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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중국인 입맛 사로잡은 비결
[경영] 중국인 입맛 사로잡은 비결
  • 양우성/ 수원대 강사
  • 승인 2001.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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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숯불고기 체인 ‘설악산’, 상식과 원칙에 충실한 경영으로 중국서 대성공 중국 베이징의 중심가에는 중산층 이상의 중국인들에게 꽤나 유명한 한국식당 ‘설악산’이 있다.
법인명은 ‘설악산찬음오락유한공사’(雪嶽山餐飮娛樂有限公社). LG그룹 등 내로라하는 한국 대기업들도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가 실패의 쓴맛을 본 한국식당 체인사업을 중국에서 보란 듯이 성공시키고 있다.
‘설악산’ 홍순대(55) 사장은 한국에서 건축업을 했다.
공사대금 5억원을 못 받아 동반부도 상태에 빠진 그는 빚을 받으러 150만원만 달랑 들고 채무자가 잠적했다는 중국으로 갔다.
1992년의 일이었다.
그런데 그가 중국에서 찾아낸 채무자는 오히려 그가 생활비를 대주어야 할 정도로 형편이 말이 아니었다.
홍 사장은 비록 빚은 받아내지 못하더라도, 이왕 중국에 간 이상 뭔가 결과를 거두고 싶었다.
부인과 아들이 기다리고 있는 한국에 빈 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우선 당장 살 길을 찾아야 했다.
홍 사장은 남은 돈으로 심양에서 10평 남짓의 점포를 얻어 한국음식점 ‘신라원’을 개업했다.
탁자 6개의 조그만 동네 분식점 수준이었다.
홍 사장은 여기서 2~3년 열심히 일해 모은 돈을 조선족 동포에게 사기 당해 잃고, 얼마 남지 않은 돈으로 재기하기 위해 96년에 심양에 ‘설악산’을 열었다.
지금 홍 사장은 베이징, 친양, 둥베이 3성 등 중국의 주요 도시에 직영점 7개, 가맹점 19개의 체인망을 구축한 외식기업의 오너 겸 경영자가 됐다.
점포당 직원은 최소 100여명, 매장 규모도 보통 500평 정도 되는 대형 레스토랑 체인이다.
한국과 중국 각지에서 투자자들이 돈을 싸들고 찾아와 체인점 개설을 희망할 정도로 궤도에 올라섰다.
그는 유수한 재벌그룹도 실패한 중국내 한국음식 체인을 어떻게 불과 5년여 만에 성공시켰을까? 성공비결은 마치 경영학 교과서를 옮겨놓은 듯 상식과 원리를 충실히 따른 데 있었다.
첫째, 타깃 고객을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으로 과감하게 설정했다.
중국의 신흥 중산층은 한국인과 조선족 동포보다 수적으로 훨씬 많을 뿐 아니라, 그들의 호주머니가 급격하게 두둑해지는 것에 그는 주목했다.
현재 설악산 체인 고객의 90~95%가 중국인이다.
둘째, 메뉴 선정에서 ‘차별화’와 ‘끊임없는 혁신’을 시도했다.
세계적으로 음식문화가 발달한 중국인들에게 생소한 한국음식을 팔아보겠다는 그의 생각은 어쩌면 무모하달 수 있었다.
홍 사장은 중국인들이 고기를 불에 직접 구워 먹어 보지 않았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래서 숯불구이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설악산을 찾은 중국인들은 점차 숯불구이 고기 맛에 매료되기 시작했고,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설악산에서는 모두 200여가지 메뉴를 제공한다.
홍 사장 자신이 직접 끊임없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한다.
매달 매상이 낮은 하위 20개 메뉴는 메뉴판에서 지워 나간다.
중국 고객들은 설악산에 오면 늘 새로운 한국음식을 접할 수 있다.
셋째, 지식경영을 철저하게 실천했다.
그는 중국에 가기 전에는 집에서 밥 한번 지어본 적이 없는 보통의 한국 남성이었다.
건축 일만 해오던 그는 외식산업에 대해 전혀 몰랐고, 한국요리도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그러나 이 일을 시작한 뒤로 요리나 외식사업 경영에 관련된 서적 200여권을 읽고, 책에서 얻은 각종 지식과 아이디어를 현장에 적용해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넷째, 철저한 고객만족 경영을 실천에 옮겼다.
반세기에 걸쳐 공산주의 체제에 길들여져온 중국인들에게는 서비스 마인드가 아예 없었다.
홍 사장은 이런 중국인 직원들에게 아침 저녁 가리지 않고 수시로 ‘고객은 황제’를 철칙으로 강조하고, 공손한 인사 예절에서부터 주문받는 방법까지 직접 교육해 그들의 몸에 배게 만들었다.
식당을 찾은 중국인 손님들은 난생 처음 받아보는 황제 대접에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다.
다섯째, 대부분의 창업가들이 그러하듯 홍 사장은 대단히 검소하고 근면하다.
40대 중반에 빈털터리가 되어, 말도 잘 통하지 않은 낯선 땅에서 어떻게든 생존하려면 덜 자고 덜 먹고 덜 쓰고 더 열심히 일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여전히 좁고 허름한 서민아파트에 살고 있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 도시간 이동은 심야 기차로 한다.
미국의 성공기업 연구로 유명한 콜린스와 포라스는 <빌트 투 래스트>(Built To Last)라는 저서에서 성공기업의 중요한 특징은 회사의 핵심가치, 이데올로기와 비전에 있다고 강조했다.
성공한 기업들은 단순하게 영리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다.
홍 사장은 더 많은 중국사람들이 한국음식을 즐겨 먹게 만드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질 좋은 음식을 어떻게 하면 더 저렴하게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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