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다운 은행이 없고 은행장다운 은행장이 없다”고 어느 장관이 일갈했다.
금융가에 불어닥칠 찬바람의 예고편을 보는 듯하다.
그렇지 않아도 은행 경영진들은 끊이지 않는 2차 구조조정설이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제는 밤잠을 이루기 힘들 것 같다.
은행장들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세간의 비난에 ‘변명’으로 맞선다.
인사를 간섭하는 외부요인과 내부요인 때문에 소신껏 일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정책적 결정이라는 외부요인은 은행장의 권한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 어찌할 수 없다.
하지만 내부요인은 사전에 막을 수 있는 툴이 있다.
바로 ‘밀레니엄 인사정책’이라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은행장을 바꿀 때 부행장은 물론 부행장보 대부분도 한꺼번에 갈아치워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나서 신임 행장은 자기와 가장 팀워크를 잘 이룰 수 있는 경영진을 꾸려 동시에 부임해야 한다.
새로운 경영진 가운데 몇몇은 내부에서 발탁하면 더 좋은 그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관행을 보면 은행장 한사람만 달랑 바뀌고, 다른 임원은 대부분 그대로 남는다.
개중에는 행장이 되어보겠다고 자천타천으로 뛰어다닌 임원은 물론이고, 새로운 행장과 기질적으로 한팀이 될 수 없는 임원도 버젓이 끼어 있다.
신임 행장의 일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처음부터 널려 있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신임 행장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까. 몇년 전 한 지방은행에서 있었던 일이 기억난다.
그 당시 새로 부임한 행장과 전무는 사사건건 의견이 맞지 않았다.
그 불협화음이 신문에까지 실릴 정도였다.
당연히(?) 자기가 행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전무가 새로운 행장을 시쳇말로 엿먹이기 위해 계속 딴지를 걸었던 것이다.
새 행장의 임기가 끝나기를 기다리기에는 전무의 인내력이 너무 얕았던 셈이다.
팀원을 몰고다니는 보이지 않는 리더십 미국의 우수 기업들을 보면 후계자를 정할 때 정말 신중하다.
내부의 보이지 않는 싸움도 치열하지만, 사장과 운명을 같이 하겠다는 각오를 가진 경영진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장과 5~10년을 같이 일하다가 같은 배를 타고 떠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자기가 사장이 되겠다는 ‘야욕’을 키우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경영성과를 올려 사장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윗사람이 물러나야 내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면서 일하는 우리 실정에서 어떻게 좋은 팀워크가 나올 수 있겠는가. 거꾸로 윗사람이 물러날 때 나도 같이 물러난다는 각오로 일하면 얼마나 좋은 팀워크가 이루어질까. 이러한 팀워크를 만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자는 게 바로 밀레니엄 인사정책이다.
기업이 합병할 때 인사정책도 마찬가지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
지금까지 관행을 보면 형평성의 원리에 집착해 전혀 비효율적인 인사정책을 폈다.
예를 들어 갑 기업과 을 기업이 합병했을 때 부장자리를 갑 기업 출신이 하면, 그 밑의 차장은 을 기업 출신이, 그리고 그 밑의 과장은 다시 갑 기업 출신이 했다.
이러다보니 부장 아이디어는 차장이 반대하고 차장 아이디어는 과장이 반대한다.
업무 개선이나 개혁은 안중에도 없고 서로가 다른 기업 출신을 비난하기에 바쁘다.
부서의 팀워크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외국 기업이 조직을 변경할 때 보면 어떤 사람 밑에 누구누구가 반드시 따라다니는 경우를 많이 본다.
마치 분대가 움직이는 것 같이 일사불란한 팀들이 새로운 회사의 주요 부서나 프로젝트에 참여해 성과를 올리고 회사의 발전에 공헌하는 것이다.
이러한 팀을 이끌고 다닐 수 있는 것을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리더십’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우리 기업에도 이러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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