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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손길승/ SK그룹 회장
[얼굴] 손길승/ SK그룹 회장
  • 박형영 기자
  • 승인 2002.01.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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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고 뛰어야죠
업계 보수적 분위기 불구 공격경영 유지… 새해에도 시설투자·연구개발비 늘려


‘오리무중’. 교수들이 지난 한해를 표현하는 키워드로 꼽은 4자성어다.
경기에 대한 이런저런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기업을 하는 사람들은 올해도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지난 성탄절날 아침 신문들은 일제히 삼성그룹이 새해에 보수적 경영을 할 것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투자를 26.5%나 축소할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다른 그룹도 마찬가지다.
LG는 시설투자 규모를 25.5% 줄이기로 했다.
말 그대로 오리무중인 국내외 경제환경에서 안정기조로 나서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SK그룹은 오히려 공격경영을 선언하고 나섰다.
매출목표를 지난해 추정치 53조원보다 약 3.7% 증가한 55조원으로 잡았다.
세전이익 규모는 지난해 추정치인 2조5천억원보다 20% 증가한 3조원 규모로 정했다.
지난해 연구개발비와 시설투자 등에서 4조원 규모를 투자한 SK는 올해에는 이보다 7.5% 증가한 약 4조3천억원 규모를 투자키로 했다.
시설투자에는 5.5% 증가한 3조 8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연구개발비는 크게 늘려 지난해 4천억원보다 25% 증가한 5천억원 정도를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SK가 이처럼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일 수 있는 배경에는 지난 몇년간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며 사실상 SK그룹을 탈바꿈시킨 손길승 회장이 있다.


'L자형 장기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국내외 경기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가경제의 선순환적인 발전을 위해 축소경영을 하지 않겠다.
국내외 상황이 경영환경에 상당히 불리하지만 장기적인 생존과 발전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 SK는 새해에도 축소경영을 하지 않겠다.
'

SK는 지난 1997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경기침체 속에서 지속적인 구조조정 추진과 긴축경영을 통해 지난해 매출과 이익면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2000년 대비 약 6%가 증가한 53조원을 달성했지만 사업모델 고도화와 강력한 긴축경영 등의 영향으로 이익은 크게 증가해 31.5%가 증가한 2조5천억원을 달성했다.
한사람당 20억원의 매출을 올려 1인당 1억원의 이익을 달성한 셈이다.
이는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직전인 95년도의 매출 17조원에 비하면 3배 이상에 해당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구조조정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과 구조조정의 거센 파도를 거쳐야 했던 지난 몇년이 손 회장에게는 오히려 기회의 순간이었다.
젊은 오너3세(최태원 회장)와의 동거라는 미묘한 관계 속에서 손 회장이 승승장구하며 그룹을 이끌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손 회장은 65년 SK글로벌에 입사해 단 한번도 SK를 떠난 적이 없는 SK 터줏대감이다.
78년 SK그룹 경영기획실장이 된 이래 98년 SK구조조정 추진본부장이 되기까지 요직을 도맡았다.
워커힐호텔, SK증권, 그리고 SK생명에 이르기까지 SK의 성장사와 함께했다.


손 회장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문제는 획일적으로 판단할 사항이 아니며 창업주, 대주주, 전문경영인 가운데 경영능력이 있는 사람이 책임경영을 할 수 있다면 누가 기업가가 되어도 좋다'는 뜻을 밝혔다.
‘전문경영인’이라는 간판은 ‘재벌개혁’바람이 거세던 최근 몇년간 단단한 방패막이 되었다.


98년 최종현 전 회장이 작고한 뒤 출범한 손길승·최태원 회장의 공동경영 체제는 3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밀월이 언제까지나 지속되리라고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언젠가는 최 회장이 ‘등극’할 것이 기정사실이기 때문이다.


손 회장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많다.
우선 그룹의 수익이 SK텔레콤에 편중돼 있어 그만큼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다.
수익구조를 어떻게 다각화할 것인가가 그가 풀어야 할 중장기 과제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유가하락, 통신요금 인하 등의 요인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는 올해 공격경영을 성공시키기 위한 당장의 관문이다.
‘전문경영인’ 손길승이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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