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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영화 관련주로 증시 들썩
[재테크] 영화 관련주로 증시 들썩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1.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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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엔터테인먼트 코스닥 등록… 로커스홀딩스, 세기상사와 함께 주5일 근무제 수혜주로 부각 연평균 50% 이상 크는 시장을 보았는가? 국내 영화시장이 바로 그렇다.
이 시장에서 큰 한국 상품의 수출액은 5년 만에 서른일곱배로 커졌다.
하늘까지 자랐다는 ‘재크의 콩나무’처럼 무럭무럭 커왔으나, 그동안 이 시장에 대한 투자는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도박’으로 치부되곤 했다.
이 산업이 드디어 제도권 자금시장 안으로 들어왔다.
첫주자는 CJ엔터테인먼트다.
지난해말 코스닥 예비심사를 통과한 CJ엔터테인먼트는 새해 1월 16~17일 공모주 청약을 시작할 예정이다.
영화사로서 코스닥시장에 직접 등록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CJ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최대 영화배급사이자 현재 한국영화 30여편에 투자를 해놓은 대형 투자사이다.
전국적으로 600만명의 관객을 들인 '공동경비구역JSA'가 이 회사의 투자·배급작이다.
이 회사는 85개 상영관을 가진 대형 극장주이기도 하다.
'코스닥 5위권도 가능하다' 시장참여자들은 CJ엔터테인먼트가 ‘영화주’ 붐을 일으키지 않을까 기대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유제우 KGI증권 연구위원은 '막강한 자본력과 배급력을 가진 CJ엔터테인먼트가 시장에 들어오면서 붐을 일으켜 순식간에 코스닥 5위권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김태경 하나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장에 게임업체들이 한두개밖에 없을 때는 게임업에 대해 별 말이 없다가 엔씨소프트 등 큰 종목들이 들어오면서 게임주가 부각됐다'면서 'CJ엔터테인먼트가 시장에 들어오면서 다른 영화관련 종목들과 ‘영화주’를 형성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만약 ‘영화주’ 붐이 일어날 경우 세력권 안에 직간접적으로 들어올 만한 종목은 6개다.
로커스홀딩스, 세기상사는 CJ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영화 흥행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로커스홀딩스는 싸이더스에서 영화제작을, 시네마서비스에서 영화배급을 담당하고 있다.
세기상사는 대한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CJ엔터테인먼트의 대주주인 제일제당, 멀티플랙스상영관 메가박스와 투자기획사 제미로를 거느린 동양제과, 비디오 유통업체인 엔터원도 간접적으로 영화종목을 형성한다.
주5일 근무제 실시는 영화주 붐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인다.
최근 영화 상영관들에서는 금요일 개봉이 정착되는 추세여서, 주5일 근무제 도입은 영화업체들에 당장 눈에 보이는 수익을 안겨준다.
김태경 연구원은 '신라의 달밤'과 '엽기적인 그녀'의 요일별 관객 수를 근거로 내세워 이렇게 설명한다.
두 영화의 관객은 주중에는 평균 4천명이 들다가 주말엔 8천명으로 두배가 늘어났다.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오전에 영화를 보는 관객이 많아져 금요일 관객은 5천명, 토요일 관객은 9천명 수준으로 증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일요일 저녁 관객이 줄어들 것을 감안하고도 전체 관객이 5% 정도 많아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멀티플렉스 역시 영화업체들의 매출을 높이는 데 한몫한다.
멀티플렉스 관객들은 보려던 영화가 매진되면 다른 영화로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시간이 맞지 않아 영화 관람을 포기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셈이다.
인터넷 영화 사이트 노컷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네티즌들은 보려던 영화가 매진됐을 때 46.6%가 다음 회, 24.7%가 시간에 맞는 다른 영화를 본다고 응답했다.
김태경 연구원은 이런 근거들을 종합해볼 때 영화 관람객 수는 2003년까지 연평균 50% 이상씩 늘어나고 영화 관련 업체들도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영화시장의 성장 축은 하나 더 있다.
해외시장이다.
한국영화의 연간수출액은 95년 20만달러에서 2000년 750만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2001년엔 '공동경비구역JSA'와 '친구'의 돌풍 덕분에 10월까지 734만달러의 외화가 한국에 들어왔다.
특히 일본은 한국영화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큰 시장으로 떠올랐다.
외국 언론들도 한국영화의 약진에 놀란다.
프랑스의 '르몽드'는 12월19일 도쿄발 기사로 '공동경비구역JSA'의 흥행을 전하면서 '한국영화는 5년 전부터 국내나 해외영화제뿐 아니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한국영화가 다양한 문화적 차이에 기초를 둔 공공정책, 기업가들의 역동성, 창작인들의 생명력으로 인해 크게 부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화주는 과연 붐을 일으킬 수 있을까? 애널리스트들은 차갑게 고개를 젓는다.
영화산업의 성장이 영화주 붐으로 이어지기엔 약한 고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우선 산업규모가 아직 작다.
2001년 영화산업 규모는 상영관, 판권 수입을 모두 합해 3200억원을 약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병국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은 산업규모를 넘어서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영화 시장은 영화주 붐을 일으킬 만한 뒷심이 없다는 뜻이다.
주가가 영화 흥행에 쉽게 따라간다는 특성은 애널리스트들이 영화주 추천을 망설이게 한다.
지난해말 로커스홀딩스, 세기상사의 주가는 ‘대박’ 소문에 따라 널뛰기를 했다.
특히 세기상사 주가는 12월말 대한극장을 8개관의 멀티플렉스로 재개관하고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상영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순식간에 두배 가까이 뛰어오르기도 했다.
주식이 20만주밖에 되지 않아 ‘해리포터 마법’에 휘둘린 탓이다.
그럼에도 애널리스트들은 CJ엔터테인먼트를 추천하는 데는 주저하지 않는다.
사업 리스크가 낮고 이미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란다.
이 회사는 영화기획, 제작, 마케팅, 배급, 판권사업을 수직적으로 통합하고 있어 수익의 70%를 영화배급과 상영, 비디오와 TV 등 판권 판매로 안정적으로 얻고 있다.
눈길 끄는 개봉 대기작 많아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인 드림웍스와 맺은 거래조건도 매우 좋다.
다른 배급사들은 선지급 형식으로 돈을 지불하는 데 반해 CJ엔터테인먼트는 선지급금 없이 영화 종영 뒤 수익금을 배분받기 때문에 흥행 실패로 인한 위험이 적다.
게다가 CJ엔터테인먼트 투자·배급작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영화 중엔 대박 기대를 불러일으킬 만한 작품이 꽤 있다.
한일 합작의 초대형 블록버스터 '2009 로스트 메모리즈', '공동경비구역'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장선우 감독의 퓨전 액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크랭크인 전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간사인 굿모닝증권은 CJ엔터테인먼트의 순이익이 2001년에 91억원, 2002년엔 124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한다.
적정주가는 수요예측 전이라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담당 애널리스트가 공식적인 의견 제시를 조심스럽게 유보한다.
다만 김태경 연구원이 보고서를 내놨을 뿐이다.
그는 공모 예정가격이 8천~1만원, 등록 때 적정 주가가 2만5천원 정도될 것으로 보고, 신주인수권부 사채의 주식전환을 고려해 적정주가를 1만5천원 수준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모를 일이다.
미국 테러 이틀 뒤에 거래를 시작한 안철수연구소는 난데없는 보안주 테마를 일으키면서 5일간 상한가 행진을 펼쳤다.
거래가 시작된 뒤 CJ엔터테인먼트가 '공동경비구역JSA' 같은 대박 영화를 또 한번 터트린다면? 대박의 뇌쇄적 유혹은 눈 비비면서 지워내고, 투자의 명분과 실리를 다시 한번 따져보자. 그렇게 해도 우량주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가?
인터뷰 | 이강복/ CJ엔터테인먼트 대표
대만·일본 시장 본격 진출 준비

CJ엔터테인먼트에게 2002년 1월은 기념적인 한달로 기억될 것이다.
이달 CJ엔터테인먼트는 코스닥에 등록된다.
또 홍콩을 시작으로 대만, 싱가포르에서 '공동경비구역JSA'를 직접 배급할 예정이다.
두가지 모두 한국영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영화배급·투자사로서 코스닥 심사를 통과한 것도 처음이요, 한국영화를 직접 해외에 배급하는 것도 처음이다.
이런 일은 불과 2년여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당시 한국영화는 스크린 쿼터 폐지라는 무기를 들고나선 할리우드 직배영화 앞에서 불안에 떨고 있었다.
이강복 CJ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감회에 젖는다.
'처음에 와선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 그는 제일제당에서 20여년 동안 원료 구매와 관련해 현물, 선물을 거래하다가 99년에 CJ엔터테인먼트 본부장으로서 영화업에 처음 입문했다.
한때는 콧대 높은 영화판에서 ‘설탕 팔던 사람이 영화를 제대로 팔겠냐’는 비아냥도 들었다.
하지만 선물 거래를 통해 익힌 그의 리스크 관리력은 CJ엔터테인먼트가 리스크 높은 한국영화에 본격 투자하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는 신씨네, 명필름, 강제규필름 등 유명 제작사와 제휴를 맺고 영화 프로젝트에 꾸준히 투자하면서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외화는 CJ가 스티븐 스필버그, 제프리 카젠버그와 공동설립한 드림웍스를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받았다.
그는 미국 비아콤 같은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눈여겨봤다.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배급을 중심으로 영화 기획, 투자, 제작, 마케팅 업무를 펼치고 있었다.
그는 CJ엔터테인먼트의 배급력을 탄탄하게 키우면서 기획, 제작, 상영 업무를 수직계열화했다.
그후 1년 만에 CJ엔터테인먼트는 할리우드 직배사들을 제치고 영화배급 1위 업체로 부상했다.
또 30편의 영화에 투자를 해놓은 한국영화 최대의 ‘전주(錢主)’이자 85개 상영관을 갖고 있는 최대의 ‘극장주’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2001년 봄, '씨네21'이 매년 선정하는 ‘한국영화 파워 50인’ 중 2위로 꼽혔다.
그는 이제 한국영화의 아시아권 배급망을 구축하는 데에 주력할 계획이다.
성장세에 시동이 걸린 한국영화 시장에서 CJ엔터테인먼트의 입지는 이미 단단하다.
'사업을 꾸리는 데엔 한국 시장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앞서 가려면 해외시장을 뚫어야 합니다.
' 미국·프랑스 시장은 접근하기가 어렵고, 홍콩·싱가포르·필리핀·인도네시아 시장은 입맛을 당길 만큼 크지가 않다.
중국 시장은 잠재력은 있지만 아직 덜 자랐다.
그가 공을 들이면서 주목하고 있는 곳은 대만과 일본이다.
특히 일본은 영화관람료가 우리나라의 세배인데다 TV, 비디오, DVD의 판권이 비싸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그러나 일본은 결코 호락호락한 시장이 아니다.
배급망을 쇼치코, 도헤이 등 몇몇 극장주들이 독식하고 있고, 영화배급권이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드림웍스 영화 배급권만도 1억달러나 된다.
마케팅 비용도 많이 든다.
'공동경비구역JSA'의 배급을 대행한 일본 회사는 마케팅에 500만달러를 썼다.
흥행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할리우드 대형 영화사들도 일본 시장에선 방향감각을 잃곤 한다.
일본에선 휴먼드라마인 '그린마일'이 대박을 터트리는가 하면 흥행대작 '왕과 나'는 500만달러나 손해를 보기도 한다.
일본같은 큰 시장을 노리려면 자금력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래서 코스닥 등록은 CJ엔터테인먼트에 새로운 기회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다양한 콘텐츠에 투자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여러 장르의 영화가 균형있게 성장해야 한국 영화산업이나 영화업체들의 경쟁력도 높아진다고 강조한다.
이 대목에서 그의 열변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관객 700만명, 800만명짜리 대박 영화 다섯편보다 100만명짜리 평균작 영화 20편이 나오는 게 훨씬 바람직합니다.
대박 영화 다섯편이 한국영화 시장을 휩쓸면서 '와이키키 브라더스' 같은 영화들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어요. 한국영화 시장이 이대로 계속 가면 문제가 심각해질 겁니다.
' 심지어 그는 다른 회사 작품인 '무사'나 '화산고'가 흥행에 실패할까봐 걱정한다.
싸이더스가 제작한 '무사'의 경우엔 중국 현지촬영을 돕기도 했다.
최대의 한국영화 투자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박 영화만을 꿈꾸며 사업을 벌이지는 않는 것 같다.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들이 많이 나와줘야 한국 영화산업도, CJ엔터테인먼트도 잘 되니까요. ' 그는 요즘 음반시장 동향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취임 때 보류해뒀던 음반사업 진출계획을 다시 꺼내보고 있다.
'우리 음반시장은 아직 산업화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혹시 큰 회사가 들어가면 바뀌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아직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중입니다.
' 아시아 제일의 엔터테인먼트 그룹을 꿈꾸며 그는 지금 코스닥이란 도약대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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