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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애니메이션 벤처 ‘싸이퍼’
[비즈니스] 애니메이션 벤처 ‘싸이퍼’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1.12.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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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슈렉 안 부러워' 애니메이션 벤처 싸이퍼, 국내외 행사서 연달아 본선 진출해 세계 이목 집중 국내의 조그만 애니메이션 제작 벤처업체가 일을 냈다.
설립한 지 4년이 채 안 된 애니메이션 제작사 싸이퍼 www.cyper.co.kr의 3D 단편 애니메이션이 국내외 권위있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당당히 상위권에 진입하며 세계 유수의 애니메이션 제작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싸이퍼가 제작한 6분14초짜리 단편 3D 애니메이션 <엔젤>은 지난해 11월 열린 제2회 서울 넷 페스티벌을 필두로 제27회 한국독립단편영화제 등 국내 행사를 비롯해 일본의 디지털 콘텐츠 그랑프리 2001과 런던 이펙트&애니메이션 페스티벌 2001, 미국의 앵커리지 필름 페스티벌 2001 등 국내외 애니메이션 축제에서 모두 본선진출의 쾌거를 이루며 단숨에 주목받는 3D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떠올랐다.
특히 유럽 지역의 권위있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인 ‘런던 이펙트&애니메이션 페스티벌 2001’에서는 <개미>, <슈렉> 등 3D 애니메이션 제작을 맡았던 PDI, <스타워즈> 시리즈로 유명한 ILM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본선에 진출했다.
여기서 싸이퍼의 <엔젤>은 '픽사가 97년 만들었던 최근작 <제리의 게임>에 버금간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픽사는 세계 최초의 극장용 3D 애니메이션인 <토이 스토리>를 비롯해 <벅스 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 등을 제작한 정상급 3D 애니메이션 제작사다.
성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제 무대에서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과 기획력을 인정받자 해외 유명 업체들로부터 애니메이션 공동제작 제의가 잇따르고 있다.
<엔젤>의 작품성이 인정받으면서 미국과 중국의 업체들이 600만달러에 달하는 합작계약을 제의한데다 몇몇 외국 마케팅 업체들과도 이에 버금가는 제휴를 추진중에 있다.
지금까지 싸이퍼가 선보인 3D 애니메이션은 총 6편이다.
이미 작품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엔젤> 외에도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큐펫>과 <꼬마 외계인 꼴랑>,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제5빙하기>, 5~10살 아동을 대상으로 한 TV 시리즈물인 <이웃집 이기>와 3~10살 어린이를 겨냥한 유아용 교육 애니메이션인 <비기와 단무> 등이 그것이다.
이중 KBS 폴리사운드와 합작으로 제작한 첫 상업용 3D 애니메이션 <비기와 단무>는 현재 첫번째 에피소드를 완성한 상태로, 올해 1월 해외 진출을 목표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극장에서 상영되는 실사 영화와 ‘만화영화’로 불리는 2D 애니메이션은 이미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장르이다.
하지만 3D 애니메이션은 아직까지 국내에서 인지도나 시장 면에서 열악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슈렉>이나 <벅스 라이프> 등 해외 유명 3D 애니메이션이 보급되면서 인지도를 넓히고 있지만, 경제적인 면에서 국내 상황은 아직까지 ‘원시림’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얘기다.
대학재학 시절인 90년대 초반부터 3D 애니메이션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제작에 열중해온 장덕진(31) 대표로부터 국내 3D 애니메이션 산업 전반에 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한국의 3D 애니메이션 산업의 현황은 어떠한가? 3D 애니메이션은 기본적으로 문화 콘텐츠이다.
동시에 실사영화나 2D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기술적 완성도를 요하는 IT산업이기도 하다.
국내 IT산업이 지난해까지 폭발적인 발전을 이루었음에도 아직까지 3D 애니메이션 분야는 기술적 완성도에 비해 시장이 협소하기만 하다.
일본이나 미국을 보라. 인구가 많은 만큼 마니아층도 몇배 이상 두텁게 형성돼 있지 않은가. 이에 반해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은 <로보트 태권V>와 <아기공룡 둘리>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3D 애니메이션도 기술력 면에서는 외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시장인데, 최근 3D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중심으로 협회를 결성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매체가 갈수록 각광을 받고 있는데다 문화관광부의 지원 폭도 점차 커지고 있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실사영화와 달리 캐릭터 산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라는 점도 애니메이션의 성장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작품성과 상품성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텐데? ‘애니메이션’이란 말 자체가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가상의 사물에 성격과 움직임을 부여해 살아 있는 사물로 변모시키는 작업인 것이다.
이는 3D 애니메이션에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이 싸이퍼의 제작 철학이다.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관객과 동화될 수 있는 작품은 흥행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상업성을 높이는 외부 요인은 배급과 마케팅 역량이다.
국내 시장이 한정돼 있다면, 눈을 외부로 돌려야 한다.
언어와 문화, 이념을 초월해 공유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유통망과 배급력을 지닌 업체가 드물다.
외국의 마케팅 업체와 손을 잡고 생산과 유통을 배분하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즉, 공동 제작을 말하는 것이다.
작품의 완성도는 제작사가, 상품성은 배급사가 책임지는 분업체제가 이루어진다면 작품성과 상품성은 자연스레 갖춰질 것이다.
*성인용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계획은 없는가? 당분간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
연령층이 올라갈수록 이성이나 컴퓨터, 레저와 스포츠 등 관심사가 다양해진다.
반대로, 연령층이 낮을수록 집중도나 콘텐츠 몰입도가 높아진다.
아이들은 하나의 작품을 반복해서 보며 자신의 세계를 동일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싸이퍼가 대상층을 청소년까지 한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느 정도 인지도를 높이고 안정적인 제작 환경을 갖출 때까지는 대상층을 좁히는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 3D 애니메이션 발전을 위한 제언이 있다면? 우선은 정부 지원제도의 효율성을 지적하고 싶다.
프랑스나 캐나다의 경우 공동제작 형식의 작품에 대해서는 15%까지 제작비를 지원해준다.
물론 국내의 지원제도도 점점 활성화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하드웨어 확충 등에 편중돼 있는 실정이다.
공모전 활성화와 같은 ‘소프트웨어’ 확충이 절실한 형편이다.
다음으로, 게임업체 종사자에게 주는 병역특례 제도와 같은 혜택이 애니메이션 종사자에게도 적용돼야 한다.
장비와 제작 노하우 등은 단기간에 걸쳐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장기간의 안목으로 3D 애니메이션 제작에 힘쓸 수 있도록 안정적인 근무 환경을 마련해주는 일이 시급하다.
한국의 3D 애니메이션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
싸이퍼뿐만 아니라, <리니지>를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디지털드림스튜디오를 비롯해 <큐빅스>란 작품으로 2D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를 누르고 미국 공중파TV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씨네픽스 등이 이미 이를 입증했다.
이러한 성과를 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3D 애니메이션이 외국 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열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3D 애니메이션 산업을 정책적으로 보호·육성하기 위해서는 ‘애니메이션 쿼터제’ 등의 안전망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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