매수가 여의치 않을 때는 지분 요건 부족분을 시장에서 매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유동성 부족에 대한 의문도 제시되지만 LG쪽은 별 무리없이 변혁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LGCI에서 개발한 퀴놀론계 항생제 ‘팩티브’에 대한 미국 FDA(미식품의약국)의 재심의 결과가 내년에 나올 예정이어서 승인만 받으면 굉장한 호재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 주가는 이를 부정적으로 보고 상당히 빠져 있는 상태다.
LGCI는 조만간 생명공학부문을 떼내고 순수지주회사로 바뀔 계획이다.
이후 2003년께 두개의 지주회사가 통합되면 LG지주회사라는 큰 그림은 완성된다.
LG그룹은 그동안 200여명의 특수관계인 때문에 경영투명성이 의심받아왔다.
올해는 지주회사 실험과 함께 투명경영에 대한 기대감으로 데이콤 등 몇몇 계열사를 제외하고 주가가 상당히 뛰어올랐다.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면서 부실 계열사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힘들어진다.
LG전자도 지주회사 밑에 재편되면서 직접적으로 LG텔레콤 등을 지원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진다.
대우증권 도철환 연구원은 'LG전자의 텔레콤의 통신서비스 사업에 대한 자금부담이 완화되지만 LG텔레콤의 문제는 LGEI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한다.
LG그룹은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다른 재벌들도 LG의 변신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삼성이나 SK와 같이 덩치 큰 기업들도 의지는 있지만 삼성전자나 SK텔레콤과 같이 주가가 무거운 회사들을 갖고 있어 지주회사로의 변신은 힘들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그룹 지배구조를 바꾼다고 회사실적이 확연히 나아진다는 뜻은 아니다.
좀더 합리적인 경영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지만 결국 수익성을 끌어올리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관심사다.
현대증권 황형석 연구원은 '국내의 동원산업이나 외국계 회사들의 사례를 볼 때 시장대비 수익률이 오르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반반'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국내 재벌그룹의 유일무이한 이 실험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재벌의 변신 못지않게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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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제도

지주회사는 주식 소유를 통해 자회사를 지배하는 회사다.
다른 회사를 지배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가 순수지주회사, 지배하는 일 외에 사업까지 영위하는 회사가 사업지주회사다.
생명과학 사업을 하면서 다른 회사를 거느리는 LGCI는 사업지주회사, LGEI는 순수지배회사 형태를 띠게 된다.
LG그룹은 궁극적으로 이 둘을 통합해 가칭 ‘LG홀딩스’라는 순수지배회사 형태로 갈 계획이다.
또 국내의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금융부문 자회사를 둘 수 없어 LG카드 등 금융관련 계열사들은 떨어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LG유통을 비롯한 서비스 업종 등 여타 계열사들은 지주회사의 우산 아래로 모여든다.
자회사의 배당을 수입원으로 하는 지주회사는 자회사의 경영성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지주회사는 자회사들의 경영전략 방향을 수립하고, 사업을 인수하고 매각하는 일, 자회사의 지분을 처리하는 일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일을 하게된다.
지주회사 아래에 있는 자회사들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일, 지분율 관리, 재무성과를 측정하는 일 등도 지주회사 몫이다.
주주의 부를 극대화하는 것이 지주회사의 주된 목적인만큼 주주와 자본시장의 의사소통에도 적극 개입한다.
지주회사는 자회사 업무에 관여하는 정도에 따라 재무관리형, 전략통제형, 전략입안형으로 나눌 수 있다.
재무관리형은 자회사 업무에 최소한으로 개입하지만 재무성과에 대해서는 민감하다.
전략통제형과 입안형은 좀더 적극적으로 자회사 일에 관여하는 형태로, 특히 전략입안형은 자회사가 사업계획을 세울 때 항시적인 컨설턴트 역할을 하게 된다.
형태야 어떻든 지주회사라면 자회사의 재무관리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주주의 신뢰를 얻는 게 지주회사가 성공하기 위한 첫번째 요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최인호 연구원은 '지주회사는 부의 세습을 용이하게 하는 측면이 있지만 경영권 남용을 막는다는 점에서 소액주주들에게 유리하다'고 말한다.
여하튼 내년 가전제품의 경기가 풀리면 화학부문과 함께 LG그룹의 맏형 역할을 하는 LG전자의 발걸음도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 변신뿐만 아니라 경제상황도 LG그룹을 도와준다면 LG의 실험에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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