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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재기의 실험 무대, 아동 백화점
[비즈니스] 재기의 실험 무대, 아동 백화점
  • 이미경 기자
  • 승인 2001.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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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사, 세계적 아동 전문기업으로 재도약 청사진… 유통사업서 활로 찾아 지난 두달 동안, 계몽사는 창사 이래 가장 빠르고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경영진이 바뀌면서 재무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새로운 사업에 대한 구상과 비전이 논의됐으며 필요한 신규인력이 속속 영입됐다.
사원들은 기존 사업을 수익성 위주로 전환하려는 경영진의 방침에 따라 아동교육 출판시장을 탐색했고, 학습지 <계몽회원>을 내놓았다.
전국적으로 800명에 달하는 방문판매 사원들은 부실 위험이 높았던 할부 결제에서 신용카드로, 결제방식을 전격 바꿨다.
안팎으로 대강의 얼개가 짜이자, 경영진은 ‘온리 차일드’(Only Child)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세계적인 아동 전문기업으로 부상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경영 악화와 부도, 법정관리의 시련을 거친 계몽사가 다시 화려한 비상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1999년 1월 계몽사의 부도가 알려졌을 때, 주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한민국 어느 가정에나 50권짜리 계몽사 소녀소녀아동문고나 백과사전이 꽂혀 있을 정도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았고, 자산도 제법 많은 것으로 알려진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64년 창업 이래 단행본 출판을 중심으로 꾸준한 성장을 거듭했던 계몽사는 90년대 초반만 해도 매출 800억원, 방문판매 사원만 4천명에 이르는 업계 1위 기업이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아동전문 서적의 수요가 줄고 수익이 답보상태에 이르자 기존의 경영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대교나 재능교육 같은 학습지 회사들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몬테소리, 구몬 등 외국계 기업의 한국 진출이 활발한 상황이었다.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때였건만, 경영진은 엉뚱하게도 ‘다각화’라는 명목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시도했다.
관계자들은 부도의 결정적 요인으로 골프장 건설을 꼽는다.
97년 경기침체로 대기업도 골프장 인수를 주저하는 상황에서, 경영진은 양평에 있는 K골프장을 인수하고 대대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출판업은 자금 회전율이 연 2회 정도로 현금이 잘 안 도는 장사입니다.
그런데 인수나 설비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골프장에 투자를 했으니 회사 자금사정이 말이 아니게 된 거죠.' 올해 입사 11년인 한 직원의 회고담이다.
문어발식 사업확장, 부도로 직행 IMF 한파로 국내 자금줄이 꽁꽁 얼고 사정이 악화돼 단기차입금 상환이 불가능해지면서, 계몽사의 부도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98년까지만 해도 500억원 수준을 유지하던 매출액은 부도를 맞은 99년에 100억원으로 추락했다.
120여명에 달하던 사원은 30명으로 줄었고,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지난 7월 기업 인수합병 전문회사인 콩코드캐피털아시아(이하 콩코드)에 신주 440만주를 발행하고 경영권을 넘기면서, 계몽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콩코드의 홍승표 회장이 계몽사의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돼 경영 정상화를 진두 지휘했다.
지난 10월5일, 45개월의 법정관리에 종지부를 찍은 계몽사는 매출 신장을 위한 돌파구를 찾아나섰다.
결과는 ‘세계 최초의 아동 전문백화점’이라는 신규 프로젝트의 탄생이었다.
'밟으면 소리가 나는 계단이 있는 백화점을 생각해보세요. 놀이공원과 같은 인테리어에 어린이와 어머니를 위한 모든 상품을 갖춰놓을 겁니다.
단순히 물건만 파는 게 아닙니다.
어린이들이 보고, 놀고, 먹고, 즐기는 문화공간이 될 겁니다.
' 신임 홍승표 대표는 경기도 분당에 들어설 아동전문 백화점이 어린이를 위한 신천지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고급 브랜드 위주로 채워질 아동전문 백화점 EVO에는 호텔을 방불케 하는 병원과 테마파크를 옮겨놓은 듯한 가족 레스토랑 등 각종 편의시설이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계몽사는 이를 위해 분당에 있는 전 뉴코아백화점을 인수하고, 지난달 27일 본격적인 분양에 나섰다.
유통 분야에 경험이 풍부한 실무진도 대거 영입했다.
내년 3월쯤이면 독특한 컨셉의 백화점 EVO를 직접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유통산업 진출이라는 활로를 찾긴 했지만, 계몽사가 갈 길은 아직 멀다.
지난해 매출액은 131억원, 올 상반기에는 91억원의 실적을 보였다.
법정관리 조기졸업과 관리종목 해제는 전적으로 콩코드쪽의 투자에 힘입은 것이다.
홀로서기에 성공하려면, 백화점의 성공은 물론이고 출판사업쪽에서도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여야 하는 것이다.
인수합병 전문회사가 계몽사의 고유한 이미지를 얼마나 온전히 지켜갈지도 관심거리다.
한편에서는 '매출 신장으로 주가를 높인 뒤 기업을 파는 인수합병 회사가 아동 교육출판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 것인가'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홍승표 대표는 '이번 기회에 인수합병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킬 것'이라며 계몽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고의 아동 전문기업을 꿈꾸는 홍승표 대표를 만나봤다.
-일각에서는 ‘수익성을 높여 주가가 뛰면 금새 손을 떼는 게 아니냐’고 염려하는데? =인수합병 전문가가 ‘기업 사냥꾼’이라 불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불리는 것이 몹시 싫다.
가치있는 기업을 살리고, 세계적 수준으로 키워 ‘최고의 경영자’가 되는 게 내 목표다.
내 주식은 법적으로 2년간 처분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 걱정보다는 계몽사의 성장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인수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계몽사는 기업 이미지도 좋고, 자산매각과 경영개선 노력으로 인수 당시 재무상태도 크게 나쁘지 않았다.
공장이 있었다면 아마 안 샀겠지.(웃음) 아동 관련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적재적소에 투자만 한다면, 계몽사의 옛 명성을 금방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인수 당시 계몽사 상황은 어땠나? 두달간의 성과는? =시장점유율이 3~4%에 불과했고, 자기자본 잠식이 심각한 상태였다.
100% 방문판매를 하는 회사인데 CRM을 구축하는 일도 시급했고 전산화 작업도 새로 해야 했다.
외상매출에서 카드 결제로 바꿔 부실을 없애고, 방문판매 사원의 사기도 북돋웠다.
현재 영업실적이 100% 신장된 상태다.
-계몽사를 세계적인 아동 전문기업으로 키우겠다고 했는데, 복안은 무엇인가? =지난 9월에 학습지 시장에 진출했는데, 아직 걸음마 단계다.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사를 교육·양성하는 기관을 만들 것이다.
단행본 출판분야는 축적된 노하우가 있으니 투자를 통해 신상품을 꾸준히 개발하면 된다.
지금 추진중인 아동전문 백화점이 성공한다면 내년까지 300억, 머지않아 1천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때가 되면 미국 3대 증권거래소 중 하나인 아멕스(AMEX)에 상장할 계획이다.
-아동 전문백화점, 어떻게 만드나? =매장은 고급 명품 브랜드 위주로 구성할 것이다.
샤넬 베이비나 아르마니 베이비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브랜드를 모두 만날 수 있다.
다른 층에는 아이와 함께 매장에 오는 어머니들을 위한 명품관이 마련된다.
구매력이 높은 중상류 층을 주요 타깃으로 한다.
여기에 마켓, 식당가, 의료시설과 어린이를 위한 피닉스 클럽이 함께 들어서는데,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놀이공원 같은 분위기로 갈 것이다.
들어서는 순간 ‘재미있다’는 느낌이 드는, 전혀 색다른 백화점을 만들 것이다.
-현재 백화점 관련 진행 상황은? =건물주인 뉴코아와 가계약을 끝냈고 12월 15~20일 사이에 계약과 관련된 절차가 모두 끝난다.
일반 백화점과 달리 분양과 임대를 반반씩 하기로 했다.
백화점 건립에 드는 비용이 분양료를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800억원 규모의 공사인데 분양으로 들어오는 돈이 500억~600억원 정도 될 것 같다.
현재까지 별 문제 없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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