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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당신의 이메일이 쫓기고 있다
[브라질] 당신의 이메일이 쫓기고 있다
  • 오진영
  • 승인 2000.08.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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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절반 이상 ‘감시 프로그램’ 설치…“사생활 보호”냐 “개인이용 낭비”냐 근무 도중 짬을 내 점잖지 못한 내용의 사이트를 들락거리거나 친구들에게 심심풀이로 자주 메일을 보내는 회사원들에겐 별로 달갑지 않은 소식이 있다.
브라질 대기업의 35%가 사원들의 이메일과 단골 사이트 내용을 탐지할 수 있는 ‘감시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것이다.
더욱이 올 연말까지는 절반 이상의 기업이 이런 감시 프로그램 설치를 마칠 것이라고 한다.
“근무환경 인프라, 개인 용도는 절대 안돼” 회사쪽에서는 감시 프로그램을 통해 저속한 내용이나 인종차별, 또는 성차별 편견을 담은 메일을 주고받는 직원을 적발할 수 있다.
상사에 대한 비난이나 동료에 대한 성희롱도 추적할 수 있다.
감시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2만레알(약 1320만원)로 비교적 싼 편이고 설치법도 쉽다.
프로그램 하나로 온라인의 익명성을 만끽하던 직원들의 손발을 꽁꽁 묶어놓을 수 있는 셈이다.
감시 프로그램으로 많이 쓰이는 소프트웨어의 원리는 간단하다.
사용자들이 방문하는 사이트나 작성한 문서 내용 가운데 특정 단어가 일정한 횟수 이상으로 나타나면 이를 체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체의 어떤 부위를 가리키는 말이 많이 담겨 있는 메일 전송이나 야한 사이트 방문을 추적하고 싶다면, 그 단어를 체크 목록에 포함하면 된다.
축구 결승전 다음날이면 축구라는 단어나 결승전에 오른 축구클럽 이름을 목록에 올려놓을 수도 있다.
빈둥빈둥대면서 축구 관전평 메일 보내기에만 바쁜 사원은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직원들의 사생활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냐는 항변이 나오기도 한다.
남의 편지를 뜯어보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저항이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근무환경 인프라를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에 따른 비용낭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일축한다.
미국 시장조사기업인 서프워치(Surfwatch) 조사에 따르면 직원들이 사무와 직접 관련 없는 일 처리를 하는 탓에 인터넷 시스템 유지비용이 30%나 더 들어간다.
바이러스에 걸린 메일 사용 등으로 시스템이 파괴되거나 회사일과 상관없는 용량 큰 파일을 주고받느라 시스템 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인터넷보안시스템 회사가 200여 회사를 상대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도 시스템 정지나 속도저하 이유 가운데 58%가 직원들의 실수 때문이라고 한다.
법적으로도 기업체가 사무기기 및 인터넷 인프라를 제공했으므로 직원들의 사용출처를 관리할 권리가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온라인 감시원 못마땅하다” 회사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직원들 입장에서는 ‘온라인 행동거지’를 일일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게 꺼림칙하다.
동료들과 이메일을 통해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길도 봉쇄된다.
오히려 이메일 내용에 일일이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욱 스트레스를 받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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