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1억달러 투자 예감…대중화권 금융네트워크 구축이 목표
98년 초 한국이 IMF 경제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외국인에게 투자의 문을 연 이후,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침공하기 시작했다. 대만의 투자 자본들도 이런 열기에 가세해 한국 시장 사냥에 나섰다. 지난 1년 동안 국내 금융·IT벤처에 투입된 대만자본은 무려 1억달러(1100억원)에 이른다.
쿠스그룹(KGI)은 조흥증권 지분 51%를 매입해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이름마저 KGI증권으로 바꿨다. 이 회사는 대신증권의 30% 증자계획에도 참여해 지분 8.68%를 매입했다. KGI 투자담당 부사장 시몬 닙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한국에 인터넷기업 투자펀드를 설립해 3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정아태(韓鼎亞太)투자회사는 미국지사를 통해 쌍용증권을 인수하고 굿모닝증권으로 이름을 바꿨다. 창투사인 리본캐피털은 정보보안 업체인 해커스랩에 100만달러를 투자했고, 차이나인터내셔널벤처캐피털을 비롯한 6개의 창투사가 컨소시엄 형태로 방송장비 업체인 셀레콤에 4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CDIB가 첨병 총 투자금액 8천만달러
한국 시장 공략의 선봉은 대만 최대의 투자은행인 중화개발공업은행(China Development Industrial Bank, CDIB)이다. 이 회사는 98년 국내에 합작법인을 만들어 스탠더드텔레콤, 한아시스템, 우영 같은 코스닥 등록업체와 리눅스원, 이오테크닉스, 유니콘을 비롯한 20개 이상의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총 투자금액은 8천만달러쯤으로, 한국에 투자된 대만자본의 80%에 이른다.
CDIB는 최근 E*미래에셋증권에 2700만달러(294억원)를 투자했다. 주당 1만1500원에 신주 256만주(지분 11.35%)를 사들여 미래에셋벤처캐피털(31%)에 이어 2대주주가 됐다.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 대신 사외이사 1명만 파견하는 순수한 제휴 차원의 투자다. 미래에셋증권은 CDIB를 포함해 일본,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8개국 주요 증권사간 제휴를 통해 아시아 금융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아시아의 골드만삭스’로 불릴 정도로 이 지역 투자에 적극적인 CDIB는 대만 제1의 개발투자 전문은행으로, 지난 59년 세계은행과 대만 정부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총자산 50억달러(5조7천억원)에 시가총액이 80억달러(9조억원)에 이른다. 현재 대만을 비롯해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미국, 홍콩 등지의 300개가 넘는 회사에 2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회장은 리우타이잉(劉太英) 박사로, 대만의 이전 집권당이었던 국민당 자금담당 총책을 지낸 사람이다.
CDIB는 한국 내 투자를 위해 98년에 CDIB-MBS라는 합작사를 세웠다. 자본금 600만달러 가운데 CDIB가 81.65% 지분을 가지고 있다. CDIB의 해외사업부 부사장인 토마스 리는 “대중화권을 통합한 금융네트워크를 이루는 게 CDIB의 아시아 지역 투자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