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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지니스] e쇼핑몰, 가격표기 실수 연발
[e비지니스] e쇼핑몰, 가격표기 실수 연발
  • 조진태
  • 승인 2001.04.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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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자 빠뜨려 가격 1/10로 등록… 보호장치 없어 업계 속앓이
지난 3월 말 회사원 김아무개(39)씨는 직장동료로부터 깜짝 놀랄 만한 정보를 귀띔받았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150만원대 펜티엄Ⅲ 컴퓨터를 15만원에 팔고 있다는 거였다.
마침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들이 컴퓨터를 사달라고 졸라대는 바람에 마음의 부담을 느끼고 있던 김씨는 주저하지 않고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했다.
상품을 신청하고 주문 확인서를 발급받은 뒤, 만약을 대비해 사이트 캡처까지 받아놨다.


인터넷 쇼핑몰 이용이 늘면서 여기저기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터진다.
카드 결제 시에 개인정보가 유출된다, 서비스가 자주 다운돼 불편하다, 따위는 이미 오래 전부터 불거진 문제다.
최근 들어선 인터넷 쇼핑몰 담당자가 물건 가격을 실수로 싸게 입력하면서 네티즌과 쇼핑몰 사이에 종종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쇼핑몰 업체의 가격 표시 실수는 의외로 자주 일어난다.
야후 쇼핑에 입점해 있는 ㅇ업체는 최근 17인치 모니터를 포함한 150만원대 컴퓨터 상품을 15만원으로 올려놓았다.
숫자 ‘0’를 빼뜨려 가격이 뚝 떨어진 것이다.
컴퓨터 전문쇼핑몰인 ㅍ회사는 120만원짜리 모니터를 12만원으로 표시하기도 했다.
쇼핑몰의 실수를 알 리 없는 한 고객은 한꺼번에 10대의 모니터를 주문하기도 했다.
결국 이 인터넷 쇼핑몰은 실수를 알아채기까지 100여명의 구매자로부터 170여대의 구매신청을 받는 ‘낭패’를 당했다.
쇼핑몰의 가격 표시 실수가 잦아지면서 이를 전문적으로 찾아다니는 사람을 부르는 ‘가격 헌터’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직장에선 이런 ‘횡재수’를 찾기 위해 업무를 제쳐두고 밤낮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사람도 생겼다.
실제 벤처기업인 ㅇ회사의 한 직원은 60만원짜리 모니터가 6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사실을 찾아내 동료들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이런 어이없는 실수에 대해 당사자인 인터넷 쇼핑몰이 취할 수 있는 조처는 거의 없다.
일일이 전화나 메일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사과하는 게 고작이다.
한 쇼핑몰 업체는 사과를 통해 50%에 가까운 구매자들로부터 ‘구매를 취소한다’는 동의서를 받아냈다.
하지만 나머지 구매자들이 계속 상품 발송을 요구하는 바람에 곤경에 빠지고 말았다.
결국 이 회사는 취소 허락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이에 맞서 구매자들은 소비자보호원 www.cpb.or.kr에 이 회사를 고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주문확인서를 받고 입금까지 마친 구매자와, 인터넷 쇼핑몰 가운데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 것일까. 소비자보호원은 일단 네티즌의 손을 들어준다.
“주문확인서는 법적 효력을 가지며, 구매자는 상품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 담당자들은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쇼핑몰의 실수라는 것을 알면서도 구입 신청을 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상품을 발송할 책임이 없다”고 반발한다.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은 제도적 보호장치를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담당자 실수를 보호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왠지 쑥스러운 구석이 있다.
게다가 네티즌들이 대량 공동구매나 이벤트로 잘못 알았다면 그만이다.
그렇다고 시장가격보다 지나치게 싸게 표시된 물건이 나오면 담당자에게 확인전화를 하라고 네티즌들에게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쇼핑몰 업체들은 대안으로 보험상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현대해상화재 상품기획팀 이병삼씨는 “쇼핑몰 회사에 대한 보장 상품은 거의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한다.
인터넷 쇼핑몰의 보험상품 개발이 활발하기는 하지만 대개 네티즌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것이다.
그는 “상품 담당자의 실수를 보험료율로 산정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결국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이 가격 표시 실수를 보상받기 위해선 네티즌 구매자의 양심에 호소하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끝까지 버티면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
가격 표시 실수라는, 새롭고 지루한 싸움의 해결책은 당분간 나오기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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