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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호주/기업은 줄도산,정부는 수수방관
세계 경제-호주/기업은 줄도산,정부는 수수방관
  • 오스트레일리아=권기정 통신원
  • 승인 2001.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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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기업 파산 올 한해 호주 경제계의 가장 큰 뉴스는 덩치 큰 기업들의 잇따른 파산 소식이다.
지난 2월 우량 보험회사인 HIC가 갑작스럽게 파산한 것을 시작으로 6월엔 유·무선 통신업체인 원텔의 부도가 재계를 흔들었으며, 지난 10월엔 호주 제2 민항기인 앤셋항공이 파산했다.
갑작스런 기업들의 파산은 실업자 수를 크게 늘렸음은 물론 호주 경제 전체를 위축시켰다.
특히 기업의 공중분해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는 업계와 학계 모두로부터 빈축을 사기에 충분했다.
잇따른 기업 파산은 호주 정부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만 믿고 방관자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호주 정부에겐 ‘시장에서 보이는 손’으로서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 한해였다.
관광업계 울상 호주 경제를 지탱하는 양대 산맥은 누가 뭐래도 관광산업과 교육산업이다.
그러나 호주 제2 민항기인 앤셋항공의 파산과 뉴욕 테러사건의 여파로 호주 관광산업은 하반기부터 심각한 국면에 처해 있다.
앤셋항공사의 파산은 호주 국내 항공운항 횟수를 급격히 감소시켜 국내 관광객의 발을 묶었다.
뉴욕 테러참사 이후 호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같은 내·외국인 관광객 감소에 가장 울상을 짓는 곳은 호텔 업계다.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시드니, 브리즈번 등에 있는 특급 호텔들은 절반 이상 비어 있는 방을 팔기 위해 60~70%까지 방값을 할인하는 특별 프로모션을 하기도 했다.
또한 퀸즐랜드 주정부에선 퀸즐랜드를 여행하는 호주인들에게 현금 150달러를 돌려준다는 공약까지 하고 나선 상태다.
호주는 지금 여름이 한창이다.
계절상으론 따뜻한 남반구를 찾는 관광객들이 몰려들 때이지만, 시드니 국제공항은 여느 때와 달리 한산하기만 하다.
대규모 해고와 실업률 사상 최고 공룡 굴뚝기업과 IT업계에 동시에 불어닥친 대규모 감원 열풍으로 지난 한해 호주 노동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앤셋항공 파산 선고로 1만7천명의 정규직 사원이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는 등 기업들의 부도와 파산으로 실업률이 상승하기도 했지만, 온·오프라인을 막론한 대규모 감원 바람이 직장인들의 목줄을 꽉 죄고 있는 실정이다.
1위 은행인 커먼웰스는 이미 2350명의 인원을 감축했고, 호주의 한국통신 격인 텔스트라는 올해와 내년에 걸쳐 1만여명의 인원을 감축한다는 대규모 살생부를 발표했다.
호주 국적항공사인 퀀태스도 12월부터 과장, 부장급을 포함해 수천명 이상을 내쫓을 예정이다.
이같은 감원 열풍으로 호주 직장인들 사이에선 이례적인 복지부동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GST(물품용역세) 논쟁 2000년 많은 찬반론을 뒤로 하고 하워드 정부가 전격 도입한 GST(Goods and Service Tax:물품용역세)는 올 한해 호주 언론의 경제면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용어다.
일종의 부가가치세이자 모든 유·무형 상품에 부과하는 간접세인 GST는, 소비자가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할 때 가격의 10%를 세금으로 거두는 것으로 호주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GST가 도입된 지 만 1년인 지난 7월부터 정부는 개인의 소득에 따라 소득세를 평균 5~15%까지 삭감하는 새로운 누진세를 시행하고 있으나 GST의 악명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연방 총선을 즈음하여 불거져나온 GST 논쟁은 한해를 마감하는 현재까지 뜨거운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야당과 국민 대다수는 전기료, 전화세, 교육비 그리고 병원비 등 기본생활비에 해당하는 분야에서 GST를 제외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내년에도 현행 GST 체제를 유지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건설업계 불황 심화 시드니 올림픽 특수로 한창 호황을 누렸던 2000년과는 달리 건축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은 연초부터 호주 전역을 휩쓸었다.
정부는 건설업계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2001년 한해 동안 처음으로 자기 집을 사는 사람에겐 7천달러의 무상지원을, 그리고 새로 지은 집을 사는 모든 사람에 대해서도 7천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처음으로 집을 사는 사람이 새집을 사는 경우 도합 1만4천달러의 정부 보조금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좋은’ 정책도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에 불과한 것이 호주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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