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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다이얼패드, 화려한 날은 가고
[기업분석] 다이얼패드, 화려한 날은 가고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1.1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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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모델의 실패인가, 사업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대가인가.
지난 11월15일 새롬기술 www.serome.com의 미국 자회사 다이얼패드커뮤니케이션 www.dialpad.com의 파산위기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기 원인이 인터넷전화 사업의 한계인지, 아니면 새롬기술의 운영방식에 문제가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새롬기술을 둘러싸고 한편의 드라마와 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다이얼패드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이 전해지자 같은 날 새롬기술은 추가 자금지원을 중단한다는 결정과 함께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매출의 81%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별정통신사업 영역(00770)과 유료화 전환 이후 비용이 조금씩 절감되고 있는 VoIP 통신사업 영역(인터넷전화)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비통신사업은 분사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에는 장기적인 성장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평가받던 차세대 동영상 압축기술인 MPEC4부문의 분사도 포함돼 있다.
이어 오상수 사장은 사재를 털어서라도 미국 다이얼패드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21일 오상수 사장이 전격적으로 대표이사를 사임하고 한윤석 부사장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발표했다.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자 몇가지 의문이 꼬리를 물며 터져나왔다.
미국에서 그토록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다이얼패드가 고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국내 상황도 비슷하지 않을까, 오상수 사장의 사재로 과연 다이얼패드가 살아날 수 있을까, 앞으로 새롬기술은 어떤 변화를 보일까 하는 것 등이다.


우선 미국 상황만을 놓고 본다면 시장 상황과 새롬기술 모두에게 반반씩 책임이 있다는 평이다.
미국에서 인터넷전화 ‘엘디’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큰사람컴퓨터 www.iyagi.net 이영상 회장은 '3개월 전부터 다이얼패드가 어렵다는 소문이 미국에서 돌기 시작했으며, 개인 대상 인터넷전화 사업은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것을 다이얼패드가 극복하지 못한 것 같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한다.
다이얼패드와 함께 윈도우XP에 함께 탑재된 델타쓰리도 회사 상황이 어려워 다른 회사에 팔렸고, 최초 업체로 손꼽히던 넷투폰도 최근 45%의 직원을 줄인다는 발표를 할 정도로 미국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내 업체들도 어려운 이유는 몇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미국내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7%가 시사하듯, 빈약한 인프라 탓에 인터넷전화가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초고속망이 부족하다 보니 통화 품질과 서비스 안정성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보스턴 아이파크 안홍철 소장은 '미국 전화요금 체계는 한국처럼 시간에 따라 요금이 올라가는 ‘미터제’가 아니라 ‘정액제’라 장시간 인터넷 사용에 따른 요금부담이 거의 없어, DSL, ADSL 등 초고속인터넷을 굳이 선택할 만한 인센티브가 적다'며 초고속 망 보급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인프라 완성에 적어도 4~5년은 걸릴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유료화 모델을 선택했고, 기업시장으로 눈길을 돌려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다이얼패드는 무료 모델로 시작해 이런 변화가 쉽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CMGI와 새롬기술로부터 투자를 받을 당시 다이얼패드의 월 서비스 유지비용이 약 200만~300만달러라 펀딩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CMGI로부터 펀딩을 받아 놀라웠다.


그 당시 펀딩 금액만 보면 대략 올해 9~10월 경이면 대부분 소진될 것으로 예측됐다.
' 이영상 회장은 만약 한국의 새롬기술도 현금이 적다면 마찬가지 상황이 될지도 모르지만, 새롬기술은 워낙 현금을 많이 확보하고 있고 다른 수익모델도 있어 다를 것이라고 덧붙인다.
다이얼패드도 2001년 봄 유료화를 시작하며 수익을 내려는 시도를 했지만, 시장 환경도 좋지 않았고 지난 여름 마지막으로 추진한 추가 펀딩이 실패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이제까지 투자사들이 다이얼패드에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은 약 890억원으로, 38% 지분을 가지고 있는 새롬기술은 4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1400만 회원을 거느리고 미국내 인터넷전화 시장에서 22%의 점유율을 보유하며 1위 자리를 지켰던 다이얼패드는 ‘무료 모델’이라는 기반이 힘을 잃고 쓰러지자 함께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다이얼패드가 유료화로 돌아서자 미국내 다른 유료 서비스 업체 이용량이 크게 늘었다는 현지 소식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이얼패드가 유료화를 택한것은 결국 넷투폰과 비슷한 모델을 따라가는 건데, 새롬기술보다 훨씬 돈이 많은 넷투폰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으면 상황을 타개하기 힘들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미국 다이얼패드의 상황은 국내에도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타산지석이 아니다.
인터넷전화 서비스 업체인 애니유저넷 관계자는 새롬기술이 처음엔 기술을 인정받았지만 사업을 전개하면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올초 유료로 전환하면서 통화 품질을 높이고 기업시장을 공략한 업체들은 지금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통화품질을 높이는 것 가운데 중요한 게 PC에서 전화를 거는 방식이 아니라 전화를 통해 인터넷전화를 쓰도록 하는 방식을 선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새롬기술은 아직 제대로 된 상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업시장이 점점 확대되는 것이 보이는데도 새롬기술은 그 수혜를 입지 못했다.
' 새롬기술이 여전히 무료로 모은 개인회원에 집착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무료기반 서비스는 다이얼패드가 세계 최초였고, 새롬기술은 그 점 때문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바로 그 점 때문에 새롬기술은 위기에 처하게 됐다.
새롬기술에 열광하던 그 많은 사람들은 모두 허황된 비즈니스 모델에 지나친 기대를 한 것이었을까? 새롬기술의 11만 주주, 그리고 코스닥 벤처 신화에 깊이 매료되었던 많은 사람들은 새롬기술이 이 질문에 어떤 해답을 제시할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오상수 사임, 집착인가 결단인가



새롬기술 오상수 사장이 결국 대표직 사임이라는 강수를 두었다.
미국 다이얼패드의 파산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초강수를 둔 셈이다.
과연 사재 출연까지 불사하고 나선 오 사장의 ‘다이얼패드 일병 구하기’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시장에는 갖가지 추측과 전망이 엇갈린다.


다이얼패드 회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적 전망이 많아 보인다.
다이얼패드가 파산위기까지 몰린 것은 무엇보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유효성에서 찾을 수 있다.
무료 서비스의 한계라는 벽 말이다.
오 사장이 전념한다면 유료 서비스 위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면서 미국내 기존 유료 서비스 업체들과 경쟁에서 이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
더욱이 현재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시급한 생명수는 역시 돈인데, 추가 펀딩도 쉽지 않은 상황. 오 사장 말대로 사재출연 방법이 있겠지만 오 사장의 사재란 보유하고 있는 새롬기술 주식(특수관계인 포함 11.28%로 현시가로 360억원 정도)을 처분해야 나올 수 있다.
장내 매도는 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처분하기도 쉽지 않고 처분한다 해도 다이얼패드 회생에 충분한 자금이 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 사장이 ‘새롬기술 사임, 다이얼패드 전념’이란 칼을 빼든 것을 두고 ‘감정적인 결단’, ‘무모한 집착’이란 말들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라는 얘기다.
하지만 오상수 사장의 처지에서 다이얼패드에 ‘집착’하는 것을 무리라고만 보기도 어렵다.
새롬기술이 걸어온 길을 더듬어보자.

새롬기술은 93년 7월 설립됐다.
한국과학기술원 대학원 동기 4명이 의기투합해 시작한 이 작은 벤처기업의 첫 아이템은 PC로 팩스를 전송해주는 소프트웨어. 1년여의 개발을 거쳐 출시된 ‘팩스맨’이 첫 작품이다.
팩스맨은 성공을 거두었고 96년부터는 직접 모뎀 개발에도 뛰어들어 하드웨어 판매에도 나선다.
팩스맨을 모태로 ‘보이스맨’, ‘데이타맨’, ‘텔레맨’같은 통신 소프트웨어를 연이어 시장에 출시했고 모뎀 사업도 순풍을 타면서 새롬기술은 설립 4년 만에 종업원 100명의 중견 벤처기업으로 성장한다.


‘컴퓨터와 통신’ 기술에 주력하며 성장해온 새롬기술이 코스닥 황제주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극적 변신에 성공한 계기는 역시 인터넷전화 ‘다이얼패드’다.
96년부터 공들여온 미국 시장에서, ‘컴퓨터와 통신’ 노하우의 결정체로 선보인 것이 다이얼패드였고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새롬기술을 한국 대표 벤처기업 자리에 올려놨다.
더구나 미국의 다이얼패드는 오 사장이 96년부터 직접 애써온 작품이었다.


새롬기술 설립 이후 9년간 공들여온 결과물인 다이얼패드에 집착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96년 1월 미국으로 날아가면서 오 사장은 ‘외국 애들은 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것이 있냐’는 오기로 덤볐다고 한다.
오 사장이 이번에는 어떤 오기를 품고 미국행을 선택했는지 알 수 없지만 ‘배경’보다는 ‘결과’가 더 궁금하다.


김상범 기자 ksb2004@dot21.co.kr




인터뷰 | 오상수 / 전 새롬기술 대표

'VoIP는 끝나지 않았다'



-미국에서 다이얼패드 정상화 작업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우선 모든 주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대표이사로서 어찌되었든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광고수익을 통한 무료 모델이라는 것이 이제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변화를 해나가는 데 있어 다이얼패드가 조금 늦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려움을 느꼈고, 그래서 지난 3개월 전부터 새롬기술이 다이얼패드를 인수하기 위해 작업을 진행해온 것이 사실이다.


직접 내사를 해보니 생각보다 경영문제가 심각했고, 3가지가 크게 필요했다.
강력한 구조조정, 채권자들과의 채무관계를 조정하는 것, 그리고 경영권을 장악하는 일이었다.
194명이나 되던 직원을 12명으로 줄여 앞으로의 비용부담은 크게 줄였지만, 그래도 추가자금이 필요했다.
펀딩이 실패하면서 새롬기술이 인수하는 것은 포기했고, 파산으로 가는 것보다 기존 주주들과 논의해 어떻게든 회생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방안으로 나온 것이 사재출연이다.
사재출연을 위해 불가피하게 새롬의 대표직은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를 유지하면서 사재를 출연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현재 정상화 작업을 하는 데 모두 500만달러(약 60억원)가 필요한데, 11월21일 100만달러를 송금했고 앞으로 400만달러를 추가로 낼 것이다.
물론 모두 내 개인 재산이고, 주식을 매각한 것도 아니다.


앞으로 채권자들과 협상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안고 있다.
파산위기를 모면한 것은 아니고 시간을 번 수준이다.
협상결과에 따라 나머지 400만달러를 내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내가 다이얼패드 지분의 50% 정도를, 새롬기술이 44% 정도가 돼 경영권도 확보하게 된다.
다이얼패드의 CEO도 맡을 것이다.



-다이얼패드에 그토록 직찹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회생을 확신하는가?
=새롬기술만 해도 IMF 때 부도위기까지 가다가 재건된 회사다.
결국 우리가 VoIP(인터넷전화)를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무료 모델이라는 것을 포기할 것인가라는 문제였다.
VoIP는 포기할 수 없다.
좀더 빨리 모델을 전환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VoIP의 가능성을 믿는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2년 전 주장했던 모델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됐다.
확률이 25%만 있어도 최선을 다해보는 게 중요하다.
194명이 하던 무료 모델의 회사가 12명의 유료 모델 회사가 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젊고 기술도 있고 기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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