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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광고업계, 전운 속 새바람
[비즈니스] 광고업계, 전운 속 새바람
  • 권태호/ 한겨레 경제부 기자
  • 승인 2002.01.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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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시장점유율 50% 초읽기… 캐릭터 모델 본격 등장 눈길 외국계 광고회사의 대거 국내 진출,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제 논란, 그리고 크리에이티브의 다양화 등 국내 광고업계는 지난해 많은 변화를 겪었다.
광고업계는 월드컵과 대통령선거, 그리고 디지털방송 본격화를 앞둔 올해 더욱 큰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최근 몇년새 외국계 광고회사들의 한국 진출이 봇물을 이뤘다.
특히 LG그룹의 하우스에이전시(계열 광고회사)로 국내 2위 광고회사인 LG애드까지 해외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그 정도를 짐작케 해준다.
현재 시장점유율 12%를 차지하고 있는 LG애드의 해외매각이 이뤄지면, 2000년말 32.5% 수준이었던 외국계 광고회사의 시장점유율은 50%를 넘어서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의 다국적 광고업체인 WPP그룹은 지난해 LG애드의 대주주들(32%)을 상대로 인수절차를 협의해왔으나, LG그룹 계열사의 광고물량 보전방안과 매각대금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인수작업이 해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WPP그룹은 지난해 JWT, 애드벤쳐 월드와이드, 오길비&매더 등 3개의 광고회사를 잇따라 인수하는 등 한국시장 진출에 매우 적극적인 모습이다.
WPP는 지난해말 한국내 계열 광고회사를 ‘WPP MC’라는 이름의 통합법인으로 전격 출범시켜, 순식간에 랭킹 6위로 급부상했다.
LG애드 인수까지 성사되면, 제일기획을 넘어 국내 최대 광고회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국내 진출 외국 광고사 총 18개 1996년 3.3%에 머물렀던 외국계 광고회사의 점유율은 97년 5.0%, 98년 7.6% 등으로 조금씩 상승하다가, 99년 영국계 광고회사인 코디언트 그룹과 룩셈부르크 금융사인 GMH가 현대그룹과 해태그룹의 하우스에이전시였던 금강기획과 코래드를 인수하는 등 한국광고회사 사들이기에 나서면서 27.3%로 급상승했다.
2000년 12월에는 동방커뮤니케이션즈과 한인기획이 매각됐고, 지난해에는 WPP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세계 3위인 옴니콤그룹도 한국에 TBWA코리아, BBDO동방, 리앤DDB 등 3개 계열사로 맞서고 있다.
SK그룹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TBWA코리아는 지난해 3분기 방송광고액 기준으로 4위인 대홍기획을 제쳐 주목을 끌기도 했다.
여기에 프랑스 광고회사인 HAVAS도 최근 광고회사 선연을 인수하기 위해 실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광고업계는 WPP와 옴니콤그룹이 영토확장을 하고, 일본계 광고회사인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와 하쿠호도제일, 영국계 코디언트그룹(금강기획) 등이 영역을 넓히면서 국내 광고업계가 마치 ‘외국계 광고회사들의 전장’으로 바뀌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
현재 합작 또는 단독법인 형태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광고회사는 모두 18개사이다.
이중 14개사가 30위 안에 들어가 있으며, 10대 메이저에도 금강기획 등 모두 6개사가 올라있다.
외국계 광고회사의 진출이 늘어나는 것은 올해 월드컵 이후 국내 광고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광고를 계열 광고회사에 맡기는 ‘하우스에이전시 체제’가 붕괴되고 있는 데서 큰 영향을 받은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또 외국계 광고회사가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게 되면 광고업계의 영업형태와 관행 등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래드 박종선 국장은 '외국자본의 투자나 외국계 광고회사의 직접 진출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서 '선진시스템과 앞선 광고기법, 브랜드 마케팅 등을 적극 흡수하면서 우리 정서에 맞는 광고를 발전시키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1999년 이후 2년간의 광고가 안티, 엽기, 키치, 북한풍, 게릴라성, 블록버스터형을 만개시켰다면, 지난해에는 일상성과 휴머니즘을 강조함으로써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푸근하고 넉넉한 휴머니즘을 강조한 광고가 특히 많았다.
기업들은 ‘최고’를 강조하는 허장성세를 떨면서 금속성 느낌의 첨단 이미지를 강조한 기업PR 광고 대신 따뜻하고 정겨운 휴머니즘 광고를 잇따라 내놓았다.
생선가게 할머니를 등장시킨 LG전자의 ‘디지털라이프’, 클레이메이션으로 매년 주목받아온 삼성전자의 ‘또 하나의 가족’, 수녀와 비구니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는 SK텔레콤 기업PR 광고 등이 그것이다.
이밖에도 LG상사 마에스트로, 대림산업 e-편한세상, 현대증권 등 다양한 기업들이 업종을 불문하고 이웃에 대한 사랑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광고를 통해 보여주려 애썼다.
이는 지난해 불황과 관계가 깊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광고업계에서는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었다.
세상살이가 힘들어질수록 ‘튀는 것’보다는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살가운 정에 더 끌리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IMF 사태 이후 조금씩 확대되던 광고시장은 지난해에는 경기침체와 9.11 미국 테러 이후에 따른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후발업체 중심 비교광고 활발해질 듯 이와 함께 지난해 광고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비교광고의 본격 등장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비교광고 지침이 나오자마자 현대차가 일간지에 ‘1위에는 이유가 있습니다’란 제목으로 비교광고의 포문을 열기 시작했고, 이어 대우전자 김치냉장고, 쌍용자동차 렉스턴 등이 경쟁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비교광고를 앞다투어 내보내고 있다.
최근에도 KTF가 SK텔레콤을 물고 늘어지는 비교광고를 집행하는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선두업체를 따라잡기 위한 비교광고는 후발업체를 중심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요즘 광고계는 여성모델들이 장악하고 있다.
심은하의 연예계 은퇴로 최고급 여성모델의 기근 현상이 빚어진 가운데서도 이영애, 전지현, 고소영, 김정은 등의 활약이 눈에 띈다.
특히 각 업종별 광고에 두루 출연한 이영애는 ‘그녀의 하루’라는 인터넷 유머가 회자될 정도로 최고의 상종가를 올렸다.
한국방송광고공사의 ‘2001 매체 및 제품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서도 이영애는 전체 응답자의 12.4%의 지지를 얻으면서 2위와의 격차를 배 이상 벌리면서 실력을 과시했다.
더불어 기존 연예인 대신 캐릭터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한 변화다.
LG텔레콤의 ‘카이홀맨’이 10대 소비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고, 플래시 애니메이션 캐릭터 ‘졸라맨’이 파파이스 광고에 등장했으며, 코카콜라 ‘쿠우’도 제품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최고의 캐릭터 ‘엽기토끼’의 본격 데뷔가 늦은 게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다.
캐릭터를 활용한 광고마케팅은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상의 아바타를 활용한 PPL광고(즉 광고료를 받고 아바타가 특정 브랜드의 옷을 입는 등의 형식)로도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말 일부 연예인들이 잇따라 마약 혐의로 검거된 데 이어 ‘마약 연예인 소탕령’ 등이 계속 거론되면서 캐릭터 모델들은 올해 더욱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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