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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KT-MS ‘맞손’ 우려반 기대반
[비즈니스] KT-MS ‘맞손’ 우려반 기대반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2.01.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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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업체 설 땅 잃고 ‘줄서기’할 듯… 양사 '업계 활력 불어넣을 것' 장담 국내 최대의 기간통신 사업자와 세계 제일의 정보기술(IT) 업체가 손을 잡았다.
지난해 12월22일 KT(옛 한국통신)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고현진 한국MS 사장과 이상철 KT 사장, 정보통신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양사간 제휴를 공식 발표했다.
이번 제휴는 MS가 KT의 지분 3%에 달하는 5억달러(약 6천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KT와 MS가 제휴를 발표하면서 내건 사업은 크게 네가지다.
음성데이터 통합기술(VoIP)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전화 사업과 무선인터넷 접속 서비스, 동영상과 게임 등의 디지털 콘텐츠 제공 서비스와 양사가 공동 브랜드로 출범하는 공동 포털사이트 운영 계획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KT는 자사의 광범위한 네트워크 인프라를 제공하고, MS는 그동안 착실히 보유해왔던 양질의 콘텐츠를 KT의 네트워크 망을 통해 공급함으로써 서로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표 참조) 이번 제휴의 밑그림은 한마디로 ‘KT의 네트워크 망과 MS의 플랫폼이 결합한 윈윈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다.
KT는 이미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 70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전체 초고속통신망 점유율의 54%를 차지한다.
MS로서는 자사의 야심작인 ‘닷넷’(.net) 플랫폼을 이용해 유·무선 연동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Test Bed)를 확보했다.
KT는 정보기술 산업의 인프라나 핵심 기술력을 갖춘 세계적 기업을 끌어들임으로써 후발 사업자를 따돌리고 ‘월드 베스트 컴퍼니’로 우뚝 서는 시간을 앞당기게 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KT 이상철 사장은 '이번 제휴로 KT는 전화회사에서 새 가치를 부가한 새로운 네트워크 회사로 변화하는 계기가 됐다'며 기간통신 사업자에서 종합 네트워크 제공업체로 거듭난 데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MS의 고현진 사장 또한 'KT가 가진 기본적인 고객 베이스와 MS의 기술력이 통합되고 양사의 자본력도 합쳐짐으로써 소비자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제휴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그러면 이들의 청사진대로 서로간의 장점을 효율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정보기술 업계를 평정한다는 구상이 예상대로 맞아떨어질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일단 유보적이다.
기업규모나 완성도 면에서 양사는 이미 대내외적 검증을 거친 일등 기업임에는 틀림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구상대로 KT의 인프라와 MS의 플랫폼, 콘텐츠가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는 몇가지 걸림돌이 있다.
제휴사업의 수익성도 의문시 가장 큰 문제는 이들과 첨예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토종 업계의 반응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을 비롯한 국내 선두 포털 업체들은 입을 모아 'KT와 MS가 공동으로 포털사이트를 개설할 경우 국내 포털 업체들은 고사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위기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한 관계자는 '결국 중소 콘텐츠 서비스 업체나 후발 서비스 업체들은 독립 생존 대신 몇몇 대형 업체들과 제휴를 맺는 ‘줄서기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며 'KT와 MS의 제휴가 이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고 IT 업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KT와 MS라는 매력적인 브랜드의 유혹을 쉽게 거절할 국내 업체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경우 이들 양사에 대항하는 또다른 ‘연립내각’이 저항세력으로 구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예상이다.
다음으로는 이들 양사가 발표한 네가지 제휴사업이 그림에 걸맞은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예로 인터넷전화의 경우 IT 붐이 한창 일어나던 99년 말부터 업계의 화려한 주목을 받으며 등장했지만, 실제 수익성에서는 아직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런 의문을 증명해준다.
MS와 KT가 발표한 인터넷전화 사업이 아직까지 PC2폰 형태에 국한되어 있을 뿐, 전화기와 연동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새롬기술의 관계자는 'KT가 독자적인 인터넷전화 서비스 역량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독점사업자 선정을 인정하지 않는 MS의 방침상 사업확대 과정에서 다른 국내 업체를 끌어들일 확률이 높다'며 결국 수익창출을 위해서는 또다른 방식의 ‘합종연횡’이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제휴를 맺은 당사자들은 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어차피 모든 콘텐츠가 윈도우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윈도우용 게임이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업체들도 새로운 사업기회를 잡음으로써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게 양사의 입장이다.
'이해관계가 물린 일부 업체의 반발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들은 '고객 입장에서도 고품질의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받게 되어, 이용 편리성과 효용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양사의 제휴가 국내 IT 업체나 이용자 모두에게 유익한 결정이라고 말한다.
아직까지 MS와 KT가 발표한 네가지 사업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진행 일정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양사가 제휴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 합의를 한 상태지만, 개별 실무자를 중심으로 사업 진행에 대한 논의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KT 민영화사업단의 관계자도 사업진행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며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제휴는 브랜드 인지도에서 최상위 그룹을 형성하는 두 기업이 각각의 장점을 살려 손을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내 IT 업계 전반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미 네트워크 인프라와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IT 업계의 침체로 인해 신규 수익창출구를 마련하지 못해 고심하던 국내외 양대 IT 업체는 이번 제휴로 각각 장밋빛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도약의 기틀을 다지게 됐다.
KT와 MS는 이번 제휴 과정에서 '계약 후 90일 이내에 제휴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를 했다.
따라서 이들이 공표한 인터넷전화, 공동 포털사이트 등이 가시화될 날은 멀지 않았다.
올해 1분기 안에 서비스는 개시될 것이며, 이들의 호언장담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IT 업계는 지금 촉각을 곤두세우고 KT와 MS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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