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e비지니스] 온라인 음악시장 춘추전국
[e비지니스] 온라인 음악시장 춘추전국
  • 김상범
  • 승인 2001.04.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T 거인들, 음반사와 제휴·출사표 잇따라…수익 창출 여부는 장담 못해
저작권 철퇴에 맞아 냅스터가 비틀대는 틈을 타고 정보기술(IT) 거인들이 온라인 음악시장에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나섰다.
세계 최대의 포털 서비스 업체 야후, 실시간 오디오 전송 서비스 시장의 강자 리얼네트웍스, IT 최고 거인 마이크로소프트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름만으로도 세계 최고 디지털 거인들의 무게가 느껴진다.
이들은 냅스터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딴죽을 걸어온 대형 음반업체들을 등에 업었다.
온라인 음악시장에서도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대형 음반업체들의 이해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거대한 황금시장, 그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엘도라도를 찾은 것인가.
리얼네트웍스·야후·MS, 경쟁 불꽃 지난 2일 워너(AOL타임워너 소속), BMG(베텔스만그룹 소속), EMI 등 3개 대형 음반업체는 온라인 음악 서비스 업체인 뮤직넷 www.MusicNet.com을 합작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실시간 오디오·비디오 전송기술 업체인 리얼네트웍스가 함께한다고 덧붙였다.
리얼네트웍스는 MP3 재생 소프트웨어인 ‘리얼 플레이어’로 잘 알려진 이 분야 최고의 강자. 뮤직넷은 3개 대형 음반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음악을 리얼네트웍스의 실시간 전송기술을 이용해 유료로 서비스하고, 음악파일의 다운로드 판매도 함께 할 계획이다.
AOL은 이미 99년에 스피너닷컴을 인수해 150개 이상의 인터넷 채널을 통해 37만여 곡을 방송하고 있다.
워너와 BMG, EMI는 음반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AOL 주도의 뮤직넷이 리얼네트웍스를 앞세워 시장 선점을 노리자 비방디유니버설과 소니뮤직이 맞대응에 나섰다.
음반시장의 47%를 장악하고 있는 두 대형 음반사는 5일 세계 최대의 포털 야후를 지원군으로 내세웠다.
비방디유니버설과 소니뮤직은 이미 지난 2월 온라인 음악 서비스 업체 ‘듀엣’을 세운 바 있다.
여기에 전세계 1억8천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야후의 저력을 보태 뮤직넷 연합군을 제압하겠다는 속셈이다.
듀엣은 올 여름부터 유료 회원제로 음악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듀엣이 올 여름부터 공급하는 음악파일은 스트리밍 오디오 파일로, PC에서 들을 수는 있지만 녹음기나 CD롬 등으로 복사할 수는 없도록 돼 있다.
또 가입비나 월 이용료를 내지 않으면 전송된 음악파일이 자동삭제되는 장치가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다.
야후를 앞세운 듀엣과 리얼네트웍스를 내세운 뮤직넷의 불꽃튀는 경쟁에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세해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가 운영중인 포털사이트 MSN에서 MSN뮤직 music.windowsmedia.msn.com 서비스를 4일부터 시작했다.
MSN뮤직은 수십만 곡의 음악 및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음악CD도 판매한다.
MSN뮤직은 이용자가 자료실에서 원하는 음악을 찾으면 해당 음악파일을 보유한 음반사 사이트나 인터넷방송국에 연결해 실시간으로 음악을 듣도록 해준다.
이 서비스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9월 6500만달러를 들여 음악 검색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몽고뮤직을 인수했다.
이 서비스는 아직 음악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기능은 갖추지 않고 있고 청취만 가능하다.
뮤직넷이나 듀엣처럼 대형 음반사와 손을 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음반회사들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 다운로드 서비스는 일단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음반사들과 협상을 거쳐 다운로드 판매도 추진할 계획이다.
냅스터, 하반기 유료화로 수성 계획 세계 5대 음반사들이 대형 IT 거인들을 앞세워 온라인 음악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엄청난 시장 잠재력 때문이다.
전세계 음악시장은 연 400억달러(약 52조원)에 이른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이 가운데 2%인 8억5천만달러 정도가 온라인 CD 판매, 음악파일 다운로드 판매 등 인터넷을 통한 유통시장으로 추산하고 있다.
2004년에 이르면 인터넷 음악 유통시장이 전체 시장의 9~10%(53억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피터 역시 2005년까지 온라인 음악시장이 86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올해에만 전체 음악시장에서 9.1%에 이를 것이라는 장밋빛 보고서를 내놓았다.
온라인 음악 시장의 물꼬를 튼 것은 냅스터였다.
온라인 음악 유통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취해왔던 음반사들이 대형 IT 업체를 끌어들여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냅스터를 통해 알게 된 인터넷 유통의 폭발적 파급력 때문이다.
저작권 위반 판결로 냅스터가 휘청대고 있는 사이 합법적 유료 온라인 음악 시장을 만들어보자는 의욕이 보수적 거대 음반사는 물론 IT 거인들까지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냅스터 역시 아직은 쉽게 물러날 태세가 아니다.
냅스터는 올 하반기부터 유료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문제는 음반사들과의 저작권 협상이다.
냅스터가 합법적 유료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음반사들이 저작권 협상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골치다.
냅스터는 결국 미국 의회에 강제실시권(conpulsory licensing)을 요청했다.
온라인 서비스 회사들이 음반회사나 저작권자와 일일이 저작권 협상을 벌이지 않고 일괄적 라이선스로 온라인 음악을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 강제실시권이 받아들여지는가에 따라 냅스터의 화려한 부활은 앞당겨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음반사들은 강제실시권에 대해 냉소적 입장이다.
냅스터의 행크 배리 CEO는 “시장에서 자율적 조정이 실패한 만큼 의회가 나서야 한다”며 의회를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무료에 익숙한 네티즌, 반응 미지수 온라인 음악 서비스 시장에 거인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지만 이들이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무엇보다 온라인 음악 서비스가 과연 유료화를 통해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모델인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한 음악 서비스의 수요가 크다는 것은 냅스터를 통해 확인된 이상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냅스터의 성공은 무료라는 데 있었다.
유료화를 전면에 내세운 거인들의 온라인 음악 서비스가 무료에 익숙한 네티즌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99년 온라인 다운로드로 판매된 음악파일은 100만달러 정도에 머물렀고(포레스터리서치), 지난해에도 냅스터의 열풍으로 다운로드 판매는 큰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국내 상황만 봐도 온라인 다운로드 판매의 시장 가능성을 어둡게 한다.
나눔기술이 운영하는 렛츠뮤직 www.letsmusic.com을 필두로 음악파일 다운로드 판매에 나섰던 서비스 업체들의 성적표는 초라한 수준이다.
지난해 전체 시장규모가 몇천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이제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음반업체들이 직접 시장에 참여했다는 것이 가능성을 점치게 만들기도 한다.
그동안 음악파일 다운로드 판매 등 유료 서비스는 저작권이 없는 온라인 서비스 업체들이 저작권 소유자들과 갈등으로 제대로 영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작권 보유자가 직접 사업에 나선 만큼 저작권과 관련한 갈등은 제거한 셈이기 때문이다.
음반업체와 디지털 거인들이 유료화 서비스에 나선다 해도 냅스터 이후를 노리고 등장하는, 또 등장할 수많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들이 네티즌들의 발길을 유혹할 태세다.
이미 베어셰어나 오디오갤럭시닷컴 같은 유사 냅스터 서비스가 저작권 갈등을 피해가며 네티즌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 1월 62만여건의 접속자 수를 보였던 오디오갤럭시닷컴은 2월 들어서는 1주일 만에 40만건을 기록했다.
베어셰어도 1월 9만명 정도였던 접속자 수가 2월 들어 한주에 12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냅스터의 이탈자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얘기다.
거대 음반업체들의 속셈은 새로운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기보다는 그동안 소홀했던 온라인 유통망에 발을 담가놓고 냅스터 이후의 새로운 도전세력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신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인터넷에서, 새롭게 등장한 기술과 서비스를 막고 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라인 음악 서비스에 서둘러 나섰다는 얘기다.
냅스터가 닦아놓은 길에 거인들이 통행세 부과를 위한 톨게이트를 세웠다.
냅스터의 이탈자를 합법적 네티즌으로 정화하고, 궁극적으로 수익의 원천으로 삼겠다는 거인들의 속내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