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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지니스] 삼성과 SK의 엇갈린 행보
[e비지니스] 삼성과 SK의 엇갈린 행보
  • 임채훈
  • 승인 2001.04.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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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있게 출발한 삼성물산, 신중하게 접근한 SK글로벌... 최근 상황은 역전
인터넷 경매업체 옥션은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두번의 큰 위기가 있었다.
한번은 이베이의 한국 진출이 멀지 않았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다.
세계 최대의 경매업체인 이베이는 옥션에겐 버거운 상대였기 때문이다.
또하나가 삼성물산의 경매시장 진출이었다.
삼성물산은 이베이에 버금가는 위협적인 존재였다.
막강한 조직력과 자본을 바탕으로 한 삼성물산의 진출 소식은 어쩌면 이베이의 그것보다 더 큰 부담이었다.
아무리 시장을 먼저 차지한 옥션이라 하더라도 ‘삼성’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옥션은 올해 초 이베이와 손을 잡으면서 이 두가지 위기를 모두 털어버렸다.
우려했던 삼성물산의 진출은 일찌감치 제껴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옥션은 삼성옥션이 사이트를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크게 걱정할 것이 아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옥션의 경험에 비춰보았을 때 삼성옥션의 B2C(기업소비자간 전자상거래) 경매는 도저히 장사가 안 될 것같았다.

최근 삼성물산은 삼성옥션의 문을 닫고 B2C 영역에서는 삼성몰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삼성물산은 그러면서 지난해 2월 문을 연 인터넷서점 크리센스 운영권을 예스24에 위탁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여행전문 사이트 트래포트를 운영 2개월 만에 닫았다.
다른 대기업보다 한발 앞서 인터넷 사업에 의욕적으로 진출했던 삼성물산이 역시 다른 곳보다 한발 앞서 구조조정을 한 것이다.
삼성은 주춤, SK는 가속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사이트를 열 때만 해도 충분히 타당성을 검토했다고 삼성물산쪽은 얘기한다.
경매, 인터넷서점, 여행사이트 모두 후발주자이긴 했지만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삼성물산이라는 조직과 자본력이면 금방 선두업체를 따라잡을 것으로 자신했다는 것이다.
종합상사의 역할 가운데 새 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금력과 자본이 닷컴의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삼성물산은 인터넷에 관한 경험이 적었다.
전문가가 있었다면 B2C 경매가 온라인 쇼핑몰인 삼성몰과 사업영역이 겹친다는 것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이번 삼성옥션 폐쇄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이다.
여행사이트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견이다.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지금 생각하니 오프라인 매장을 갖고 있는 여행사가 트래포트를 운영했다면 더 나은 결과를 냈을 것같다”고 말한다.
삼성물산처럼 종합상사이면서 인터넷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인 기업이 SK글로벌이다.
SK글로벌은 지난해 2월 정보통신기기 종합 쇼핑몰인 클릭오케이 오픈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3개 서비스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공격적인 마케팅과 영업에 나섰던 삼성물산과 달리 SK글로벌은 지나칠 정도로 신중한 접근전략을 유지했다.
뜨는 시장에 발만 담가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을 정도다.
주목되는 점은 대부분의 사이트가 기존 오프라인 사업의 부가적 혹은 보조적 역할을 위해 기획됐다는 점이다.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온라인을 부가기능으로 가져가겠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신중론이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웠다.
성과면에서 내세울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SK글로벌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SK글로벌은 지난 3월 위즈위드라는 B2C 사이트를 분사했다.
국내 거주자가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물류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국내 거주자가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도 현지에서 물건을 받도록 해주고, 국내까지 운송, 통관, 배송을 해결해준다는 서비스다.
오프라인은 철저히 기존 SK글로벌 망을 사용하고 온라인은 단지 소비자가 접근하기 편한 하나의 채널로만 운영하고 있다.
SK글로벌쪽은 이 사이트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자세히 밝히지는 않지만 SK글로벌이 거느린 해외 네트워크를 비롯해 3700개 주유소, 1600개 011대리점 등 오프라인 물류망을 활용하기 위한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관계자는 전한다.
SK글로벌은 이를 위해 시간과 자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사이트는 지난해 10월 기획에 들어가 5개월 만에 분사에 들어갔다.
다른 SK글로벌이 추진한 인터넷 사업들이 답답할 정도로 신중하게 진행된 것과 비교하면 속도가 매우 빠름을 알 수 있다.
20억원의 자본금도 전액 SK글로벌이 출자했다.
온라인만으론 가치창출 힘들어 SK글로벌의 인터넷 사업을 담당하는 함윤성 상무는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온라인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이런 점은 위즈위드가 아닌 SK글로벌이 운영하는 다른 온라인 사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SK글로벌이 운영하는 클릭오케이나 SK디투디 등 거의 모든 B2C 사이트가 오프라인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온라인 사이트는 단지 영업을 확대하기 위한 창구 정도로만 여기고 있다.
SK글로벌도 닷컴 열풍이 한창이던 지난해 순수 닷컴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SK글로벌은 메가포털을 만들 생각으로 팀을 구성해 막대한 시간과 자본을 투입했다.
그것도 시장의 압박에 눌려 빠른 시간으로 일을 진행했다.
하지만 사이트를 열기 2주 전에 모든 것을 접어버렸다.
실무자들이 폐쇄를 막았지만 함 상무가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함 상무는 “당시에는 마음이 아팠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잘한 것 같다”라고 말한다.
삼성물산이 최근 B2B에 집중하기로 한 것도 삼성물산이 오프라인에서 주력하던 ‘거간꾼’ 노릇에 충실하려는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삼성물산은 화학의 켐크로스, 수산물의 피시라운드, 철강의 GSX, 의료의 케어캠프를 통해 올 한해 25억달러에 달하는 거래를 일으키겠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쇼핑몰 삼성몰도 초기 100% 직영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일부 개별몰에 한해서는 업계의 선두기업에 운영을 위탁하고 있다.
삼성물산 서강호 상무는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선택해 역량을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아웃소싱을 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해도 온라인만으로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사이트 하나를 운영하는 데도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국내 인터넷 산업에 무분별하게 진출했다.
일부에서는 손해만 보고 인터넷은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SK글로벌처럼 비싼 수업료를 치르면서 자신만의 길을 찾으려는 곳도 있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이 효과를 찾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오프라인 위주, 온라인은 보조” SK글로벌 전략사업본부장 함윤성 상무 지난해 4월 SK글로벌 인터넷사업본부장으로 부임한 함윤성(40) 상무는 부서 이름이 전략사업본부로 바뀐 지금까지 보수적 경영으로 유명하다. 덕분에 인터넷 사업에 대한 투자를 적게 해 다른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손해를 보았다. >전자상거래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해도 온라인에서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다. 비즈니스 논리상 안 되는 사업은 대기업이라고 해도 별 수 없다는 것이다. SK글로벌은 전자상거래라는 것을 별도의 다른 영역으로 보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이 중요하다고 본다. >SK글로벌은 B2B가 아닌 B2C에 주력하는 인상을 주는데.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하지만 어디가 더 중요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오프라인 사업을 보완할 수 있는 영역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이번에 시작한 위즈위드도 엄격한 의미에서는 오프라인 사업이다. 온라인은 단순히 수요창출을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 사업을 보다보니 B2B가 상대적으로 적게 된 것뿐이다. >SK글로벌은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신중한 접근을 했기 때문에 인터넷 투자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지난해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했던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래서 보수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결과론적으로는 실수가 비교적 적었다라고 말하지만 아직 이 영역이 어떻게 발전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동안 인터넷 관련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점이 있다면. 오프라인 기반 없이 온라인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오프라인 기반을 그냥 기존 사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은 아니다. 얼마만큼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통제할 수 있는가와 그 오프라인 사업이 산업 전반적으로 얼마나 안정돼 있는 것인가가 중요한 의사결정 포인트라고 본다.
“오프라인의 역할은 온라인 지원”
삼성물산 인터넷쇼핑몰총괄 서강호 상무 최근 B2C 인터넷 사업을 대폭 정리한 삼성물산 서강호(50) 상무는 인터넷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
그는 쇼핑몰의 경우 온라인이 주가 돼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프라인은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을 ‘지원’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다른 대기업보다 의욕적으로 한발 앞서 인터넷 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최근 B2C 사업을 대거 정리했는데. 다른 대기업보다는 빠르게 진출했지만 다른 벤처보다는 시장진입이 늦었다.
경매와 인터넷서점이 그랬다.
트래포트 같은 경우는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여행사에 당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동안 여러 인터넷 사업을 진행해오면서 삼성물산의 직원들이 IT 마인드를 갖게 되면서 지식경영이 가능하게 됐다.
이것이 큰 자산이라고 본다.
>다른 B2C 사이트 대신 인터넷 쇼핑몰인 삼성몰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발표했다.
삼성몰의 분사계획은 애초 올 상반기였지만 최근 이 계획을 늦추었는데 어떤 관계가 있나. 애초 상반기에 외국 자본을 유치해 나스닥에 상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장상황이 급격히 변했다.
투자를 받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처음에 기대했던 가치만큼 평가받기가 어려워졌다.
삼성몰은 준비기간까지 합쳐 삼성물산이 4년 이상 노력해온 사업이다.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
모든 노력을 기울여 올 4분기에는 반드시 흑자를 낼 것으로 자신한다.
>그동안 사업을 진행해오면서 느낀 인터넷 사업만의 독특한 특성이 있다면. 개별 산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아직도 온라인이 주가 되어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오프라인은 단지 온라인의 기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게 적합하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온라인이 시장에서 어떤 포지션을 갖느냐의 문제다.
삼성몰은 다점포 오프라인 물류망을 물류기지화할 생각이다.
삼성의 오프라인 매장인 홈플러스나 삼성플라자의 기능을 활용할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온라인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앞으로 삼성물산은 B2B 사업에 주력한다고 발표했다.
삼성물산이 종합상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B2B에 역량을 집중해 삼성물산의 강점을 십분 살리는 것은 올바른 선택으로 보인다.
인터넷 시대를 맞아 종합상사가 B2B 시장에 늦게 뛰어들면 ‘거간꾼’의 지위를 잃어버릴 수 있다.
앞으로는 많은 산업영역에서 오프라인을 통한 거래는 인터넷을 통한 거래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B2B에 늦게 뛰어들면 상권을 잃게 될 것이다.
물론 단지 마켓플레이스 하나만 운영한다고 해서 B2B 시장에 뛰어들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른 부가사업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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