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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 바이오인포매틱스
[테크놀로지] 바이오인포매틱스
  •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
  • 승인 2001.1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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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비밀 푸는 ‘열쇠’ 생명 이루는 근본적 정보 분석… 유전자나 단백질 기능 밝혀내 질병 치료 현재 미국에서 대졸 신입사원 초임 연봉이 가장 높은 직업은 어떤 직업군일까? 금융기관이나 법률사무소를 먼저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첫 연봉이 가장 높은 직업은 ‘바이오인포매틱스’(생물정보학) 전문가다.
인간 유전자를 분석하는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되면서 생물정보학 전문가의 초봉은 20만달러가 넘는다.
수요는 워낙 많은데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생물정보학 분야는 수백명의 인력이 필요한데 전문가는 수십명에 그치고 있다.
생물정보학은 말 그대로 생물 안에 있는 정보를 다루는 학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유전자의 염기서열이나 단백질의 아미노산 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인간 유전자의 염기 서열을 밝힌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바로 생물정보학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0’과 ‘1’이라는 두개의 디지털 코드로 이뤄져 있듯 인간의 유전자는 ‘AGCT’라는 4개의 코드로 이뤄져 있다(이 코드란 당과 인산과 염기로 이뤄진 분자인데 염기가 달라지면 코드도 달라진다). 3개의 코드가 한 묶음이 돼 아미노산이 만들어지고, 수백개의 아미노산이 이어져 효소나 호르몬 같은 단백질이 탄생한다.
생물정보학은 이 정보(코드)를 읽어내고 읽어낸 정보를 바탕으로 유전자나 단백질의 기능을 밝혀내는 것이다.
생물정보학이 각광을 받는 것은 이 코드들이 생명을 이루는 가장 근본적인 정보이기 때문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분석하려면 ‘소스 코드’를 분석해야 하듯이 생명 현상을 가장 깊숙이 다루려면 이 정보들을 분석해야 한다.
한때 과학자들은 이 정보들을 밝혀낼 수 있다면 신이 감춰놓은 생명의 비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이 그처럼 야심차게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도 인간 유전자에 담겨 있는 염기서열 정보를 밝혀내면 생명의 비밀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암 유전자가 잘못되면 암에 걸린다.
암 유전자는 수많은 정보로 이뤄져 있는데 그 정보가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단 하나의 정보만 잘못돼도 암에 걸릴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하나의 염기 서열만 잘못돼도 전체가 잘못되는 것이다.
답을 하나만 미뤄 쓰면 전체가 틀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것을 전문 용어로 ‘SNP’(단일염기다형성)라고 한다.
생물정보학이 발전한 미래를 생각해보자. 인간의 유전정보가 모두 컴퓨터 속에 들어 있고, 어떤 정보가 잘못되면 암에 걸린다는 것도 알고 있다.
갓 태어난 아기를 조사한 결과 그 부분이 잘못된 것을 발견했다.
의사는 유전자 치료를 통해 이 정보를 바꿔 병을 막을 수도 있고, 병이 나지 않게 미리미리 예방할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 몸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은 단백질이다.
지금은 인간의 단백질 유전자를 미생물에 넣어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연구하거나, 미생물의 기능성 유전자를 알아내려고 한다.
생물정보학이 발전하면 이 과정을 거꾸로 할 수 있다.
즉 우리가 원하는 단백질을 마음대로 설계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기능을 발휘하려면 어떤 구조가 있어야 하고, 이 구조가 되려면 어떤 아미노산이 배열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배열대로 유전자를 설계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
이 과정의 뼈대가 되는 것이 생물정보학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 산업이 발전해 생물정보학 발전에 유리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인간 게놈만 알면 될 줄 알았는데 유전 정보를 밝혀낸 과학자는 앞으로 할 것이 더 많다고 엄포를 놓는 것이 아닌가. 3만~4만개에 이르는 인간 유전자의 기능을 밝혀내야 유전정보가 쓸모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 유전자를 다 밝혀낸다고 해도 각각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무조건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생물정보학은 애초의 기대만큼은 아니더라도 꿈같은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과학기술부의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은 출범한 지 1년 만에 한국인 유전자 1만4천종을 찾아냈다.
특히 한국인에게 많은 간암, 위암 유전자를 찾아내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다.
외국에서 나온 간암, 위암 치료제는 한국인에게 100%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유전자를 분석하면 한국인에게 맞는 ‘맞춤 의약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미래의 생명과학자들은 실험실보다 컴퓨터 앞에 붙어 있는 시간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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