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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벤처캐피털8-대만] 벤처캐피털 '위기의 계절'
[세계벤처캐피털8-대만] 벤처캐피털 '위기의 계절'
  • 타이페이=김상범 기자
  • 승인 2001.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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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세금감면 폐지·불안한 정치… 삼중고 한파 속에 희망찾기 분주 '벤처캐피털로 성공한 나라가 둘, 절반의 성공을 거둔 나라가 둘 있다.
미국과 대만이 성공한 나라이고 절반의 성공을 거둔 나라는 이스라엘과 한국이다.
' 대만 벤처캐피털 업계에 공공연히 나도는 이야기다.
미국이야 벤처캐피털의 원조라고 할 수 있으니 성공한 나라로 꼽히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대만은 어떤가. '대만 산업에서 IT 산업이 차지하는 것은 1조달러(대만달러) 정도다.
여기서 벤처캐피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지나지 않지만 실질적인 효과나 결과에서 보면 금액이나 비중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벤처캐피털이 1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면 민간에서 9천억원의 자금이 따라들어왔다.
국가 전체의 자금이 올바로 유입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왔다.
' 대만 벤처캐피털협회 테레사 양 비서장의 설명 속에는 자부심이 깊게 배어 있다.
하지만 단순히 업계의 자부심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세계 최강의 중소기업 군단’ 대만의 오늘을 있게 한 벤처캐피털의 역할을 무시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대만 벤처캐피털의 시작은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1월 대만 정부가 창업투자회사 설립을 공식 개방한 것이다.
물론 더 앞서서 생각할 수도 있다.
59년에 정부는 ‘중화개발신탁공사(현 중화개발공업은행)’를 설립해 신생기업에게 중장기 자금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73년에는 행정원 안에 ‘개발기금위원회’를 설립해 선진 산업에 대한 자금지원에 힘을 실어왔다.
뒤이어 79년 국영은행인 ‘교통은행’을 투자은행으로 성격을 바꾸고 전문적으로 하이테크 산업에 자금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은 정부의 공적 활동이었고 민간 중심의 실질적인 벤처캐피털은 앞서 말한 183년 정부의 개방선언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대만의 벤처캐피털은 창업투자회사와 공업은행으로 구별된다.
은행법에 의한 공업은행은 중화개발공업은행과 교통은행, 그리고 최근에 새로 설립된 대만공업은행이 있다.
이들은 기업의 중장기 자금지원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며, 개인으로부터 예금 유치가 불가능하고 기업예금만 받는다.
이와 함께 기업,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창투사가 대만 벤처캐피털의 두축을 이루는 것이다.
여기에 규모를 정확히 산출하기 힘든 에인절 투자도 상당한 규모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기의 대만 벤처캐피털 83년 시작된 대만의 벤처캐피털은 96년 이후 미국의 창업투자 열풍과 나스닥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본격적 중흥기를 맞는다.
96년까지 47개에 불과하던 창업투자 펀드가 97년 72개에서 2000년 184개로 급속히 성장한 것이다.
현재 대만 벤처펀드의 대부분이 97년 이후 조성된 것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는다.
97년 이후 매년 40% 이상의 고성장을 이룬 벤처펀드는 대만 하이테크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기불황, 특히 IT 산업의 쇠퇴는 대만의 벤처캐피털에도 혹독한 한파로 다가왔다.
특히 대만 IT 산업의 기반인 미국 시장이 휘청대면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대만 벤처캐피털 업계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첫째는 무엇보다 세계적 경기침체, 특히 미국 경기의 침체다.
99년 대만 IT 산업의 총 매출규모는 470억달러, 이것이 2000년에는 430억달러로 줄었다.
대만 IT 산업 역사상 첫 하락세였다.
'대만 IT 산업의 40%는 미국이 주요 시장이다.
일본과 유럽이 각각 20% 정도, 그리고 10%가 중국 시장이다.
다른 시장은 비슷한데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이 미국이었다.
' 대만 정보산업위원회의 판신차오 부주임은 미국 의존도가 심한 것이 대만 IT 산업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한다.
대만 IT 산업의 위축은 벤처캐피털 업계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대만벤처협회 자료에 따르면 97년 이후 매년 40% 이상씩 증가해오던 펀드 수가 2000년 들어 20%대로 급격히 둔화됐다.
99년 153개에 달했던 펀드가 2000년에 184개로 주춤해버린 것이다.
대만벤처협회 테레사 양 비서장은 '올해는 아직 집계가 안 됐지만 200개 정도에 머물 것'이라며 더 위축된 결과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본다.
세계적 경기불황이라는 어쩔 수 없는 요인말고 대만의 벤처캐피털이 위기에 몰린 이유로 꼽히는 것이 벤처투자로 얻은 소득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의 폐지다.
'투자자들이 벤처캐피털에 투자해 얻은 소득에는 20%의 세금감면 혜택이 주어졌다.
그런데 이것이 2000년 1월부터 폐지됐다.
그 대신 벤처캐피털회사에 20%의 소득세 감면혜택을 주고 있다.
이렇게 되니 개인이나 기업 투자자들이 벤처캐피털에 돈을 맡기지 않아 펀드 조성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았다.
' 대만벤처협회 테레사 양 비서장의 말이다.
소득세 감면 정책의 폐지와 함께 2000년부터 대만에서는 새로운 벤처 투자 풍속도가 등장했다.
대만 정부는 일정금액 이상의 금액을 특정 산업에 투자한 경우 일반 투자자에게 20%의 소득세 감면은 유지시켰다.
이 때문에 개인인 법인 투자자들은 자금의 일부만을 벤처펀드에 넣고, 나머지는 벤처펀드가 투자하는 기업에 직접 투자 형태로 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삼중고의 마지막은 대만 정치의 불안정이다.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대륙인과 대만 본토인 사이에서 빚어지는 끊임없는 갈수록 심화되면서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돌파구가 될 것인가 화련창업투자공사의 로랜드 첸 매니저는 '올해 대만 창투사들이 돈 번 곳이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는 100% 수익률을 올렸다.
주식시장 망가지면 오히려 벤처 투자의 적기 아닌가. 오히려 행복하다'고 말한다.
로랜드 첸은 '조만간 나스닥 등록이 예정된 기업이 있어 큰 돈 좀 벌 것 같다'고 귀띔한다.
예외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대만 벤처캐피털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대만 최대의 벤처캐피털이라고 할 수 있는 중화개발공업은행(CDIB)의 투자부 루이스 우 경리는 '내년에는 벤처투자와 함께 인수합병이나 LBO(?) 같은 새로운 투자 시장을 개척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 '내년 경기도 하반기 이후에나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가 투자한 대만 257개 기업의 수주 물량을 보면 내년 상반기에도 좋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장기적인 전략을 중심으로 이미 투자한 기업의 밸류를 높이는 데 신경을 쓸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만의 벤처캐피털을 만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중국 얘기다.
물론 가능성은 있지만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게 결론이다.
'중국은 안 가면 안 되는 시장이다.
그건 대만뿐 아니라 전세계가 다 그렇다.
하지만 중국의 회계제도가 법적으로 투명성을 보장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리스크가 너무 크다.
현재 우리가 투자한 기업의 상당수가 중국에 진출해 있다.
이들을 통해 스터디하고 있는 상황이다.
' CDIB 루이스 우 이사의 말이다.
대만벤처협회 테레사 양 비서장도 '대만의 많은 기업이 이미 중국에 갔고 이들 기업에 벤처캐피털들이 많이 투자한 상황이어서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중국의 회계제도가 불투명하고 여전히 검은 시장이어서 들어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대만대 치앙종총 교수는 아예 '벤처캐피털이 중국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는 의견이다.
벤처캐피털이 이미 투자한 회사들이 중국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지원하는 간접투자 형태면 되지 직접 중국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그 역시 중국의 회계제도가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은 아니라는 견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은 대만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숙제다.
이미 오래 전부터 정부의 감시망을 피해 투자를 많이 해왔고 정부도 이제는 공개적으로 중국 진출을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에 진출한 대만기업의 3분의 1은 망했다.
또 3분의 1은 진출하든 그대로 있든 마찬가지인 어정쩡한 상태다.
그리고 나머지 3분의 1은 돈은 벌었지만 아무 말도 안하고 있다.
' 현재 대만에게 중국 시장의 의미를 잘 보여주는 말이다.
인터뷰| 국립대만대학교 경영학부 치앙종총 교수
하이테크 분야 전문성을 키워야

대만대 경영학부 치앙종총 교수는 독특한 이력이 눈길을 끈다.
대만 정부가 벤처캐피털에 대한 개방 조치를 취하고 외국계 벤처캐피털의 대만 진출을 허용했을 때인 84년, 행정원 자문역을 맡아 대만 벤처캐피털의 산파 역할을 했다.
이후 85년에 미국 MIT에서 벤처경영학을 공부했고 현재는 대만대에서 금융권 임직원을 상대로 eMBA 강의를 하고 있다.
스스로는 벤처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이기도 하다.
= 세계적으로 벤처캐피털 시장이 안좋은 상황이다.
대만의 상황은 어떤가? - 똑같다.
투자가치가 많이 떨어졌고 그래서 투자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조성된 펀드도 투자자들이 다시 회수하고 있다.
투자한 모기업도 자금 사정이 안 좋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 시장 자체가 겨울이다.
일부 자금이 다른 시장으로 옮겨가긴 했지만 시장에 일정 정도 자금은 있다고 본다.
99년에서 2000년초까지 IPO를 통해 자금을 회수한 회사는 어느 정도 자금을 갖고 있지만 그런 회사는 행운아다.
그런 기회를 놓친 회사들은 지금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대만 벤처펀드의 4분의 3은 97년 이후 유입된 것들이다.
그렇다 보니 투자후 회수할 기간이 그만큼 짧았다.
= 돌파구는 없는가? - 간단하다.
경기가 좋아지면 된다.
지금 봐야 되는 건 중국과 미국 시장이다.
이 두 시장이 좋아져야 한다.
= 대만 정부에서는 바이오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같다.
- 바이오 기술의 상품화는 대만에게는 먼나라 얘기다.
정부에서는 그쪽에 투자한다고 하지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중국의 전통 약품들이 많은데 미국 FDA를 통과할 수 있는 약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건강식품쪽으로 가는 게 맞는 방법이라고 본다.
=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나름대로 투자원칙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CEO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 산업으로 얘기하면 이머징 인더스트리, 예를 들면 네트워크 분야의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투자를 생각하고 있다.
CEO보다는 팀이 중요하다.
그리고 나서 기술력과 제품을 본다.
= 벤처 열풍은 그동안 IT가 주도해왔다.
향후 벤처 열풍은 누가 이끌 것으로 보는가? - 대만 입장에서는 광통신 분야가 잠재력 있다고 본다.
또다른 하나는 인공지능, 정보기기, 그리고 무선 분야에서 가능성 있다고 보는데 문제는 타이밍이다.
= 현재 대만 벤처캐피털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 무엇보다 하이테크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다.
대만의 창투 업계도 거품이 있었다.
지금은 겨울과 같은 시기다.
거꾸로 생각하면 지금이 오히려 투자하기에 적기일 수 있다.
또 하나는 벤처캐피털에게 네트워크만큼 중요한 게 없다.
요즘같은 때는 네트워크를 만들 시기다.
인터뷰| 대만벤처캐피털협회 테레사 양 비서장
네트워크, 광통신,바이오 유망

대만에서 벤처캐피털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협회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그만큼 협회의 중요성이 우리와 비교가 안 된다.
대만벤처캐피털협회를 이끌고 있는 테레사 양 비서장을 만났다.
우리로 치면 협회 상근 부회장쯤 되는 사람이다.
= 벤처캐피털에 대한 소득세 감면 혜택이 줄었다고 들었다.
- 신규 창투사 가입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다.
99년에 정부에서는 학계 전문가에게 의뢰해 창투 업계를 조사했는데 학계에서는 그동안 벤처캐피털이 수익도 많이 얻었고 안정권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정부가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2000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창투사 펀드에 가입을 꺼리기 시작하면서 창투사로 들어오는 돈이 줄어들었다.
여기에 생각지도 못하고 세계적인 경기 불황이 닥쳤다.
또 정치적 불안으로 자금들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하나의 정책이 연쇄반응을 일으킨 사례가 돼버렸다.
= 협회에서는 정부에 건의를 하지 않는가? - 은행, 증권, 투신사, 연기금 등에서 창투사에 투자할 수 있도록 범위와 제한을 없애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 한국돈으로 4조원 정도의 기금조성을 준비하고 있어 기대를 하고 있다.
우리가 투자를 못하면 새로운 산업이 업그레이드될 수 없다는 건의를 많이 하고 있다.
= 한국에 대한 대만 벤처캐피털의 생각은 어떤가? - CDIB가 지난해, 지지난해에 돈을 많이 벌었는데 대부분이 한국서 번 것이다.
현재 대만 창투펀드의 70%는 국내 시장에 투자하고 20% 이상은 미국에 투자한다.
각 창투 매니저들이 틈새시장의 하나로 한국에 진출하고 있는데 규모가 큰 것은 아니다.
CDIB가 움직일 때 따라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 언제쯤 중국에 본격 진출하는 시기가 될까? - 보통 투자에서 회수까지 3~7년 정도 걸리는데 중국 시장은 현재 회수할 방법이 없다.
결국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볼 수밖에 없다.
= 캐피털리스트의 전문성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 200개의 펀드가 구성되는데 18년 걸렸다.
이 펀드를 관리하는 팀만 80개인데 여기에 10명씩만 있다해도 800명이다.
단기간에 이 많은 인력수급이 불가능하다.
각 회사의 사장급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수가 적다.
새로 들어온 사람은 젊고 경험이 부족해서 전문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각 회사에서 실질적인 결정을 내리는 사람의 전문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 앞으로 유망 분야를 꼽는다면? - 유망 분야는 세개를 꼽을 수있다.
네트워크, 광통신, 바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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