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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팝탓컴 소리없이 지다
[미국] 팝탓컴 소리없이 지다
  • 이철민
  • 승인 2000.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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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오픈 못한다” 발표…일부선 경영능력에 대한 문제 지적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제프리 카젠버그, 그리고 데이브 게펜이 세운 영화사 드림웍스 SKG는 지난해 말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위해 팝닷컴 www.pop.com이라는 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아폴로 13> 등으로 잘 알려진 론 하워드 감독이 대표로 있는 이메진 엔터테인먼트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대주주인 폴 앨런 등이 팝닷컴의 주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물론 인터넷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서비스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했다.
인터넷 엔터테인먼트의 한계 팝닷컴은 인터넷용으로 제작한 10분 안팎의 단편 비디오와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기존 단편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조금씩 변형해 내보내온 이전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들과 확실하게 금을 긋겠다는 것이다.
아마존 등과 공동으로 ‘팝페스트’(POPFEST)라는 서비스를 시작해, 출품된 30분 이하의 영화나 애니메이션 작품 가운데 가능성이 보이는 작가는 확실하게 키워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사람들의 기대감은 그야말로 ‘팝’했다.
그러나 팝닷컴의 장밋빛 미래는 순식간에 암흑으로 변했다.
지난 9월6일 팝닷컴의 대표 켄 웡은 70여명의 직원들을 대부분 해고할 것이며, 예고한 서비스도 오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터넷이 비즈니스 공간으로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향후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부 핵심 멤버들이 남아 팝닷컴의 미래에 대한 구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팝닷컴의 갑작스런 해체를 놓고 분분한 해석이 잇따랐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팝닷컴이 콘텐츠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한 아이필름닷컴 www.ifilm.com과의 합병이 무산된 것이 이번 발표의 원인이 아닌가 하고 추측한다.
폴 앨런의 벌칸펀드가 5천만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시점을 앞두고, 문을 닫는 것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팝닷컴 내부에서는 경영진의 미숙함이 도마에 올랐다.
엔터테인먼트닷컴 www.entertaindom.com을 비롯해 할리우드의 영화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회사들 가운데 팝닷컴이 가장 관료적이고 비능률적인 조직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팝닷컴이 자폭하면서 언론사들도 파편을 맞았다.
그동안 스필버그, 론 하워드, 폴 앨런이라는 화려한 이름에 현혹돼 팝닷컴을 과대포장해온 그들은 이번 결정으로 ‘신뢰성의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다룰 때는 신중하고 면밀하게 자료를 검증해야 한다는 교훈을 배운 셈이다.
팝닷컴의 몰락은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다른 인터넷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을 선언하고 전진하던 스카우어닷컴 www.scour.com이 최근 62명의 직원 가운데 56명을 무더기로 해고했다.
플래시를 이용한 다양한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던 쇼크웨이브닷컴 www.shockwave.com도 계속 직원들을 해고하고 있다.
켄 웡의 말처럼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아직은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과 같이 고속인터넷 접속 서비스가 일반적이지 않은 미국 시장에서는 엔터테인먼트 관련 서비스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이용자 수가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연 그런 한계가 언제 극복될 수 있을까인데, 요즘 미국에선 낙관보다는 비관이 더 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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