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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깃발 내린 '인터넷 오륜기'
[미국] 깃발 내린 '인터넷 오륜기'
  • 이철민
  • 승인 2000.08.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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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 웹사이트에 올림픽 방송 금지령…상업화에 알 권리 뺏긴 네티즌 불만 높아 지난 1956년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의장은 TV의 상업성으로부터 올림픽을 지켜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순수한 아마추어들의 잔치인 올림픽에 TV를 앞세운 상업논리가 가세하기 시작했다는 당시의 일반적인 우려를 대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올림픽과 TV는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가 되었다.
상업적인 효과를 크게 하기 위해 프로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할 정도까지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IOC위원들을 중심으로 부정부패가 널리 퍼졌다는 사실은 얼마 전 올림픽 개최지 선정과정의 뇌물 파동을 통해서도 잘 드러났다.
인터넷 올림픽은 물거품으로 남는가 IOC는 이런 부정적인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자신의 세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올림픽 정신보다는 TV방영권을 거액에 구입한 방송사와 엄청난 기부금을 낸 협찬사를 위해 일한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 IOC가 요즘 네티즌들의 도마에 올랐다.
인터넷으로부터 올림픽을 해방(?)시키려 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IOC가 인터넷 웹사이트들의 올림픽 관련 정보 제공을 금지하면서 촉발됐다.
시드니 올림픽의 미국 내 TV방영권을 확보한 NBC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공식 방송사를 위한 조처였다.
올림픽과 관련한 모든 종류의 동영상과 음성정보 제공은 물론 공식적인 보도자료 이용도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시드니 올림픽에서 인터넷은 아무런 역할도 할 수가 없게 됐다.
시드니 올림픽은 그전까지만 해도 최초의 ‘인터넷 올림픽’이 될 것으로 점쳐졌다.
뉴욕과 시드니의 시차가 16시간이나 나서 주요 경기가 새벽에 방영되기 때문에 TV로는 큰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할 수 있는 인터넷이 TV와 당당히 승부를 겨룰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NBC는 이런 악조건에서도 최대한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주요 경기를 생중계하지 않고 밤 황금시간대에 녹화방송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방송 전까지는 인터넷을 포함한 모든 비공식 매체가 경기내용을 미리 알릴 수 없게 해달라고 IOC에 요청했다.
시청률과 광고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계산이다.
이에 따라 이에스피엔 www.ESPN.com, 스포털 www.Sportal.com, 스포츠라인 www.Sportsline.com 등 대부분의 인터넷 스포츠 사이트들은 올림픽 기간 내내 올림픽 소식을 한마디도 전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스포츠 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를 소유하고 있는 CNN의 www.CNNSI.com처럼 공식적인 매체와 연관이 있는 극히 일부만이 이러한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시대에 걸맞은 IOC로 태어나라 문제는 이런 스포츠 사이트들의 딱한 처지가 아니라 상업적인 논리에 네티즌들이 알 권리를 박탈당할 것이라는 점이다.
얼마 전 냅스터를 통한 MP3파일 교환이 불법이라는 판결로 불만이 극에 달해 있는 네티즌들은 이번 IOC 조처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불법으로라도 올림픽 주요 경기를 생중계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물론 이런 시도가 현실화되어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인가는 미지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상업적 논리에 빠져들어 헤어나오지 못하는 IOC에 뭔가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변화를 알아차렸는지 얼마 전 IOC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부터 인터넷 스포츠 사이트들에게도 보도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런 임기응변식 대응이 과연 인터넷 시대에 걸맞은 IOC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데 진정한 도움이 된다고 보는 이들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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