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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독일/유로화 통용 거센 물살 속으로
세계 경제-독일/유로화 통용 거센 물살 속으로
  • 독일=손영욱 통신원
  • 승인 2001.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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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배아 보호법 개정 둘러싼 논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식 전 유전자 진단을 허용하고, 불임치료를 위해 배양된 배아 가운데 치료에 쓰고 남은 배아를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독일에서는 한해 내내 인간배아 연구를 둘러싼 논의가 지루하게 계속됐다.
이식 전 유전자 진단은 태어날 아이의 성이나 피부색, IQ 등을 임의로 결정할 위험이 있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논의의 초점인 인간배아 보호법의 개정을 둘러싸고 정부, 기업, 연구기관, 시민단체와 종교단체가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열띤 토론을 벌였지만 경제적 이해와 윤리적 정당성 사이에서 이렇다할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독일 기업들은 수년 내 수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분야 시장을 고스란히 다른 나라에 빼앗길 처지에 놓이게 됐다.
2. 주춤해진 인수합병 D2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115년 역사의 이동통신업체 만네스만그룹이 영국의 통신회사 보다폰으로 적대적 인수합병됐다.
적대적 인수합병은 독일에서는 처음 있는 일로 만네스만은 지난해 11월에 이동통신 분야를 빼앗긴 데 이어 이번엔 잔여 그룹 전체가 넘어가게 됐다.
전반적으로 독일에서 인수합병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주춤한 상태다.
이것은 경기불황으로 기업들이 확장보다는 비용절감에 더 신경을 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독일의 다임러벤츠와 미국의 크라이슬러간 합병의 실패 때문이다.
거대 자동차회사간의 결혼식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들의 합병이 기대한 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막대한 적자를 내며 결국 실패로 끝나자, 최고경영자들은 인수합병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 새로운 방법을 찾아나섰다.
내년에 시행하기로 입법 예고된 세제지원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3. 연금법 개정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독일 연금법이 개정됐다.
독일 정부는 노후연금법 개정을 위해 2년 넘게 야당, 노동조합과 협상을 해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은 지금까지 국가가 젊은 세대로부터 거둬 은퇴한 세대에게 나눠주는 방식을 탈피해 개개인이 노후보장을 계획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번 개정이 의회에서 통과된 후 주무부서인 노동사회부장관은 모든 세대를 위한 개혁이라고 자신의 업적을 치켜세웠지만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번 법개정이 미진하다고 입을 모은다.
출생률 저하로 젊은 세대가 줄어들어서 연금을 지급할 재원이 고갈되는 것을 개선하고자 했지만 국가가 지급하는 기존 연금은 너무 적게 줄이고 개인이 세운 노후대책에는 너무 많은 지원금을 지급해, ‘너무 적은, 너무 비싼 그리고 너무 늦은 개정’이라는 것이다.
4. 그칠 줄 모르는 실업률 증가 '나는 실업률을 현저히 낮출 것이다.
그것을 다음 총선 때 심판받을 것이다.
' 이렇게 장담하던 슈뢰더 총리는 최근 경기침체로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슈뢰더 총리는 지난 총선 승리 당시 400만명이 넘던 실업자 수를 다음 총선 때까지 350만명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9월까지는 실업자 수가 계속 감소해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테러사건의 여파로 몰아친 급속한 경기침체로 10월과 11월 두달간 실업자 수가 증가하면서 이 약속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더욱이 지멘스,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초 거대기업과 은행권이 8만명을 해고할 계획이고, 미국 테러사태로 큰 피해를 입은 항공사들까지 해고에 가세하면 실업자 수는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할 전망이다.
이미 연초에 IT산업 붐이 끝나면서 더 이상 경제성장의 견인차로서 그 기능을 상실해버린 신경제쪽은 사정이 더 나빠, 75만에 이르는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고 한다.
5. 12년 만의 결실, 유로화 통용 90년 네덜란드의 조그만 도시 마스트리히트에서 유럽 단일통화를 위한 조약이 체결된 지 12년 만에 드디어 2002년 1월1일부터 유럽연합 15개국 가운데 영국, 덴마크, 스웨덴을 제외한 12개국에서 유로화가 전면 통용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럽연합에서의, 특히 독일 국민들의 유로화에 대한 시선은 의구심에 가득차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부흥과 함께했던 강한 독일 마르크화에 대한 향수뿐 아니라 상점에서 물건값을 유로화로 바꿀 때 슬쩍 물건값을 올려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크다.
독일 정부는 일반인이 쓸 동전과 지폐의 수송과 분배를 위해 유사시 연방군을 투입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단 2개월뿐인 적응기간 동안 유로화 교환이 몰리는 병목현상을 막기 위해 독일의 모든 은행 종사자는 12월부터 2002년 1월말까지 연장근무를 해야 하는 등 유로화의 원활한 초기유통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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