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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건강] 꽃가루 날리는 필드는 괴로워
[골프와건강] 꽃가루 날리는 필드는 괴로워
  • 이용배(하나이비인후과)
  • 승인 2001.04.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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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초에 끝난 마스터즈 대회를 지켜보면서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타이거 우즈는 이제 신동(神童)이 아니라 화신(火神)의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골프처럼 변화무쌍한 경우의 수와의 대전에서 연속우승을 한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기 그지없다.
더구나 그는 경험이 많은 백전노장들을 연거푸 제압하며 그랜드슬램을 ‘타이거슬램’으로 바꿔놓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제 그는 ‘대명사’인 것이다.

지난 대회 우승자인 비제이 싱이 그린 재킷을 입혀주는 장면은 타이거 우즈의 독주체제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의 다음 목표는 이제 한해에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브리티오픈, PGA챔피언십, 그리고 마스터즈 대회를 석권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중엔 더 올라갈 곳이 없어 은퇴를 선언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면 백전노장 필 미켈슨이나 데이비드 듀발 등의 기량이 결코 타이거 우즈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승부의 관건은 기량이 아니라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
순간순간의 집중력과 위기관리 능력, 그리고 기복없이 평균타수를 유지하는 냉철한 이성이 순위를 결정짓는 것이다.
골프는 철저한 멘탈 스포츠가 아닌가. LPGA 판도도 PGA와 비슷한 형국이다.
애니카 소렌스탐이라는 철옹성이 ‘한국 여인 3인방’의 행보를 번번이 가로막고 있다.
드라이버 거리는 우리 선수들이 낫고 쇼트게임에서도 크게 뒤지지 않지만, 미스샷을 한 다음 플레이에서 차이가 난다.
우리 선수들은 보기나 트리플보기를 한 뒤에 마음의 평정을 잃어버린다.
애니카 소렌스탐 역시 실수를 할 때가 있지만, 그는 과학시험을 망쳐도 울상을 짓지 않고 곧바로 역사과목을 암기하는 모범생의 전형이다.
성적은 평균점수로 매겨진다는 것을 그는 분명히 알고 있다.
골프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실력이 출중해도 치고 난 뒤의 플레이가 스스로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방만했다면 게임 내내 자책감에 시달리게 되고, 결국 컷 오프의 빌미가 되게 마련이다.
물론 뜻밖의 난제에 부딪혀 게임을 망칠 때도 있다.
특히 요즘처럼 연일 건조한 황사바람이 몰아칠 때는 여간 난처한 게 아니다.
지난해 박지은도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이 심해 결국 데뷔 초기의 상승세를 이어나가지 못하고, USA챔피언십 대회에서 컷 오프를 당하고 말았다.
맞바람을 맞으면서도 드라이버 거리가 300야드 이상 나올 정도로 쾌조를 보였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나오는 재채기와 콧물이 쇼트게임을 망쳤다.
LPGA투어 코스는 미국의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어져 있어 가는 곳마다 화려한 봄꽃이 피어난다.
박지은에게는 최루탄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신의 장난’이다.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는 전체 알레르기 환자의 20%에 이를 정도로 흔하다.
그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알레르기 비염’이다.
박지은도 당시 눈이 충혈되고 코까지 빨갛게 달아올라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는 데 무척 애를 먹었다.
알레르기 비염은 특정 물질에 코점막이 과민하게 반응했을 때 생긴다.
가려움, 재채기, 코막힘 등의 증상이 갑자기 나타난다.
피로감이나 집중력 저하, 목소리 변화, 후각기능 감퇴 현상을 동반하므로 감기나 축농증으로 오인하기 십상이다.
사실 알레르기 질환은 보통사람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다.
화학적 혹은 물리적 입자에 과민한 반응을 일으키는 것뿐이어서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일어나는 감기나 축농증과는 사뭇 다르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은 매우 다양하다.
꽃가루를 비롯해 집먼지 진드기, 고양이나 개의 털, 바퀴벌레, 곰팡이, 나무, 쑥, 그리고 각종 화학물질이 문제를 일으킨다.
꽃가루는 눈에 보이지 않는데다 바람을 타고 수백km를 날아가기 때문에 주위에 나무가 없어도 얼마든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오리나무, 미루나무, 버드나무, 참나무, 소나무 등의 나무 꽃가루가 특히 골칫덩어리다.
대개 3월과 5월에 걸쳐 공기 중의 농도가 절정에 이른다.
원칙적으로 꽃가루가 날리는 곳에 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항히스타민제나 항알레르기 약제를 사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약제는 콧물, 재채기에는 효과가 있지만 코막힘에는 효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피부에 소량 주사해 그 물질이 콧속에 들어왔을 때 코점막이 과민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하는 면역요법이 곧잘 쓰인다.
일종의 예방주사를 놓는 것이다.
증상이 심한 환자라면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할 때부터 의사와 협의해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경감시키는 예방약을 처방받을 수도 있다.
예방약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2주일 정도 걸리므로 빨리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이라면 약간 늦은 감이 있다.
알레르기 비염을 방치하면 훗날 코점막이 붓는 비후성 비염이나 축농증, 중이염 혹은 인후염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런 질환이 생기면 약물요법으로는 치료하기 힘들다.
레이저나 저주파 온열요법 등을 통해 조직을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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