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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강화된 퇴출기준 약발은 ‘글쎄’
[초점] 강화된 퇴출기준 약발은 ‘글쎄’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2.0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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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 수급불균형 개선안 본격 시행… “관리 기준 더 강화해야” 지적도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떨어진다.
웬만큼 상품가치가 높지 않고는, 이 원칙은 잘 깨지지 않는다.
최근 코스닥 공모시장이 그렇다.
코스닥 등록기업 수가 증권거래소 상장기업 수를 앞지르면서부터 공모주들의 인기가 떨어지는가 하면, 주가상승 탄력도 부쩍 약해지기 시작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증권전문가들은 “발행시장의 공급과잉 탓에 유통시장까지 나빠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식시장 퇴출요건이 강화되긴 했지만 기업들의 시장진입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정보기술 붐과 닷컴 열풍이 지나가고 어지간한 기업들이 시장에 다 진입한 요즘도 코스닥 등록기업 증가세는 사그라질 줄 모른다.
코스닥 등록기업 수는 올해 1월3일 현재 721개로, 1년 전보다 117개가 늘어났다.
‘형님’격인 증권거래소 상장기업 수보다 33개사가 많다.
증권거래소 기업 수는 2000년 704개이던 것이 연초 현재 688개로 되레 16개사가 줄었다.
14개사가 신규 상장됐지만 상장 폐지된 종목이 30개로 더 많았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코스닥에서 등록 취소된 종목은 60여개다.
공모주 메리트 예전만 못해 자본 전액잠식, 거래소 이전 등을 이유로 빠져나간 기업들마저 없었다면, 코스닥시장은 지금보다도 더 북적거렸을 것이다.
지난 한해 코스닥에 적을 올린 기업은 177개, 코스닥 등록 심사를 통과하고 아직 시장에 등록하지 않은 기업이 67개여서, 코스닥 등록기업 수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코스닥시장은 들어가겠다는 기업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보면 사정은 그리 좋지 않다.
신규등록 종목들의 주가상승률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100%를 넘던 주가상승률은 이미 옛일이 돼버렸다.
지난해 10~11월에 등록한 종목들의 평균수익률은 10월말과 11월말 종가를 기준으로 할 때 공모가에 견줘 각각 103.88%와 93.91%였다.
하지만 12월에 들어서서는 50% 이하로 추락했다.
지난해 12월18일 거래가 시작된 에스에프에이의 경우엔 매매 개시 이후 사흘간 주가가 공모가보다 1천원이 낮은 5900원으로 주저앉았다.
12월26일에 등록한 오리엔탈정공과 동아화성은 거래 첫날부터 하한가를 기록했다.
수백 대 1을 넘던 공모주청약 경쟁률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12월말에 실시된 공모주청약을 보면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경쟁률이 100 대 1에도 못미치는 기업들이 허다했다.
공모주청약 경쟁률은 일진다이아몬드가 31.24 대 1, 아이티센네트웍스가 74.1 대 1, 코미고가 69.69 대 1, 대동스틸이 71 대 1, 금강철강이 75.98 대 1에 그쳤다.
이를 보고 증권전문가들은 당연하다고 입을 모은다.
코스닥시장은 들어오는 장사꾼은 많은데 손님은 늘어나지 않는 형국이어서, 가격이 높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기업 수가 많아지면 시장참여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져 작전세력에 더 쉽게 휘둘리게 된다.
등록·상장 기업 수는 이미 기존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섰다.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거래되고 있는 기업 수는 1400여개에 이른다.
그러나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분석대상으로 삼는 기업 수는 사당 200여개 안팎씩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가장 큰 대우증권 리서치센터도 450여개 기업밖에는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참여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가는 소외주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소외주들은 작전세력이 개입하기가 쉽다.
검증되지 않은 소문들이 시장을 휩쓴다.
지난 한해 코스닥 기업들은 보도 또는 풍문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87%(220건 중 192건)가 ‘검토중’, ‘진행중’, ‘추진중’이라고 답변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내용들이 시장에 떠돌고 있는 것이다.
내용은 M&A(인수합병) 관련 조회공시 요구가 74건으로 가장 많았다.
주가 급변과 관련한 공시요구가 60건으로 두번째였고, 그 다음은 수주설 50건, 외자유치설 38건 등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 공시요구 건수는 2000년의 60% 수준으로 감소했다.
코스닥증권은 이를 “코스닥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신규 등록법인의 등록 초기 주가상승률이 전년에 비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거래소와 비교한 상대적인 시장기반 악화는 거래량, 주가에서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연말 연초 상승장에서 코스닥은 거래소보다 상승폭이 작았다.
지난해 12월21일부터 1월3일까지의 상승장에서 코스닥의 하루 거래량은 3억3180만주에서 3억4716만주으로 1500여건 남짓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러나 거래소 거래량은 3억3517만건에서 7억5258만주으로 4억1700여주나 늘었다.
지난해 1월 코스닥 하루거래량이 거래소보다 3억여주 이상 많았던 시절은 까마득한 옛일이 되어버렸다.
주가 상승폭 역시 거래소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11월말부터 12월 중순, 12월21일께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상승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각각 12%, 13%가 상승한 데 비해 코스닥은 11%, 10% 상승하는 데 머물렀다.
시장에너지가 거래소쪽으로 중심을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물론 정보기술 산업 경기의 회복 징후가 아직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배경에서 작용하고 있다.
코스닥엔 IT 관련 기업들이 많아 IT 경기에 거래소보다 더 민감하다.
그렇다면 경기회복이 기대되는 올해 3분기에는 이런 현상들이 완화되기 시작할까? 증권전문가들의 얼굴에서는 근심이 가시지 않는다.
수급의 불균형 문제가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올해 코스닥 전망이 좋다지만 그것은 대형주들의 얘기다.
이번 상승장에서도 거래소 성격의 종목만 떴다.
외국인이 선호하는 LG홈쇼핑, 휴맥스 등 대형 우량주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다음, 장미디어 등 인터넷·보안주 등 개인 선호 기술주들은 약세를 지속했다.
이 때문에 지수가 연일 상승했어도 개인들은 ‘먹은 것’이 별로 없다.
금융감독원 윤명수 선임조사역은 이런 현상이 시장 기반 전체를 약화시키지 않을까 걱정한다.
“유통시장이 활발해야 발행시장이 삽니다.
수급은 재료에 우선합니다.
” 이것은 증권사들도 공감하는 지적이다.
지난해말 증권업협회가 국내외 60여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코스닥시장의 문제를 묻는 질문에 55.7%가 시장 투명성 부족을, 49.2%가 시장 진입요건 강화와 신속한 퇴출 등 수급조절 대책 미흡을 꼽았다.
구조조정 더 미룰 수 없어 올해 초부터 코스닥시장 퇴출제도가 강화되긴 했지만 이것으로 수급을 조절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식투자 전문사이트 인포션의 문양근 대표는 이번 퇴출제도 강화가 시장에 미칠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가령 이번에 신설된 최소 주가 유지 요건에 따르면 액면가 5천원짜리 종목의 주가가 30일 동안 1천원 아래로 떨어져야 등록이 취소된다.
그러나 문 대표는 액면가 20% 밑으로 떨어지는 종목은 시장에서 흔치 않다고 지적한다.
코스닥증권도 이번 퇴출제 강화가 시장에 직접적으로 끼칠 영향은 적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이들은 오히려 간접적, 심리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내다본다.
부도 즉시 퇴출, 최소 주가 유지, 불성실 공시 3회시 퇴출 같은 조항이 기업들에 심리적인 부담감을 줘 시장투명성을 높이고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하게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예컨대 기업들은 감사의견에서 ‘부적절’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분식회계를 하지 않을 것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시장 진입의 문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공개 조건이 까다로워지면 벤처캐피털들이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지고 벤처 투자도 활기를 잃게 되는 부작용이 일어난다.
코스닥 진입 완화는 우리나라 벤처 활성화를 위한 ‘필요악’인 셈이다.
신영증권 노근창 코스닥팀장은 진입장벽을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니 퇴출제도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적자가 3년 이상 지속된다든가, 공시 위반이 잦은 기업은 부도가 나기 전에 즉시 퇴출해야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다.
퇴출제도가 강화되면 M&A 등 구조조정에도 가속이 붙을 수 있다.
“720여개 코스닥 기업 중 우량종목은 50개가 채 되지 않습니다.
빨리 구조조정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량주의 주가까지 영향을 받게 될 테니까요.”

코스닥과 증권거래소의 퇴출기준 강화

코스닥/@최종 부도처리된 코스닥기업, 소액주주 200미만 기업, 6개월 이상 영업을 하지 않은 기업은 즉시 등록취소 @자기자본이 50% 이상 잠식된 상태가 2년 이상 연속된 기업 즉시 등록취소 @주가가 30일 연속 액면가의 20%를 미달하는 기업은 관리종목으로 지정 관리종목 지정 후 60일 중 10일 연속 또는 30일 이상 액면가의 20%를 밑돌면 등록취소/기업의 구조조정, 재무구조 강화 촉진. 부실기업 정리 거래소/@관리종목 지정 1개월 내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상장 폐지 @감사의견 부적정, 또는 의견거절인 경우 상장 폐지 @감사의견이 감사범위 제한으로 ‘한정의견’을 받았을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2년 연속 받으면 상장 폐지/기업의 분식회계를 미연에 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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