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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T칼럼] 전문화시대 올바른 직장 옮기기
[DOT칼럼] 전문화시대 올바른 직장 옮기기
  • 이병숙(드림서치대표)
  • 승인 2000.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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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라는 하나의 큰 트렌드가 우리 경제와 사회를 흔든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사람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고 있다.
소수의 우량 벤처기업을 제외하고, 수익모델이 확실하지 않은 닷컴기업 인력들이 외국기업과 국내 대기업의 안정성을 찾아 ‘U턴’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니다.
나스닥이 폭락하면서 미국의 많은 닷컴기업이 도산 위기에 처하자 우수한 인력들이 거액의 연봉과 스톡옵션을 포기하고 봇짐을 꾸리고 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우리가 더 심하다.
벤처로의 이직 열풍도 ‘묻지마’였던 것이다.
벤처기업에서 일하면서 오로지 ‘주식 대박’이 터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능력 향상과 경력 관리는 무시했다.
시류에 편승해 성급하게 내린 결정들이 결국 ‘다시 돌아가는’ 문화를 만들었다.
장기적인 비전이 먼저 서야 한다 ㅅ기업에서 잘 나가던 ㅍ부장은 1억원이 넘는 연봉과 많은 스톡옵션을 받고 올해 초 닷컴기업의 CFO(최고재무관리자)로 옮겼다.
그는 이직하기 전, 그 회사의 사업모델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그렇지만 투자 유치가 거의 불가능해진 지금 무지막지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ㅍ부장은 이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안정된 회사로 옮기고 싶다고 토로했다.
남다른 기대를 안고 15년 동안 일한 직장을 떠난 대가치고는 황량하다.
그의 잘못만은 아니지만, 최종 선택을 한 본인에게 결국 문제 해결의 주된 책임이 있다.
홍보대행사에서 일하던 ㅎ과장은 지난 3월 유망한 전자상거래(B2B) 기업으로 옮겼다.
직급은 차장으로, 연봉도 3천만원에서 4천만원으로 올랐고 스톡옵션까지 받았다.
4년 경력에 비하면 좋은 조건이었다.
지난 5개월 동안 저녁 11시 전에 퇴근한 적이 없을 정도로 밤낮없이 일했다.
벤처기업답게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고 의사결정이 빨라 일하는 게 즐거웠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사장이 외부 투자를 받는다며 대기업 계열사에 지분을 30% 이상 넘기고 말았다.
그는 곧 다른 회사로 옮길 생각이다.
두사람 다 후한 조건에 마음이 끌려 제대로 판단을 하지 못했던 자신이 후회스럽다고 했다.
앞으로는 CEO의 자질, 회사의 비전, 안정성 등을 고려해 직장을 선택할 것이라고 한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닷컴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지만, 그들은 이제 안정적인 외국계 회사나 국내 대기업을 더 희망한다고 했다.
직장을 옮길 때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경력 관리’다.
한 대기업 연구원은 이를 소홀히 해 이직에 애를 먹었다.
그는 연구원 2년, 전자제품 매뉴얼 제작업무 2년, 해외 파견근무를 2년 했다.
연봉을 많이 주는 벤처기업으로 옮겨 2년 동안 일한 후 다시 직장을 옮기려 했다.
그러나 경력의 일관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결국 한참만에야 조그만 업체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경력 관리만 제대로 했더라면, 좀더 빨리 자신이 원하는 좋은 회사에 무난히 들어갔을 것이다.
이와는 달리 전문성을 갖추고 주기마다 회사를 바꾸는 경우가 있다.
미국에서는 전문성만 있다면 계통이 같은 기업을 이곳저곳 들락거린 이력을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장기근속이나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1~2년마다 회사를 옮기는 것을 그리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더 나은 기회, 더 좋은 회사를 찾아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은 분명 중요하고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과 국가 경영에도 장기 계획이 있듯이 개인도 그렇다.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철저한 계획을 세워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이 ‘직장을 옮기는’ 올바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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