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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김인호 와이즈인포넷 회장
[페이스] 김인호 와이즈인포넷 회장
  • 이정환
  • 승인 2000.10.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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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와이즈인포넷 회장으로 변신
그는 아직도 3년 전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 사람들은 그를 ‘IMF 경제 환란의 주범’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기억한다.
IMF 외환위기의 책임을 지고 기소됐다 지난해 8월 자격정지 1년에 선고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난 그는 4개월여 동안 구치소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가 지난 10월9일 지식 콘텐츠 제공업체 와이즈인포넷www.wiseinfonet.com에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출현도 놀랍고 그를 선택한 와이즈인포넷의 결정도 뜻밖이었다.
하지만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와이즈인포넷 연구원을 통해 고문 겸 회장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을 때 굳이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고 한다.
그의 경륜과 광범위한 인맥, 영향력을 필요로 하는 와이즈인포넷의 요구와 사회 복귀를 모색하는 그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듯하다.

“한국의 싱크탱크를 만들겠다” 와이즈인포넷은 지난 93년부터 정부기관과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해외정보와 산업분석자료를 제공해왔다.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고급 정보라는 차별화된 이미지 부각에 성공하면서 성장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와이즈인포넷은 유료 콘텐츠 판매에 성공한 드문 사례로 손꼽힌다.
70여명의 석박사급 연구원이 만들어낸 정치·경제·산업·기술 전 분야에 걸친 데이터베이스가 이미 10만건을 넘어섰다.
그는 와이즈인포넷을 “단순한 정보의 수집과 가공 판매에서 벗어나 종합 리서치 기관으로, 명실상부한 한국의 싱크탱크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3년의 와신상담, 오랜 칩거 끝에 나타난 그는 예의 확고부동한 시장주의 원칙론을 포기하지 않았다.
입을 열 때마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거침없이 비판했고, “시장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원론적인 해법을 거듭 강조했다.
근본을 갖추지 못한 실속없는 외형 부풀리기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요즘 다시 위기를 직감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를 만난 날 종합주가지수는 475.43포인트까지 떨어졌다가 힘겹게 반등했다.
국내외 분위기도 심상치 않고 제2의 경제위기론까지 들썩거리고 있다.
“왜 IMF가 왔는지 생각해보자.” 그와의 대화는 결국 3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갔다.
“단기적 성과에 연연해 근본을 외면한다면 언제든지 위기는 재발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한다.
그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지난 일이지만 과연 그에게, 또 우리에게 “IMF는 불가항력”이었을까. 그는 “아직도 근본적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결국 IMF로 거슬러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정치적 논리를 버리고 철저하게 시장원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IMF를 졸업했다고? 정부의 호들갑스러운 전망에 김 회장은 코웃음을 쳤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결함은 결코 단기간에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오랜 칩거와 자성의 결론이다.
“IMF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2의, 제3의 IMF는 언제든지 닥쳐올 수 있다.
” ‘환란의 주범’으로 여기저기 불려 니는 동안 그는 시장원리에 대한 확신을 키워갔다.
“정부가 모든 걸 다 하려고 해선 안된다.
정부의 지나친 역할 부담이 오히려 시장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시장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
” 그는 지금 정부가 최소한의 원칙론마저 잃어버린 게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한때 나라의 경제정책을 좌우했고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법정에 서기도 했던 그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부인하고 싶겠지만 남은 평생 동안 실패의 경력은 숙명처럼 그를 따라다닐 것이다.
와이즈인포넷이 그에게 재도약의 기회가 될까. 나라살림에서 실패했던 그가 벤처기업의 살림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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