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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대만 돈다발 한국 공습
[대만] 대만 돈다발 한국 공습
  • 김정환
  • 승인 2000.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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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1억달러 투자 예감…대중화권 금융네트워크 구축이 목표
98년 초 한국이 IMF 경제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외국인에게 투자의 문을 연 이후,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침공하기 시작했다.
대만의 투자 자본들도 이런 열기에 가세해 한국 시장 사냥에 나섰다.
지난 1년 동안 국내 금융·IT벤처에 투입된 대만자본은 무려 1억달러(1100억원)에 이른다.

쿠스그룹(KGI)은 조흥증권 지분 51%를 매입해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이름마저 KGI증권으로 바꿨다.
이 회사는 대신증권의 30% 증자계획에도 참여해 지분 8.68%를 매입했다.
KGI 투자담당 부사장 시몬 닙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한국에 인터넷기업 투자펀드를 설립해 3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정아태(韓鼎亞太)투자회사는 미국지사를 통해 쌍용증권을 인수하고 굿모닝증권으로 이름을 바꿨다.
창투사인 리본캐피털은 정보보안 업체인 해커스랩에 100만달러를 투자했고, 차이나인터내셔널벤처캐피털을 비롯한 6개의 창투사가 컨소시엄 형태로 방송장비 업체인 셀레콤에 4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CDIB가 첨병 총 투자금액 8천만달러 한국 시장 공략의 선봉은 대만 최대의 투자은행인 중화개발공업은행(China Development Industrial Bank, CDIB)이다.
이 회사는 98년 국내에 합작법인을 만들어 스탠더드텔레콤, 한아시스템, 우영 같은 코스닥 등록업체와 리눅스원, 이오테크닉스, 유니콘을 비롯한 20개 이상의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총 투자금액은 8천만달러쯤으로, 한국에 투자된 대만자본의 80%에 이른다.
CDIB는 최근 E*미래에셋증권에 2700만달러(294억원)를 투자했다.
주당 1만1500원에 신주 256만주(지분 11.35%)를 사들여 미래에셋벤처캐피털(31%)에 이어 2대주주가 됐다.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 대신 사외이사 1명만 파견하는 순수한 제휴 차원의 투자다.
미래에셋증권은 CDIB를 포함해 일본,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8개국 주요 증권사간 제휴를 통해 아시아 금융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아시아의 골드만삭스’로 불릴 정도로 이 지역 투자에 적극적인 CDIB는 대만 제1의 개발투자 전문은행으로, 지난 59년 세계은행과 대만 정부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총자산 50억달러(5조7천억원)에 시가총액이 80억달러(9조억원)에 이른다.
현재 대만을 비롯해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미국, 홍콩 등지의 300개가 넘는 회사에 2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회장은 리우타이잉(劉太英) 박사로, 대만의 이전 집권당이었던 국민당 자금담당 총책을 지낸 사람이다.
CDIB는 한국 내 투자를 위해 98년에 CDIB-MBS라는 합작사를 세웠다.
자본금 600만달러 가운데 CDIB가 81.65% 지분을 가지고 있다.
CDIB의 해외사업부 부사장인 토마스 리는 “대중화권을 통합한 금융네트워크를 이루는 게 CDIB의 아시아 지역 투자전략”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성공 재창조할 것 ” 토마스 리 / 대만 CDIB 해외사업 부사장 펀더멘털은 훌륭, 기업 투명성 개선여지 남아…한국 시장에 뿌리내리고 함께 성장할 것 ● 한국의 창업투자 시장에 진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CDIB는 대만 은행법에 따라 지난 40년 동안 비상장기업과 벤처기업 등에 주로 투자해왔다. 현재 비상장기업 투자시장의 60%를 석권하고 있다. 투자수익률(EPS)을 30% 이상 늘려 본사의 가치를 키우는 게 경영의 원칙이다. 그러나 대만에서 경쟁이 심해지면서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게 됐다. 처음엔 해외의 대만인 투자자를 돕기 위해 동남아 지역에 투자했고, 이 경험을 살려 미국에도 진출했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발판으로 아시아 지역 진출에 자신감을 가졌다. ● 한국에 투자를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 금융위기 이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고, 한국의 외국인 투자제한 법규 때문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러다 98년 4월 한국 정부가 금융시장 개방 정책을 펴면서 CDIB-MBS를 설립했다. CDIB의 투자 내역을 보면 알겠지만, 한국 기업과 시장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했다. 98년 12월에야 첫 투자를 시작했다. 한국이 어려울 때 들어와 쉽게 이득을 봤다는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 한국에서 투자정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 CDIB-MBS와 SAI(South East Asia Investment Company)가 핵심 축이다. 주요 투자 대상은 국제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 선도적인 위치에 있는 중견기업이다. 무선통신과 인터넷 장비업체, 반도체 장비와 LCD 장비업체, 그리고 전자부품 생산업체들이다. 98년 한 회사에 1천만달러를 투자했고, 99년에는 19개 기업에 5500만달러, 그리고 올 들어 지금까지 한국에 2천만달러, 일본에 4천만달러를 투자했다. 올해 한국과 일본 시장에 1억달러를 계획했는데, 현재 상황으로 봐선 투자목표를 넘을 것 같다. ● 닷컴기업 거품론이 제기되면서 한국 코스닥 시장도 위축됐다. 이것이 CDIB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가. ○ 장단점이 함께 있다. 코스닥 시장의 영향으로 보유자산 가치에 영향이 있었지만, 반대로 투자 기회도 됐다. 한국이 최저점에 있던 98년은 투자 적기였고 투자회사끼리 경쟁도 심하지 않았다. 99년에만 19개 기업에 투자했다. 올 초 코스닥이 최고가를 기록할 때는 투자 속도를 줄이고 시장을 관망했다. 어떻게 보면 투자하기 힘든 시기였지만,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처분하고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지금은 투자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면에서 적기라고 생각한다. 역시 투자는 타이밍이다. ● 한국의 창투 시장도 경쟁이 심하다. CDIB의 강점은 무엇인가. ○ 일반 창투사는 투자 후 이익창출과 현금흐름 압력을 받아 투자기간이 비교적 짧다. 우리는 투자은행이기 때문에 투자 후 자금회수 압력이 크지 않다. CDIB는 보통 5년 이상의 장기 투자를 하고 있다. CDIB는 동남·동북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관련 산업에서 선두기업만 골라 선택적으로 투자한다. 한국 시장을 위해 CDIB에 10여명, CDIB-MBS에 15명의 전문가를 두고 있다. 일본 시장 투자는 소프트뱅크, 미쓰비시와 협조한다. 이 지역에서 투자 전문 맨파워는 우리가 최강이다. ● CDIB의 투자전략이나 경영목표는. ○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한국 경제와 함께 성장하는 게 CDIB의 목표다. 나아가 대중화권을 하나로 묶어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프라이빗 에쿼티(Private Equity)의 선두가 되고 싶다. 이것이 만들어지면 한국 기업이 다른 국가의 마케팅 파트너를 찾을 때 CDIB가 투자한 회사끼리 협조가 가능해져 글로벌 시장 개척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 미래에셋에 300억원 가량을 투자하기로 한 것도 대중화권 금융망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연결고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 한국 시장을 어떻게 보는가. ○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투자정책이 존재하는 게 문제다. 펀더멘털 측면에서 한국은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시장이 좀더 투명해져야 한다. 특히 기업의 투명화가 선결요건이다. CDIB는 한국 시장에서 뿌리를 내리고 한국인에게 하나의 가족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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