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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T칼럼] 밀레니엄 인사정책
[DOT칼럼] 밀레니엄 인사정책
  • 여인갑(시스코프코리아)
  • 승인 2000.09.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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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인사정책
“은행다운 은행이 없고 은행장다운 은행장이 없다”고 어느 장관이 일갈했다.
금융가에 불어닥칠 찬바람의 예고편을 보는 듯하다.
그렇지 않아도 은행 경영진들은 끊이지 않는 2차 구조조정설이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제는 밤잠을 이루기 힘들 것 같다.


은행장들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세간의 비난에 ‘변명’으로 맞선다.
인사를 간섭하는 외부요인과 내부요인 때문에 소신껏 일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정책적 결정이라는 외부요인은 은행장의 권한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 어찌할 수 없다.
하지만 내부요인은 사전에 막을 수 있는 툴이 있다.
바로 ‘밀레니엄 인사정책’이라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은행장을 바꿀 때 부행장은 물론 부행장보 대부분도 한꺼번에 갈아치워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나서 신임 행장은 자기와 가장 팀워크를 잘 이룰 수 있는 경영진을 꾸려 동시에 부임해야 한다.
새로운 경영진 가운데 몇몇은 내부에서 발탁하면 더 좋은 그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관행을 보면 은행장 한사람만 달랑 바뀌고, 다른 임원은 대부분 그대로 남는다.
개중에는 행장이 되어보겠다고 자천타천으로 뛰어다닌 임원은 물론이고, 새로운 행장과 기질적으로 한팀이 될 수 없는 임원도 버젓이 끼어 있다.
신임 행장의 일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처음부터 널려 있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신임 행장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까. 몇년 전 한 지방은행에서 있었던 일이 기억난다.
그 당시 새로 부임한 행장과 전무는 사사건건 의견이 맞지 않았다.
그 불협화음이 신문에까지 실릴 정도였다.
당연히(?) 자기가 행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전무가 새로운 행장을 시쳇말로 엿먹이기 위해 계속 딴지를 걸었던 것이다.
새 행장의 임기가 끝나기를 기다리기에는 전무의 인내력이 너무 얕았던 셈이다.
팀원을 몰고다니는 보이지 않는 리더십 미국의 우수 기업들을 보면 후계자를 정할 때 정말 신중하다.
내부의 보이지 않는 싸움도 치열하지만, 사장과 운명을 같이 하겠다는 각오를 가진 경영진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장과 5~10년을 같이 일하다가 같은 배를 타고 떠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자기가 사장이 되겠다는 ‘야욕’을 키우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경영성과를 올려 사장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윗사람이 물러나야 내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면서 일하는 우리 실정에서 어떻게 좋은 팀워크가 나올 수 있겠는가. 거꾸로 윗사람이 물러날 때 나도 같이 물러난다는 각오로 일하면 얼마나 좋은 팀워크가 이루어질까. 이러한 팀워크를 만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자는 게 바로 밀레니엄 인사정책이다.
기업이 합병할 때 인사정책도 마찬가지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
지금까지 관행을 보면 형평성의 원리에 집착해 전혀 비효율적인 인사정책을 폈다.
예를 들어 갑 기업과 을 기업이 합병했을 때 부장자리를 갑 기업 출신이 하면, 그 밑의 차장은 을 기업 출신이, 그리고 그 밑의 과장은 다시 갑 기업 출신이 했다.
이러다보니 부장 아이디어는 차장이 반대하고 차장 아이디어는 과장이 반대한다.
업무 개선이나 개혁은 안중에도 없고 서로가 다른 기업 출신을 비난하기에 바쁘다.
부서의 팀워크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외국 기업이 조직을 변경할 때 보면 어떤 사람 밑에 누구누구가 반드시 따라다니는 경우를 많이 본다.
마치 분대가 움직이는 것 같이 일사불란한 팀들이 새로운 회사의 주요 부서나 프로젝트에 참여해 성과를 올리고 회사의 발전에 공헌하는 것이다.
이러한 팀을 이끌고 다닐 수 있는 것을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리더십’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우리 기업에도 이러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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