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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즈니스] 정의선의 인터넷 야망
[e비즈니스] 정의선의 인터넷 야망
  • 이정환
  • 승인 2000.09.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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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가의 맏손자 오토에버닷컴 대주주…불공정거래 논란 속 관련업체 반발 부딪혀
현대자동차 정의선(30) 이사가 인터넷 업계의 새로운 주목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 이사는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장남이자 현대 정주영 명예회장의 맏손자다.
현대의 봉건적 세습체제가 지속된다면 현대차의 차기 대권을 이어받을 인물이다.

그는 최근 현대차의 인터넷자회사 오토에버닷컴 www.autoever.com과 e-에이치디닷컴 www.e-hd.com의 대주주로 지분참여했다.
때마침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 2, 3세들의 벤처창업을 통한 부당 상속 혐의를 조사하고 있어 현대차는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오토에버닷컴 최대주주, ‘전면등장설’ 유력 현대차 안팎에서는 그가 인터넷 사업에 적지않게 관심을 갖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렇다고 대학원에서 인터넷을 공부하고 그룹의 인터넷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씨처럼 본격적으로 인터넷 사업에 나선 상태는 아니다.
현재로선 그가 미국 샌프란시스코대에서 MBA 과정을 밟을 때 미국의 인터넷 열풍을 체험하면서 인터넷 사업에 매력을 느꼈다는 것 정도로만 알려지고 있다.
그는 오토에버닷컴(자본금 50억원)에 20%의 지분을 갖고 있다.
개인으로는 최대주주이다.
나머지는 현대자동차(25%), 기아자동차(20%), 현대정공(20%), 현대캐피탈(4.9%) 등 계열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직원이 35명인데 대부분 현대차에서 뽑아왔다.
사장은 현대차의 실세 중 한사람인 정순원 부사장이다.
정 이사는 최근 현대차가 설립한 e-에이치디닷컴(자본금 10억원) 지분도 25%나 갖고 있다.
위성영상판매 및 지리정보시스템 구축을 주된 사업영역으로 하는 이 회사의 대표는 현대차 김동진 상용담당 사장이 맡고 있다.
정 이사가 이들 회사의 경영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흔적은 현재로선 포착하기 힘들다.
그러나 그가 대주주인 만큼 경영참여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정 이사가 전면에 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토에버닷컴의 진로는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지난 5월 오토에버닷컴 설립 당시 현대차는 “우선 부품조달과 물류사업 등의 기업간 전자상거래(B2B)를 추진한 뒤 판매노조의 반발이 무마되는 대로 인터넷을 통한 자동차판매(B2C)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쟁업체들과 현대차 영업직원들의 반발에 부닥쳐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자동차 전자상거래 경쟁업체들은 현대차가 오토에버닷컴에만 자동차를 공급한다면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공정위도 오토에버닷컴의 사업계획에 대해 독점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현대차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들이 유통질서를 무너뜨린다고 보고 대리점들에게 전자상거래 사이트와의 거래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해왔으나 오토에버닷컴이 정식으로 활동을 개시하면 이를 규제할 명목이 없어지는 셈이 된다.
오토에버닷컴은 기존 전자상거래 업체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노조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현대차 노조는 오토에버닷컴이 기존 판매조직의 영업권을 침해한다면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판매사업본부의 배정윤 사무처장은 “오토에버닷컴이 판매조직의 강력한 반발을 무시하면서까지 인터넷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B2B 판매만 하겠다” 현대차는 일단 B2B 쪽으로 오토에버닷컴의 사업방향을 맞추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B2C는 오프라인 쪽과의 마찰을 고려해 현재로선 안 하는 걸로 했다”며 “우리가 하려는 부분은 B2B”라고 밝혔다.
재벌 2, 3세들의 벤처창업을 통한 편법 상속의혹 부분에 대해서도 현대차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임직원 파견이나 계열사의 지분참여 등을 투명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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