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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동네 빵집 e가루 입힌다
[비즈니스] 동네 빵집 e가루 입힌다
  • 이희욱기자
  • 승인 2002.0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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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N, 중소 자영업자 EC 인프라 구축… 대기업 공세 속 자생력 마련 자구책 그동안 소규모 자영업 위주로 운영돼온 제과업계에 전자상거래 바람이 불어닥칠 조짐이다.
대한제과협회가 중소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전자상거래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의 선두에는 대한제과협회의 디지털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코리아베이커리네트워크(KBN) www.koreabakery.net가 있다.
KBN은 제과점 온·오프라인 통합 시스템 구축과 활용사업을 목적으로 지난해 9월11일 창립한 제과부문의 전문 컨설팅과 유통, 교육업체다.
동네 제과점에 전자상거래 개념을 도입하겠다는 발상이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하게 들릴 법도 하다.
이에 대해 대한제과협회 중앙회 부회장 겸 KBN 대표인 이덕주(57) 사장은 '제과점도 디지털 시대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제 제과업계도 제품만 만들어놓으면 저절로 팔리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전문화와 업무혁신, 시대 변화를 좇아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죠. 아직까지 자영업 중심의 구태의연한 경영을 답습하는 제과업계에 혁신과 발전의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힘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 전국 단일 유통망 통해 비용절감 KBN이 추진중인 사업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제과업계의 전자상거래 인프라와 솔루션 구축을 위한 기반시설 보급과 경영혁신을 위한 컨설팅 사업, 그리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부대사업 확산이 그것이다.
우선 기반시설 보급을 위해서 매장마다 인터넷을 통한 관리와 정보교류가 가능한 웹 포스와 서버 구축을 서두르고, 관련 시스템 확충에 나섰다.
경영혁신을 위해서는 대한제과협회와 공동으로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기술경영 세미나를 개최하고 신제품 개발·보급에 힘쓰는 한편, 부가가치 창출을 유도하고자 매장내 현금지급기 보급과 함께 전문점 개설을 유도하는 데 힘썼다.
이렇게 변화와 개혁을 외치는 배후에는 4~5년 전부터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제과업계의 어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 경제가 구제금융 한파에 얼어붙기 이전까지는 이전까지는 정부가 제과업을 건전업종으로 선정해 적극 권장하는 정책을 펼쳤다.
'그때만 해도 가만히 앉아 있으면 저절로 영업이 되던 시절이었다'는 게 이덕주 사장의 설명이다.
다른 업종에 비해 창업 자금이 비교적 많이 들지 않는데다, 자기만의 사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약간의 기술을 익혀 뛰어들 수 있었던 ‘만만한’ 업종이 제과업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구제금융 한파가 몰아치면서 실직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일터에서 내몰린 사람들은 너도나도 앞다퉈 제과업에 뛰어들었다.
게다가 프랜차이즈 열풍을 타고 제과업계의 대형 업체들이 곳곳에 가맹점을 세웠다.
그 결과 전국 1만8천~2만여개의 제과점이 난립하는 오늘의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브랜드’를 앞세운 대기업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소규모 동네 자영업자들은 하나둘 쓰러져갔다.
1조4350억원으로 추정되는 전체 제과업계 시장규모에서 2천여개에 불과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26%의 점유율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아직까지는 자영제과점이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와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갈수록 올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파리크라샹에서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와 크라운제과의 ‘크라운 베이커리’, 제일제당의 ‘뚜레쥬르’ 외에도 고려당과 신라명과 등이 각각 프랜차이즈를 구성해 제과업계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소규모 제과업체도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대안 마련이 절실해졌다.
KBN이 추진 중인 제과업체 전자상거래 활성화 사업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가내수공업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영세 제과업자들을 대상으로 네트워크를 갖추고 신제품 정보를 공유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하루하루 매출을 정리하는 데 급급하지 않고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소비자의 기호를 파악하고, 인터넷을 통해 중앙협회와의 연계망을 구축해 새로운 정보를 공유하자는 발상이다.
게다가 비싼 외국 원자재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인터넷 공동구매를 통해 국산 원자재를 싸게 구입해 제품 생산에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소규모 제과업자를 대상으로 세미나와 정기 교육을 통해 디지털화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한편, 점포 운영에 필요한 초보적인 컴퓨터 교육에 들어갔다.
지방자치단체와 손을 잡고 컴퓨터와 정보활용 교육을 실시하고 KBN 자체 연구진을 활용해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 결과 지난해 말에는 쌀을 원자재로 한 빵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신제품 발표회를 가지고 인터넷으로 배합표를 공개하면서 소규모 자영업자의 뜨거운 반응을 얻어내기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자영업자들을 위한 종업원 서비스 교육을 강화하고, 감가상각비를 고려한 과학적 경영 컨설팅을 병행했다.
'판매액 대비 수익이 제과업의 매출로 잡히는 경영 방식이 너무나도 답답했습니다.
컴퓨터를 통해 매출을 정확히 관리하고, 지역별·점포크기별 감가상각비를 정확히 산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대기업의 공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중소 제과업계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이덕주 사장은 말한다.
IT 분야 인식부족이 걸림돌 출범한 지 5개월이 채 안 된지라, 아직까지 영세 제과점을 대상으로 한 전자상거래 인프라 구축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구현할 수 있는 웹 포스와 서버 구축도 이제 첫발을 뗀 상태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구축한 영세 점포는 손에 꼽을 정도이며, 한창 보급중인 장비도 인프라 구축이 완료될 때까지는 자체 영업관리에 국한될 뿐이다.
이렇듯 진전이 더딘 데는 몇가지 걸림돌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영세 제과업자들의 인식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제과업계는 아직도 IT 분야에 대한 무관심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손수 반죽을 하고 빵을 구워 판매하는 ‘장인정신’으로 이제껏 영업을 해온 사람들인지라, 아직까지 장부에 의존한 주먹구구식 경영방식을 답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이덕주 사장의 설명이다.
특히 수십년간 제과업에 종사해온 40~50대 업주들 중에는 컴퓨터 사용법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컴퓨터 교육과 IT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꾸준히 계도하면서도 수십년간 굳어온 이러한 관행과 사고를 깨는 일이 쉽지 않다'고 이덕주 사장은 털어놓는다.
다음으로는 인터넷 전자상거래로 인한 매출 투명화에 대한 업주들의 심리적 거부감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 외상과 안면을 통한 거래에 익숙해진 기존 사업자들로선 인터넷으로 점포의 매출이 노출되는 것이 그리 반가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매출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자신만의 ‘비법’을 공개하는 게 제과업계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길'이라는 게 이덕주 사장의 주장이다.
'똑같이 가맹점 매출을 공개하면서도 관련 장비나 액세서리까지 일률적으로 공급함으로써 가맹점의 매출을 낮추는 대기업에 비해, 정보 공유와 원자재 구매 그리고 전국 단일 유통망 형성을 통한 비용 절감에 주력하는 ‘영세업자 네트워크’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이덕주 사장은 말한다.
마지막으로 유통과정에서 변질될 가능성이 높은 ‘식품’이라는 점이 거래상의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선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소비자에게 빠른 시간에 제품을 공급하려면 그만큼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탄탄히 구축돼 있어야 하는데, 사업 초기단계에서 이런 점을 자영업자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는 2만개에 달하는 대한제과협회 회원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가맹점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덕주 사장은 보고 있다.
제과업계에 디지털의 신기술이 도입돼, 재정난에 허덕이는 소규모 제과업주에게 불황 타개를 위한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KBN을 중심으로 한 업계의 노력들은 의의를 지니고 있다.
적어도 올해 말쯤이면 이들의 노력이 가시적인 열매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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