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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 바이오 산업의 ‘보물창고’
[테크놀로지] 바이오 산업의 ‘보물창고’
  •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
  • 승인 2001.12.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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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조작으로 생물 성장 조절… 신물질 활용한 신약 개발 연구도 한창 지금까지 바이오 산업에서 각광받은 동·식물은 주로 육지에서 사는 것들이었다.
‘땅 밑에는 감자, 위에는 토마토’라는 유전공학 식물이 나오기도 했지만 ‘미역과 김을 결합한 해조류’는 등장하지 않았다.
바다에 사는 동·식물은 바이오 산업에서는 이제까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지구의 70%는 바다로 덮여 있다.
바다는 사실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유전자 자원으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이다.
바다에 사는 생물들은 육지 생물에는 없는 특이한 기능을 갖고 있다.
진화과정에서 육지 생물들에게서는 사라진 유전자들이 바다 생물에는 여전히 존재한다.
극지나 열수구 등 극한 환경에서 사는 바다 생물은 고온을 견디는 단백질 등 육지 생물에 없는 특수한 단백질을 갖고 있다.
이미 유전공학 기법을 이용해 몇개의 유전자를 조작한 어류를 만들었다.
캐나다에서는 성장 호르몬 유전자를 넣어 최고 30배나 빨리 성장하는 연어와 35배 더 빨리 자라는 미꾸라지를 만들었다.
이 ‘슈퍼 미꾸라지’는 수정 후 최대 40일 만에 팔 수 있는 크기로 자랐고, 단백질은 많고 지방이 적어 고기 질이 뛰어났다.
사료를 단백질로 만드는 능력도 보통 미꾸라지보다 2배나 높았다.
이들을 바다 목장에서 양식하는 데 성공하면 경제적인 가치는 한정된 땅에서 사는 육지 동물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물고기의 유전자 조작은 아직 성장을 빠르게 하거나 질병에 잘 견디는 능력을 갖게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워낙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양한 유전공학 연구가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 전혀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황금 물고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인간의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단백질을 물고기의 근육이나 알에서 만드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바다 생물을 이용한 유전공학의 특징 중 하나는 생물의 성(性)을 비교적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유류나 조류는 한번 성이 정해지면 평생을 그렇게 살아간다.
‘트랜스 젠더’는 고등 동물에게만 있는 꿈과 같은 일이다.
그러나 어류 중에서는 환경에 따라 자유자재로 성을 바꾸며 살아가는 것들이 있다.
어떤 물고기는 환경이 나쁘면 수컷으로, 좋으면 암컷으로 바뀐다.
물고기와 조개는 성에 따라 경제성이 수배에서 수십배까지 차이가 나는 종이 많다.
생명공학을 이용해 마음대로 성을 조절할 수 있으면 같은 물고기를 기르더라도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셈이다.
어떤 물고기는 수정란이나 배아 상태에서 호르몬 처리 등을 통해 수컷 또는 암컷으로 바꿀 수 있다.
사람이라면 원래는 남성이 돼야 할 XY 염색체를 가진 수정란을 여성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물고기를 다시 교배시키면 호르몬 처리 없이도 모두 수컷이거나 암컷인 새끼 물고기들만 태어난다.
실제로 암컷의 경제성이 높은 연어의 경우 모두 암컷이 되는 수정란을 팔고 있는 기업이 점점 시장을 넓히고 있다.
거꾸로 일부러 ‘불임 해양생물’을 만드는 연구도 한창 진행중이다.
물고기나 조개가 성적으로 성숙해질 때는 성장이 둔화되거나 사료를 단백질로 만드는 능력이 떨어지는 등 ‘인간의 눈으로 볼 때’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현재 온도 자극으로 세포 분열을 억제시켜 불임 물고기를 만드는 기술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현재 1만4천여개의 신물질이 바다에서 발견됐으며, 해마다 1천개씩 새로운 물질이 발견되고 있다.
이중 신약 개발을 위해 임상 단계에 있는 것만도 30여개에 이른다.
바다의 생명공학은 1998년 8억달러 규모에서 2010년 163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해양 생명공학이 4대 생명공학 과제 중 하나며, 일본은 98년 이 분야에 10억달러의 연구비를 투자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도 이제 바다 생물에 눈을 돌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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