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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동정] 시그마컴 주광현 대표
[CEO동정] 시그마컴 주광현 대표
  • 유춘희
  • 승인 2000.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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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어진 VGA 금맥을 찾아서
멀티미디어 주변기기 생산업체인 시그마컴 www.sigmacom.co.kr은 최근 일본 유통업체인 AIL에 제품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10월부터 멀티미디어 통합 보드, 그래픽 카드, TV 수신카드 등을 매달 5천대 이상씩 수출하기로 한 것이다.
이미 엔지니어들이 파견돼 제품 현지화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한다.
하드웨어 벤처기업이 자체 브랜드로 일본 시장에 진출한 예는 거의 없다.


시그마컴은 창업 첫해 석달 동안 1억8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120억, 올해 목표는 무려 1천억원이다.
시장점유율이 40%를 넘고, 상반기에만 35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니 불가능한 목표는 아닌 것 같다.
풋내기 회사가 2년 만에 선두에 올라선 셈이다.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라는 든든한 거래처가 있어 안정적인 매출구조를 확보한 덕이 컸다.
9월부터 디지털TV 보드와 셋톱박스를 생산하면 더욱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2년 전만 해도 국내 VGA 그래픽 카드 시장은 가산전자(지금의 엠플러스텍)와 두인전자 쌍두마차 체제였다.
두 회사가 IMF 상황에서 무너지면서 시그마컴이 빈자리를 차지했다.
주광현(39) 사장은 가산전자 기술연구소장 출신. 어려운 회사 사정을 보다못해 자진해서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98년 9월 안양시 비산동에 직장 동료 4명과 함께 회사를 차렸다.
“창업 날짜가 참 공교로웠어요. 9월29일이었는데, 가산과 선두를 다투던 두인전자가 그날 부도를 냈어요. 그리고 10일 뒤 가산전자마저…. 처음엔 멀티미디어 통신장비를 생산하려 했는데 두 회사가 힘을 잃는 바람에 VGA 카드 개발 쪽으로 방향을 바꿨지요.” 주 사장은 “만약 그때 시그마컴까지 이 시장을 모른 척했다면 우리나라 PC는 모두 대만산 VGA 카드로 채워졌을 것”이라고 회고한다.
호랑이없는 산에서 여우가 대장 노릇한 것 아니냐는 짓궂은 질문에 “결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기술과 품질로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제가 연구소장 출신이고, 가산에서 2차 구조조정 때 나온 핵심 기술력이 뭉쳤기 때문에 인적 기반이 좋습니다.
그리고 품질관리를 철저히 합니다.
제조업에서 불량률은 보통 5000PPM(0.5%) 정도면 용인하는 수준인데 우리는 0.1%를 목표로 합니다.
” 일본 AIL에서도 기술력을 인정해 대만산보다 높게 가격을 매겨줬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사장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총대를 멘’ 한 부서의 팀장일 뿐 “평생을 엔지니어로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매주 개발회의를 직접 진행하며 차세대 제품을 선정하고 개발하는 일을 돕는다.
모든 사안을 직원과 상의하고 회사 자금상황도 공개해 투명경영을 실천한다.
“성공의 열매를 직원 모두가 맛보게 할 겁니다.
어렵게 시작해 여기까지 왔고 모두가 견뎌줬으니까요. 조직이 커지면 따로 떼서 경영자를 만들어줄 겁니다.
” (031)382-8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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