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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진흙탕 ‘벤처 머니게임’ 비화
[비즈니스] 진흙탕 ‘벤처 머니게임’ 비화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2.0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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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브스쿨, 끝없는 법정분쟁 잡음… 김상민 전 사장 온코리아 해킹 사건도 연관 희대의 사기극인가, 벤처 신화가 낳은 또하나의 희생양인가? 최근 형사고발에까지 이른 아이러브스쿨 사태는 기업이 제값에 알맞은 주인에게 팔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하는 교훈을 말해준다.
동창회 신드롬을 일으키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아이러브스쿨은 불과 2년 만에 추악한 머니게임의 수단으로 자리잡아,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특히 한지붕 아래 있던 금양과 서울이동통신이 아이러브스쿨의 주식을 학연과 친인척으로 맺어진 관계사들과 서로 팔고사며 코스닥기업을 인수하고 차익을 챙긴 과정은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어, 과연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 판단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아이러브스쿨이 분쟁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게 된 것은 기업인수합병(M&A)의 전문가로 명성을 날리던 금양의 정현철 사장을 만나면서부터다.
아이러브스쿨은 2000년 2월 정 사장으로부터 10억원을 유치하면서 금양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순식간에 30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한 아이러브스쿨은 그해 8월 야후로부터 500억원 인수 제의를 받았다.
창업자인 김영삼씨는 이때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러브스쿨의 미래가치와 경영권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영삼씨는 기존 투자자인 정 사장이 비슷한 가격으로 경영권까지 보장해준다는 약속을 하자 정 사장에게 주식을 판매하기로 한다.
당시 매스컴에는 금양이 김영삼씨와 임준규씨 등 창업자 4명의 주식 16%를 81억원에 산 것으로만 보도돼, 이들이 야후의 인수제의를 거절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창업자들과 정 사장 사이에 이면계약이 있었고, 그것이 오늘의 분쟁을 낳는 씨앗이 됐다.
지분 매각은 합작 사기극인가 정 사장은 창업자들의 주식 32%를 개인 명의로 160억원에 사기로 따로 약속했다.
이때 정 사장은 매각대금을 2001년 1월과 3월에 나눠 주기로 계약을 체결한다.
그러나 정 사장은 지급기일이 오자 시장상황이 어렵다며 재계약을 요구했다.
결국 임준규씨 등에게는 2001년 6월말에, 김영삼씨에게는 2002년 6월말에 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한다.
다시 만기일이 되자 정 사장은 1차 계약 만기대금 100억원 가운데 20억원만을 제시하면서 80억원을 2001년 10월말로 지급일을 연기했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들은 금양의 50억원짜리 약속어음과 아이러브스쿨의 지분을 질권으로 제공할 것을 제안했고, 정 사장 역시 그 제안을 수락했다.
2001년 11월1일 정 사장이 또 돈을 갚지 않자 창업주들은 금양의 약속어음을 은행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은행에서는 ‘인감 상이’라는 이유로 이들에게 지급을 거절했다.
금양의 법인 인감이 아니라 정 사장의 사용 인감이 찍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 사장은 이미 아이러브스쿨 주식을 서울이동통신 등에 모두 매각한 뒤 홍콩으로 잠적한 뒤였다.
이에 창업자들은 '정 사장이 치밀한 각본에 의해 돈이 있으면서도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정 사장을 형사고발하게 된 것이다.
특히 김영삼씨는 정 사장과 서울이동통신의 박차웅 사장의 합작 사기극이라고 주장한다.
박 사장은 정 사장과 전주고 동창으로 지난해 6월까지 금양의 대표이사였고, 11월 아이러브스쿨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김영삼씨는 '서울이동통신은 금양 소유 지분은 주당 3만4천원의 저렴한 가격에, 정씨와 정씨 관계사의 주식은 주당 4만3천원에 인수했고, 박 사장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에스에이엠오의 주식은 무려 16만원에 인수했다'며 같은 시점에 주식을 이렇게 서로 다른 가격에 인수한 것은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럼 정 사장은 김영삼씨의 주장대로 거액을 챙겨 홍콩으로 도피한 것일까? 정 사장 측근의 주장은 다르다.
정 사장이 IT기업의 성장가치만 보고 투자하다 시장상황이 악화되자 자금압박을 받게 되었고, 하는 수 없이 잠적했다는 것이다.
정 사장의 측근인 금양의 한 관계자는 '정 사장은 지난해 3월 이후 아이러브스쿨 주식을 관계사에 판 돈으로 온에듀, 심스밸리 등에 투자하는 데 대부분 썼다'고 말한다.
특히 정 사장은 지난 5월 사오정 전화기로 유명했던 코스닥기업 온에듀(구 와이티씨텔레콤)를 아이러브스쿨의 주식 스와핑을 통해 사들일 때, 아이러브스쿨 주식을 10만원에 되사기로 약속을 하면서 팔 정도로 다른 기업들의 인수자금을 모으는 데 몰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이동통신에 판 아이러브스쿨 주식매각 대금도 다른 계약과 얽혀 제대로 받지 못해 박 사장에게 매우 섭섭해하고 있다'고 밝혀 관계사끼리 거래를 하면서 서로 얽힌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정 사장은 매우 분개하면서 홍콩에서 어렵게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아이러브스쿨 김상민 전 사장이 영어학습 사이트인 온코리아의 데이터베이스 서버 해킹을 지시해 구속기소된 사건도 있었다.
이 사건 역시 일련의 아이러브스쿨 사태와 연관돼 있다.
김상민 사장은 애초 정 사장과 박 사장이 세운 J&P 출신으로, 창업자들이 물러난 지난해 2월부터 아이러브스쿨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정 사장이 온에듀 사장을 겸임하고 있던 온코리아의 이호열 사장을 아이러브스쿨 사장으로 영입하려는 조짐이 보이자, 김상민 사장은 이호열 사장을 곱게 볼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김상민 사장이 정 사장과 온코리아에 불만을 품어 온코리아의 해킹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서울이동통신이 경영권을 장악하려 할 때에도 김상민 사장이 예상과 달리 격렬히 반대를 한 것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정 사장에게 뭔가 불만이 있었던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다.
현재 이호열 사장 역시 감정이 많이 상해 김상민 사장을 상대로 100억원대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브스쿨의 종사자들이다.
960만명의 질좋은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기업으로서 소명을 다하고 싶었던 이들은 경영권 분쟁 속에 아이러브스쿨과 그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조를 설립해 서울이동통신으로부터 투명한 경영을 약속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상처가 쉽사리 아물 것 같지는 않다.

아이러브스쿨 사태 일지

2000년 2월 금양(정현철 사장), J&P(정현철과 현 서울이동통신 박차웅 사장 이니셜)- 아이러브스쿨에 최초 10억원 투자 2000년 8월 아이러브스쿨, 야후코리아와 500억원에 지분 매각 협상 진행 2000년 9월 금양 - 창업자들의 구주 16%를 81억원에 매입 정현철- 개인적으로 김영삼, 임준규 등 창업주들의 지분 32%를 160억원에 매수 약속, 매수대금은 2001년 1월과 3월에 각각 지급하기로 계약 2001년 1월 정현철 - 임준규 등에게는 2001년 6월말, 김영삼에게는 2002년 6월말 지급하기로 재계약 2001년 초 정현철 - 아이러브스쿨 주식 13%를 에스에이엠오(박차웅의 처가 대표이사)와 관계사 엠에스시스템, 전 서울이동통신 대주주였던 이봉훈에게 매각 - 70억원 가운데 35억원 받고, 2001년 12월 잔금받기로 함 2001년 5월 정현철 - 아이러브스쿨 주식 9%를 온에듀(구 와이티씨텔레콤) 주식 150만주와 스와핑방식으로 맞교환해 온에듀 최대 주주됨 2001년 6월 정현철 - 김영삼 등에게 만기대금인 100억원 가운데 20억원만 제시, 80억원은 2001년 10월말로 미룰 것 요구 임준규 - 금양의 50억원짜리 약속어음과 아이러브스쿨의 지분 9%를 질권으로 제공 제안 - 제안 수락 2001년 10월말 정현철 - 지급 거절 2001년 11월1일 아이러브스쿨 창업주들 - 금양의 50억원짜리 약속어음을 은행에 제시했으나 인감상이로 지급 거절당함 정현철 - 서울이동통신과 유리스파트너스(서울이동통신 이도형 이사가 대표이사)에 금양소유 지분, 개인지분 매각 - 오후 3시30분 홍콩으로 출국 서울이동통신(박차웅) - 에스에이엠오(박차웅 처) 보유 지분 2.77%까지 주당 12만원인 65억원에 인수 포함, 아이러브스쿨 총 지분 53%확보 2001년 11월16일 서울이동통신 - 아이러브스쿨 경영권 확보위해 이성웅 크레모 사장을 앉히려다 김상민 사장, 창업주 이사들의 반대로 부결 2001년 11월19일 서울이동통신 - 소집통지 없이 임시주총 열어 현명호 사장(박차웅 사장의 처남, 서울이동통신 이사) 선임 2001년 11월22일 서울이동통신 - 경비업체 동원해 물리적으로 아이러브스쿨 경영권 인수 2001년 12월 김상민 전 사장 - 온코리아 해킹혐의로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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