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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공성철
[피플] 공성철
  • 박종생
  • 승인 2000.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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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보호운동본부를 만듭시다” 마흔을 넘긴 사내가 ‘운동’을 외치고 나섰다.
부산에 사는 공성철(43)씨다.
공씨는 요즘 증권정보 사이트 씽크풀 www.thinkpool.com에서 운영하는 ‘사이버신문고’에서 연일 소액투자자들의 권익을 찾기 위한 운동을 펼치고 있다.
사이버신문고는 냉대받는 개미들이 자신의 아픔이나 현 증권시장의 불합리한 점을 마음껏 쓸 수 있도록 만든 게시판이다.
“지금 증시구조로는 개인투자자들만 손해 보게 돼 있습니다.
지수가 조금 오른다 싶으면 증자니 신규등록이니 해서 물량이 막 쏟아집니다.
이제 개인투자자들도 ‘조직화’를 통해 권익을 찾아야 합니다.
” 그는 올 4월부터 ‘훈이네’란 ID로 이와 관련한 글을 계속 올리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을 거지로 만드는 한국증시’ ‘개인투자자 죽이는 코스닥 정책’ ‘역대 정부와 김대중 정부의 증시정책 비교’ 등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나름대로 분석적인 글들이다.
그의 글들은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다.
평균 조회수 2천건, 추천수 500건을 넘어선다.
그는 지난 8월12일 가칭 ‘투자자보호운동본부’ 설립을 제안했다.
이 본부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한 점을 누가 나서서 해결해주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나서서 바꿔보자는 것이다.
그가 우선적으로 주목하는 부분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코스닥 등록요건 완화로 발행시장에서 무차별적으로 물량이 공급되는 것을 막는 것이고 두번째는 큰손들이 비상장기업에 저가로 지분 참여한 뒤 코스닥 등록 이후 고가에 팔아치우는 행태를 고치겠다는 것이다.
아직 뚜렷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개략적인 운영방안도 있다.
전국의 개인투자자들을 회원으로 받아들여 시민단체를 구성한 뒤 기존 시민단체와 연대를 통해 수익찾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회원들로부터 회비(한달에 5천~1만원 정도)를 걷어 사무실과 상근직원도 둘 생각이다.
벌써 그의 제안에 360명 정도가 찬성을 했으며 10여명 정도는 이 본부에 참여해 주도적으로 이끌어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의 이번 제안은 증권 사이트의 게시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회성 제안은 아닌 것 같다.
홧김에 한번 내질러본 수준은 넘어선다는 얘기다.
씽크풀에서도 그의 이런 제안을 확산시키는 데 어느 정도 조력을 할 태세다.
공씨가 이렇게 나선 것은 그 역시 10여년 동안 주식투자를 하면서 큰 손해를 입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해양대를 졸업한 뒤 20여년간 배를 탔다.
기관사로, 그리고 기관장으로 일했다.
배를 타면서도 짬짬이 주식투자를 하다가 97년 건강상의 이유로 기관장을 그만두고 전업 주식투자가로 변신했다.
그는 한때 1억원 가까이 잃기도 했다.
나름대로 주식투자 공부를 했으나 실전에서는 별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개미들의 손실이 상당부분 정부 증시정책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약한 힘이지만 모이면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겁니다.
한번 뭉쳐봅시다.
” 지금은 주식투자가가 된 전직 뱃사람의 ‘한맺힌’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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