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10-08 16:18 (화)
[e비즈니스] 수수료 ‘0’, MRO 기지개 펴나
[e비즈니스] 수수료 ‘0’, MRO 기지개 펴나
  • 임채훈
  • 승인 2001.05.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엔투비 폭탄선언 이어 지티웹도 3개월 사용료 면제… B2B시장 활성화 기대
엔투비 박금재 이사는 이번 수수료 면제가 일반 오프라인 기업들의 B2B(기업간 전자상거래) 시장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특단의 조처라고 말한다.
일단 기업들을 전자장터로 끌어들여야 B2B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고, 그런 후에야 수수료든 수익모델이든 얘기가 된다는 판단이다.
엔투비는 구매사에서 2%, 공급사에서 3%씩 받던 수수료를 없앤 이번 조처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우선 목표했던 대로 공급사와 구매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1300여 공급사를 올해 말까지 2천개로, 30개인 구매사는 200개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거래액도 애초 목표치를 상향 조정했다.
올 한해 1500억원 정도로 잡았던 예상거래액을 3천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공개형, 예상보다 거래액 적어 B2B 활성화를 위한 엔투비의 노력은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엔투비는 e마켓플레이스를 임대하는 온라인 소프트웨어 임대업(ASP)도 들고나왔다.
현재 산업자원부에서 진행하는 산업부문별 e마켓플레이스에 엔투비의 e마켓플레이스 솔루션과 MRO 품목 데이터베이스를 임대한다는 계획이다.
엔투비의 데이터베이스를 표준으로 만들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엔투비뿐 아니라 지티웹코리아 www.gtwebkorea.com도 MRO e마켓플레이스 활성화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지티웹코리아도 엔투비와 마찬가지로 가입을 원하는 기업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형 e마켓플레이스. 지티웹코리아는 5월 한달 동안 가입하는 고객에 한해 가입 후 3개월 동안 가입비와 사용료 없이 지티웹코리아의 전자구매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전자 카탈로그 제작 비용 할인과 무료 배너광고 서비스 등 각종 혜택을 통해 고객잡기에 안간힘이다.
지티웹 안규호 부사장은 “많은 업체들에게서 문의가 올 정도로 호응이 좋다”고 말한다.
이처럼 거래 수수료와 각종 부가료를 인하하며 고객을 유치하려는 MRO 전문 e마켓플레이스 업체들의 모습을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하고 있다.
구매사와 공급사 사이에서 어떤 이해관계도 없는 제3자가 운영하는 공개 e마켓플레이스가 성과를 보이지 못하자 배수진을 친 것이라는 평가다.
엔투비나 지티웹코리아가 기록한 실적을 보면 업계의 이런 평가가 나올 만하다.
지난해 8월 설립될 때만 해도 엔투비는 국내 MRO 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무엇보다 포항제철, 한국통신, 현대그룹, 한진그룹 등 국내 굴지의 4개 그룹사가 각각 40억원씩 출자, 160억원이라는 자본금으로 설립됐기 때문이다.
포항제철에서 일년간 구매하는 MRO 품목만 해도 1조원이 넘는 규모이기 때문에 4그룹사의 MRO 품목 가운데 10%만 소화한다고 해도 생존은 물론 적지않은 이익을 낼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지난 4월 사이트를 열고 한달 동안 엔투비를 통해 거래된 규모는 45억원이다.
사업 초기인 점을 감안해도 애초 예상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 규모다.
또한 거래된 45억 가운데 상당액이 포항제철 한기업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모든 기업들에게 열려 있는 공개 e마켓플레이스라고 얼굴을 내세우기가 머쓱한 상황이다.
엔투비 관계자는 “사업 초기인 것을 감안해야 한다.
앞으로 곧 거래액이 상승할 것”이라며 성급한 판단을 경계한다.
지티웹코리아도 출발은 화려했다.
세계 최대의 B2B 솔루션 업체인 커머스원의 솔루션과 LG, 삼양사, 금호산업, 현대모비스, 데이콤 등 국내외 12개 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투자해 170억원의 자본금을 갖고 출발했다.
자본금 기준으로 국내 최대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적은 밝히기조차 힘들다.
지티웹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거래액이 너무 미미해 뭐라고 언급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업계 일부에서는 이들의 부진이 ‘공개 e마켓플레이스’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업모델 자체가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영업이익률이 10% 정도는 돼야 기업이 먹고 살 수 있는데 고작 3% 정도의 수수료만으로는 버티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런 공개 e마켓플레이스에 대한 회의론은 국내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버티컬넷 www.verticalnet.com, 플라스틱넷 www.plasticnet.com, 페이퍼익스체인지 www.paper-xchange.com 등이 경영악화로 고전하는 등 다른 나라에서도 거래중개형 공개 e마켓플레이스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구매대행 모델들은 선전 공개 e마켓플레이스 대신 특정기업만 참여하는 폐쇄형 e마켓플레이스들은 선전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이들은 구매대행 모델을 취하고 있다.
회원들의 구매력을 이용해 싼값에 MRO 품목을 구입한 뒤 이를 되팔아 이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한해 동안 1억원 정도의 MRO 품목을 구입하는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개별기업으로서는 내부 업무를 크게 개선하지 않는 한 구매비용을 아낄 길이 없다.
하지만 e마켓플레이스가 이런 기업 10여 군데 모아 한꺼번에 MRO 품목을 대신 구매한다면 10억원이 아닌 9억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1억원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구매대행을 한 e마켓플레이스 운영업체와 참여기업이 1억원의 이익을 서로 나눠갖는 모델이다.
일종의 기업형 공동구매 모델인 것이다.
구매대행이 e마켓플레이스의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입버릇처럼 언급하는 업체가 아이마켓코리아 www.imarketkorea.co.kr다.
지난 1월 130억원의 자본금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아이마켓코리아는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11개 계열사가 고객이다.
아이마켓코리아가 지난 5월 중순까지 주문받은 MRO는 금액으로 450억원이다.
이 가운데 250억원의 자재에 대해 대금지불을 완료한 상태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올 예상거래액이 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들은 기존 오프라인 구매 프로세스도 상당히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I는 기존 오프라인 거래에서는 신규물품 요청에서 발주까지 11일이 걸렸다.
하지만 아이마켓코리아를 통해서는 3일 만에 해결하고 있다.
또 발주에서 입고까지 기간은 8일에서 2일로 줄였다.
그동안 거래를 토대로 유추해볼 때 올 한해 42억원의 원가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올 한해 삼성그룹 전체 계열사의 MRO 구매를 대행할 계획이다.
SK그룹 내 4개 계열사의 MRO 품목에 대한 구매를 대행하는 MRO코리아www.mro.co.kr 도 아이마켓코리아와 같은 구매대행 모델이다.
지난해 11월 사이트를 연 MRO코리아는 올 한해 200억원, 2002년에는 SK관계사의 MRO 거래만 1천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이마켓코리아 박현수 팀장은 “지금까지 상황으로 봤을 때 수수료를 바탕으로 한 거래중개형 모델은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마케팅 차원에서도 여러 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이트를 연 것보다는 한 그룹이 사이트를 열어 자체 물량을 소화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다른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지금 당장은 구매대행의 폐쇄형 e마켓플레이스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개 e마켓플레이스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폐쇄형 구매대행 모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MRO코리아 지계문 팀장은 “MRO코리아도 SK관계사가 아닌 다른 고객들을 끌어들여 공개 e마켓플레이스 모델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공개 e마켓플레이스가 고전하고 구매대행 모델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다소 의외의 말이다.
폐쇄형, 그룹 외부로 세력 확장 그는 폐쇄형 모델은 엄밀히 말하면 오프라인 비즈니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폐쇄형 e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상품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거래규모가 커질수록 비용도 같이 늘어나 이익률은 갈수록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거래중개형 e마켓플레이스는 구축하는 데에 많은 비용이 드는 것에 비해 한번 구축해놓으면 온라인 거래의 특성상 추가 비용이 구매대행 모델보다 적다고 지적한다.
이익률을 따져보아도 구매대행 모델의 경쟁력이 크게 높은 것은 아니라고 덧붙인다.
공개 e마켓플레이스 업체들은 거래액 대비 3~5%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사설 e마켓플레이스 업체들이 구매대행을 했을 경우 개별기업이 구매하는 것보다 6~10% 싼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다.
이것을 구매대행 업자와 구매 기업이 나눠 가질 경우 구매대행 e마켓플레이스가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은 거래액의 3~5% 정도이다.
공개 e마켓플레이스의 수수료와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치다.
결국 구매대행을 한다고 해서 특별히 이익을 더 보는 것은 아닌 셈이다.
공개 e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업체들은 국내에서 구매대행을 하는 업체들의 선전이 그룹차원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공개 e마켓플레이스 업체들은 개별기업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마케팅을 해야한다.
하지만 구매대행 e마켓플레이스 업체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그룹의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각 계열사 하나하나의 규모가 웬만한 중견그룹 수준인 삼성과 SK의 구매력때문에 구매대행 모델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자리를 잡은 것 뿐이라고 깎아내린다.
최근 엔투비와 지티웹코리아가 수수료를 내리면서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은 폐쇄형 마켓플레이스인 아이마켓코리아와 MRO코리아가 그룹내에만 머물지 않고 그 세력을 확장하려는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아이마켓코리아와 MRO코리아가 자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내부 물량만 소화하는 것에서 벗어나 고객 확대에 나서면서 엔투비와 지티웹코리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개 e마켓플레이스 업체들은 일단 고객을 많이 끌어들여 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상품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각종 거래정보를 쌓을 계획이다.
이런 누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부가 서비스를 개발해 부족한 수수료를 메운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처음부터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며 출발했던 공개 e마켓플레이스 업체들과 특정 그룹의 MRO 품목 구매대행을 하며 세력을 키워온 폐쇄형 e마켓플레이스 업체들의 고객 끌기 전략은 누가 이길지 지켜볼 일이다.
지금까지는 폐쇄형 e마켓플레이스 업체들이 선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의 이런 경쟁이 B2B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표준화 서둘러야 낭비 없다
공개 e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업체들은 기존 오프라인에서 구매를 담당하던 이들이 거부감을 갖는 것이 전자상거래 활성화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하던 일을 선뜻 연고도 없는 e마켓플레이스 업체에게 넘겨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개 e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한 업체의 관계자는 “그룹 내의 물량만 소화하는 폐쇄형 e마켓플레이스 업체들은 그룹의 강제성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이런 걸림돌을 쉽게 넘을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표준화 문제도 전자상거래를 꽃 피우는 것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 가운데 하나다.
각 기업마다 상품의 분류방식, 표현방식이 달라 온라인에서 검색, 주문하는 데 많은 불편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공개 e마켓플레이스 업체인 엔투비 박금재 이사는 “산업별 e마켓플레이스가 개별적으로 자체 MRO를 운영할 경우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MRO는 모든 산업에서 다 쓰고 있는 자재이기 때문에 개별 e마켓플레이스 업체들이 자체 표준을 갖고 있으면 나중에 M2M(마켓플레이스 사이의 거래)에 심각한 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개 e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업체에서는 폐쇄형 e마켓플레이스 업체들이 각자 세력을 키우면 마켓플레이스 사이의 연동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공개 e마켓플레이스가 활성화해 업체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세력이 큰 공개 e마켓플레이스 업체의 기준이 표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