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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동물실험
[테크놀로지]동물실험
  • 허원/ 강원대 교수
  • 승인 2001.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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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할 짓은 아니지만 의약품 개발과정서 필수… 독성실험은 물론 효능 검증실험 위해 유전자 변형도 월드컵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보신탕 문화가 또 한번 외국 언론의 공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지난 올림픽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우리나라가, 개고기는 한국 고유의 음식문화로 서방에서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는 등의 주장을 펴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제여론도 일방적인 ‘매도 일변도’로 흘러가는 것 같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우리의 주장을 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을 잘 파악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 않을까? 보신탕에 대하여 경악을 금치 못하는 외국인은 어떤 사람들일까? 지난 30년간 프랑스 파리의 엽기적인 식도락 문화에 대해 반대운동을 펴온 브리지트 바르도와 그녀의 재단이 보신탕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사람이다.
그외에도 유럽이나 미국에는 다양한 동물애호가들이 있고 그들이 구성한 단체들도 있는데, 서로 주장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다.
일부는 동물을 윤리적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애완동물만을 대상으로 동물복지를 주장하거나 동물보호 및 동물의 권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동물학 방지협회와 같은 단체도 존재하고 있다.
이들 단체가 모두 보신탕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운동을 하는 건 아니다.
이들은 주로 그들 나라에서 일어나는 투견이나 ‘유리병 속에 고양이를 가두어 키우기’ 등을 반대한다든가, 포경업 반대, 모피 금지 등 동물학대 반대운동에서부터 생태보존의 문제에까지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공통적으로는 단순히 동물을 사랑하는 차원을 넘어 그야말로 동물의 권리를 위해 동물학대를 방지하는 여러가지 활동을 하며, 특히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는 행위를 반대한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끊임없는 반대 시위 동물권리 보호단체들이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는 곳으로 지목하고 있는 곳은 동물실험을 하는 생명공학회사나 제약회사들이다.
의약품 개발과정에서는 동물실험을 수행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실험대상 동물이 희생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복제 양 돌리로 유명한 영국에서도 동물실험을 많이 하는 헌팅턴 라이프 사이언스라는 회사를 상대로 동물권리연합이라는 단체의 반대 시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심지어는 동물해방전선이라는 단체가 헌팅턴의 동물사육장에 침입해 ‘비글’이라는 품종의 실험용 개 30마리를 구해냈다는 내용까지 그들의 홈페이지에 소개되고 있다.
비글은 박세리 선수가 키우는 ‘해피’라는 이름의 애완견 품종이기도 해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키우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의약품 개발에 실험동물의 사용이 필수적이며, 이것이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건강과 복지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실험동물을 생산하는 국내의 바이오 기업들이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연이어 코스닥에 상장하는 우리의 현실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살생을 금하는 불교의 교리에 기반을 둔 동양권에서 오히려 실험동물의 사용에 대해 더 많이 반대해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그 반대다.
우리나라에서는 생명공학에 대한 반대운동이 주로 유전자 재조합 곡물(GMO), 인간복제 혹은 이미 생명체인 수정난을 실험에 사용하는 행위에 집중되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철저하게 인간 중심이다.
주로 서양권에서 생명공학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인 실험동물의 사용은 생명공학 연구 자체에 필요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의약품으로 개발하는 과정인 전임상시험에서 일어난다.
생명공학 기술의 성과로 만들어낸 여러 의약품 후보들이 전임상시험과 임상시험 과정을 거치면서 의약품으로서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사받는다.
이 과정은 의약품 개발에 필수적이며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로 구성되어 있다.
의사들이 안심하고 약을 처방하고 우리가 믿고 약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철저한 과정을 통해 의약품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전임상 단계에서는 새로 만들어낸 의약품의 독성이 어느 정도인지 혹은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를 주로 실험동물을 사용하여 평가하는 일을 하게 된다.
당연히 많은 수의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먼저 의약품으로 개발하고 있는 물질을 얼마 정도 투여하면 실험대상 생쥐의 반이 죽는지를 알아보는 단회투여 독성시험으로부터 시작해, 반복투여 독성시험, 유전독성시험, 면역독성시험, 생식·발생 독성시험, 국소독성시험 등의 방법으로 의약품의 안전성을 평가한다.
실험대상에게는 영향이 없더라도 수태능력에 이상이 없는가를 보는 생식독성시험도 있으며, 다음 세대에 영향이 있는가를 검사하는 항목인 발생독성시험도 있다.
발생독성시험은 임신한 실험쥐에 의약품을 투여하고 일정 시간 후에 뱃속의 태자를 꺼내어 단층 촬영하듯이 한층한층 박편을 떠서 의약품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구와 비교해 만일에라도 있을 수 있는 발생단계에서의 독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철저하게 검사한다.
근육이나 피하에 주사하는 주사제 형태의 의약품의 경우에는 주사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독성이 있는가를 확인해야 하며, 주사된 의약품이 체내에서 질병이 있는 부위로까지 전달되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우리에게 모르모트라는 대명사로 알려진 실험용 쥐 외에 좀더 정확한 독성을 평가하기 위해 쥐보다는 조금 더 큰 동물인 비글을 사용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영장류인 원숭이를 사용하기도 한다.
동물을 거쳐 ‘인간실험’ 임상시험을 하기 전에 실험동물을 이용한 독성실험도 필수적이지만 의약품의 효능을 먼저 확인하는 것도 꼭 필요한 절차이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어떤 식물이 그곳 원주민들의 당뇨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정보를 토대로 이 식물을 구하여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을 추출했다고 하자. 이 화학물질 중 어떤 것이 당뇨병에 효능이 있는가를 검사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유사한 질병을 앓고 있는 실험동물이 필요하다.
무작정 사람에게 검사해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인간과 같이 생활하는 애완동물 중에서는 가끔 당뇨병을 앓는 경우가 발견되는데 과거에는 당뇨에 걸린 개를 활용하여 당뇨병 치료제의 효능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인간의 질병과 같은 질병을 가진 동물을 대상으로, 즉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의약품의 효능을 검사할 수 있으나 이러한 동물 모델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인간에게서 발견되는 질병을 가진 동물을 찾아내는 것 자체도 어려울 뿐더러 그 숫자도 적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노화나 퇴행성 신경질환 등의 복잡한 질환은 다른 하위동물 모델로는 효능을 평가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여기에 돌파구가 된 것이 바로 당뇨병, 암 등 특정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생쥐에 삽입해 만들어낸 유전자 변형 실험동물이다.
이러한 유전자 이식 및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여 만들어낸 질병 모델 동물은 지난 15년간 의과학 분야의 연구를 진전시켰다.
각종 발암 모델 생쥐를 비롯하여 알츠하이머병 모델, 비만 모델 생쥐들이 개발되어 의약품의 개발에 획기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의약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은 보통 3단계에 걸쳐 실시된다.
임상 1단계에서는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의약품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안전한 의약품이라면 건강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건강한 지원자를 모집해 의약품을 주입하고 안전성을 확인한다.
임상 2단계에서는 환자를 대상으로 어떻게 약물을 투여하여 치료할 수 있는 것인가를 결정하게 된다.
임상 3단계에서 비로소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약물의 치료효과를 확인하게 된다.
여러 병원에서 동시에 진행하여 광범위한 임상시험 자료를 도출해내고 임상 결과를 비교하여 최종적으로 의약품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
임상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임상실험자의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을 배제하여 객관적인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다.
환자들도 새로운 의약품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치거나 불안감 등의 심리적 요인이 있기 때문에 이중맹검실험(double blind test) 방법과 플라세보(Placebo:위약)를 사용한다.
이중맹검실험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 어떤 환자에게 진짜 의약품이 투여됐고 어떤 환자에게 플라세보가 배당됐는지를 모른다.
특히 플라세보는 효능이 있는 진짜 약과 외형이나 맛을 같게 하여 심리적인 요인을 최소화시키는 방식이어서 객관적인 결과를 얻는 데 필수적이다.
이 과정이 성공적으로 끝나야 비로서 판매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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