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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날개를 잃어버린 신경제 스타들
1. 날개를 잃어버린 신경제 스타들
  • 최욱(와이즈인포넷연구원)
  • 승인 2000.10.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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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이후 인터넷, 반도체, PC 차례로 추락…이동통신업체 최후의 보루로 신경제 스타들이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는 바람에 날개의 밀랍이 녹아 바다로 떨어진 그리스 신화의 이카루스와 아주 흡사하다.
뉴욕증시와 나스닥의 열기가 태양처럼 뜨거웠던 것일까? 세계 휴대전화 제조업계의 스타인 미국 모토로라는 지난 10월11일 수익전망치를 하향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모토로라 주가는 96년 1월 이후 최대 낙폭인 19%나 떨어졌다.
이 여파로 모토로라의 경쟁업체인 핀란드 노키아와 스웨덴 에릭슨 역시 유럽증시에서 약세를 보였다.
휴대전화용 칩 제조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소텍의 주가도 힘을 잃었다.
모토로라의 주가폭락은 이동통신업계 전반에 대한 경기둔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정보통신업계는 물론 IT산업 전체의 경기후퇴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이다.
만약 정보통신산업의 경기가 올해를 정점으로 둔화한다면 신경제 전체에 대한 찬반 논쟁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모토로라 ‘사태’는 그동안 숱한 신경제 스타들의 추락에도 불구하고 신경제 최후의 보루로 남아 있던 이동통신마저 흔들렸다는 점에서 하나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끝없는 성장을 구가할 것으로 보이던 신경제 각 분야의 대표주자들은 올 들어 차례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신경제도 결국 경기사이클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모토로라 사태는 이동통신 경기둔화의 서곡? 신경제 스타들에게 올해는 끔찍한 한해였다.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분야는 인터넷 쪽이다.
영국의 고급 패션 온라인 소매업체였던 부닷컴의 파산선고 여파로 자금줄이 끊긴 닷컴기업들이 차례로 문을 닫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당시 “닷컴기업들의 ‘잔치’가 끝나고 이제는 그 ‘잔해’만 쌓여가고 있다”고 혹평했다.
인터넷에 이어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은 경기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올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반도체다.
물론 반도체 경기가 정점을 지났는지 여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하지만 반도체업계의 대표주자인 인텔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현주소는 투자자들이 결코 반길 수 없는 모습이다.
인텔의 주가는 지난 9월22일 수익둔화 전망과 투자등급 하향조정으로 사상 최대 낙폭인 22%나 곤두박질치면서 ‘인텔 쇼크’를 불러일으켰다.
인텔은 이어 10월16일 비관적 전망보고서 발표가 잇따라 나오자 다시 35.69달러로 추락했다.
지난 8월 사상 최고치였던 75.81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메모리칩 생산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주가 역시 10월5일 투자등급 하향조정 및 PC수요 감소에 대한 전망으로 12.7%나 폭락했다.
이 역시 사상 최고치였던 7월14일의 97.50달러에 비하면 57%나 하락한 수치다.
반도체 스타들도 수난을 비켜가지는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와 동시에 추락한 스타는 다름아닌 PC다.
지난 9월30일 애플컴퓨터가 수익악화 전망을 발표하면서 비롯된 PC 업계의 주가폭락은 반도체에 이어 PC산업 전체에 대한 경기정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애플 주가가 52%나 떨어진 가운데 다른 PC 제조업체들은 “우리는 애플과 다르다”며 차별화를 강조했지만 동반추락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반도체와 PC 업계 전반에 대한 어두운 전망들이 잇따르자 소프트웨어 쪽에도 불똥이 튀었다.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마이크로소프트조차 차례로 넘어지는 다른 스타들을 떠받치기엔 역부족이었다.
10월16일 나스닥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전일 대비 6.3%나 하락한 50.3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52주 동안의 최고치인 119.94달러에서 무려 60%나 떨어진 것이다.
이동통신은 신경제의 마지막 보루인가 이제 마지막 남은 스타는 통신뿐이었다.
그 중에서도 이동통신은 스타 중의 스타로 손꼽혀왔다.
모토로라의 주가폭락이 가져온 심리적 충격은 그래서 더욱 컸다.
모토로라의 주가가 맥없이 무너진 것은 스스로 밝혔듯이 전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성장이 둔화된 탓이다.
특히 유럽 지역 휴대전화 수요가 감소하면서 모토로라의 수익전망이 악화됐다.
전문가들은 모토로라가 내놓은 전망에 대체로 수긍하고 있다.
전세계 휴대전화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성장률이 지난 수년간 이어져왔던 연간 50%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줄곧 성장을 주도해왔던 유럽과 아시아의 이동통신 시장이 성숙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꿈의 통신’으로 불리는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이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바탕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차세대이동통신이 기존 2세대 이동통신 시장의 성장률 둔화를 만회해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다.
하지만 차세대이동통신이 상용화되려면 적어도 2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현재의 무선인터넷 단말기로는 소비자들의 기대수준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당분간 수익전망이 불투명한 셈이다.
차세대이동통신에 들어가는 막대한 투자자금 역시 이동통신업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차세대이동통신에 대한 유럽 통신업체들의 투자는 차라리 도박에 가깝다.
그것도 판돈이 자그만치 3천억달러를 넘어서는 대형 도박판이다.
영국이 차세대이동통신 사업권을 경매 방식으로 내준 뒤 유럽 각국들은 앞다퉈 이 방식을 채택했다.
덕분에 사업비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당연히 투자자금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새로 구축되는 차세대이동통신 네트워크 구축에 들어가는 자금도 만만찮다.
이미 영국 브리티시텔레콤은 이로 인한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에는 다른 사업을 할 여력마저 없어져 투자등급이 하향조정되는 수모를 당했다.
도이체텔레콤이나 프랑스텔레콤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솥밥을 먹는 통신장비 제조업체라고 무사할 리가 없다.
지난 7월 노키아 주가는 하룻만에 26%나 폭락했다.
신경제의 마지막 스타인 이동통신도 쓰러질 수밖에 없는가? 명쾌한 대답을 내놓기엔 이르다.
모토로라에 이어 에릭슨과 노키아의 실적 및 수익전망 발표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에릭슨과 노키아마저 모토로라의 뒤를 잇는다면, 통신업계 전반에 대한 경기논란이 폭발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투자자들이 차세대이동통신에 대한 도박을 ‘건설적 투자’로 인식하게 되면서 추락하지 않는 이카루스의 모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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