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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홈쇼핑 절대강자를 가려라
[비즈니스] 홈쇼핑 절대강자를 가려라
  • 이미경 기자
  • 승인 2001.12.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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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19일 현대홈쇼핑이 첫방송을 시작한 뒤, 개국 이틀 만에 3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채널 인지도가 낮은 상황을 감안할 때, 개국 첫날 17시간 동안 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사실은 업계에 파장을 일으킬 만한 뉴스였다.
며칠 뒤 현대홈쇼핑의 실적이 부풀려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단일 품목으로는 단가가 높은 편인 컴퓨터를 집중적으로 판매함으로써 매출액이 높아졌고, 순이익이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싼값에 판매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것이다.
용산 전자상가 상인들이 이 값싼 컴퓨터를 앞다퉈 사들였고, 결국 얼마간 마진이 붙어 소비자에게 되팔릴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현대홈쇼핑쪽은 이런 주장에 대해 '이익이 나지 않는 판매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고, 컴퓨터 판매가 전체 매출의 60%에 달한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35% 정도로 기존 업체의 컴퓨터 매출 비중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좋은 제품을 값싸게 판다고 흠잡을 것도 아니고, 용산 전자상가 상인들도 홈쇼핑채널 시청자임에 틀림없으니 문제가 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업계에 난무하는 이러한 소문은 현대홈쇼핑의 출범을 끝으로 5개 채널 경쟁체제에 들어간 홈쇼핑 업계가 거대한 지각변동을 예감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농수산물TV는 성격이 좀 다르니 제쳐두고라도, 방송을 시작한 지 두달이 지난 우리홈쇼핑과 이제 막 돛을 올린 현대홈쇼핑이 기존 업체인 LG홈쇼핑과 CJ39쇼핑의 매출을 잠식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신규 홈쇼핑 사업자들이 방송을 시작한 뒤에 LG와 CJ는 기존의 매출 신장세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자들은 '신규 업체 등장으로 기존의 유사 불법 홈쇼핑 업체들이 밀려나고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2조원이 넘는 홈쇼핑 시장에서 LG가 1조원, CJ가 7500억원, 그밖에 유사 홈쇼핑 업체들이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던 기존 시장에 신규 업체들이 등장함으로써 유사 홈쇼핑 업체의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LG홈쇼핑 마케팅팀 김형곤 팀장은 '업계 전반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홈쇼핑은 현재 하루 매출액 10억원을 유지하면서 내년까지 연간 5천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홈쇼핑 역시 하루 15억원 안팎의 매출액을 보이며 내년까지 5200억원 정도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홈쇼핑 5개 채널 시대는 비교적 평화롭고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업계 움직임은 ‘폭풍 전야의 고요함’일 가능성이 높다.
홈쇼핑 시장은 향후 10년 동안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황금어장. 지난 1995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홈쇼핑채널은 해마다 100%에 달하는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삼성경제연구소는 올 들어 홈쇼핑 시장이 1조2천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올 연말까지 LG가 1조원, CJ는 7500억원의 매출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두 업체의 매출액만 따져도 예상치인 1조2천억원을 훨씬 웃도는 액수다.
이 보고서는 또 2002년 위성 홈쇼핑채널 개국으로 성장이 가속화돼 2010년에는 17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위주 구매에서 온라인 구매로, 급속한 소비 행태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업체들은 이 황금어장에서 가장 많은 어획고를 올리기 위해 정보망을 총 동원한 시장공략 계획을 세우고 있다.
LG홈쇼핑쪽은 '현대홈쇼핑이 업계 2위인 CJ39쇼핑을 1차 타깃으로 정한 것 같다'며 '그동안 쌓아온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1위 굳히기에 나설 것'이라 호언하고 있다.
CJ39쇼핑쪽은 '현대홈쇼핑은 아직 적수가 아니다.
SO(지역 유선방송사업자)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업계 1위 탈환을 위한 노력이 내년이면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현대홈쇼핑쪽은 '현대백화점의 고급 이미지를 바탕으로 차별화한 상품을 선보여 잠재고객을 끌어들일 것'이라며 두 업체와 거리두기를 분명히 했다.
현재 중저가 상품 위주의 홈쇼핑채널이 미처 공략하지 못했던 신규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홈쇼핑 업계의 지각변동에서 가장 큰 변수는 현대홈쇼핑의 고급화 전략이 성공할지 여부다.
현대홈쇼핑은 애초부터 현대백화점 이미지를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
홍의찬 지원본부장은 '현대백화점 고객의 40%가 전체 매출의 96%를 차지하고 있다'며 '구매가 왕성한 중상류층 고객을 홈쇼핑채널로 끌어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다른 채널에서 판매하는 제품보다는 다소 가격이 높은, 그러나 확실한 브랜드 상품만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매장을 없애고 유통 경로를 단축시켜 저가에 물품을 공급하는 홈쇼핑의 특성을 감안하면 백화점을 TV 안에 옮겨놓은 듯한 현대홈쇼핑의 전략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LG홈쇼핑 마케팅팀 김형곤 팀장은 '고가의 물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매장에서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으며 물건을 사려 할 것'이라며 '백화점과 동일한 물품을 동일한 가격으로 팔 수 없기 때문에, 자칫 그동안 쌓아온 백화점의 고급 이미지만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현대홈쇼핑 역시 이러한 맹점을 잘 알고 있다.
홍의찬 본부장은 '같은 물품을 파는 게 아니라 2차 브랜드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잘 알려진 브랜드에서 홈쇼핑 판매용 기획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백화점 제품보다 20~30% 낮은 가격에 판매한다는 것이다.
LG와 CJ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라고 일축하면서도 현대홈쇼핑의 고급화 전략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현대홈쇼핑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결국 구매력 높은 잠재고객이 대거 시장으로 몰린다는 얘기고, 이는 시장의 파이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후의 강자를 가리는 본격적인 전쟁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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