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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너희가 그린스펀을 믿느냐
2. 너희가 그린스펀을 믿느냐
  • 이원재 연구기자
  • 승인 2000.10.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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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전향 기대에 주가 반짝 급등하기도…11월15일을 주목하라 미국 금리정책의 열쇠를 쥐고 있는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입이 다시 한번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87년 연준리 의장으로 취임한 뒤 균형잡힌 금리정책과 절묘한 타이밍을 자랑하는 ‘립 서비스’로 신경제를 지탱해왔다.
그는 신경제의 대표적 현상인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낮은 물가상승률을 유지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정책당국자로 꼽힌다.
그렇게 일궈온 신경제가 위기 논란에 휩싸여 있는 지금 그는 머릿속에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주식시장의 관심은 역시 금리정책의 향방이 바뀔 것이냐에 있다.
그린스펀은 99년 말부터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계속해서 금리인상을 시사했고 연준리는 올해 2월부터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려왔다.
그는 첨단기술주를 중심으로 다우와 나스닥지수가 폭등세를 보이는 동안, 주가폭등이 소비심리를 과열시켜 소비를 늘리고 이게 물가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발언은 지난 10년 동안과 마찬가지로 주가의 연착륙을 이끌기 위한 절묘한 발언으로 여겨졌다.
금리정책 방향 바뀔까 하지만 상황은 바뀌었다.
올해 초의 고민거리가 경기과열 때문에 경기연착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우려였다면, 지금의 고민거리는 주가하락이나 첨단기업들의 수익악화 등의 주변환경을 볼 때 경기가 급속한 하강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경기경착륙에 대한 구체적인 걱정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오히려 ‘금리를 내려 경기상승을 부추길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기대가 나오고, 실제로 인플레이션 우려를 줄이는 방향의 통계수치가 발표될 때면 이 기대를 바탕으로 주가가 반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신경제의 가장 큰 적이라는 그린스펀의 소신은 아직 바뀌지 않은 듯하다.
그는 지난 19일 캐토연구소에서의 강연에서 “유가 상승이 아직까지는 인플레이션 기대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지만, 미국 경제성장세를 이끈 힘을 뒤집을 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도 유가라는 외부요인에 의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있다는 암시다.
그는 신경제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최근 IT 대표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기술혁신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자 9월18일 은행협회 연설에서 “몇년간 금융산업을 변혁시킨 기술진보가 끝났다는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컨퍼런스에서는 “기술개발은 여전히 금융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면서 기술혁신의 힘을 언급했다.
하지만 그가 그동안 금리를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조정하려고 시도한 것 자체가 신경제론과 원칙적으로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신경제 체제에서라면 기술혁신과 물가상승 압력이 동시에 일어날 수 없어야 하는데, 물가상승을 걱정해 금리를 조절한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얘기다.
금리조정을 포함해 연준리의 통화운용정책을 결정하는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1월15일 열릴 예정이다.
그린스펀이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해온 정책방향을 인하 쪽으로 튼다면, 시장이 ‘연착륙 성공의 신호’로 받아들이면서 다시 주가상승이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경기에 대한 정확한 판단없이 어설픈 립 서비스로 거품을 만든다면 신경제는 뿌리째 흔들리는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다.
“연준에 맞서지 말라”는 미국 증시의 새 격언을 만들어낸 그린스펀이 이번에도 이 격언의 유효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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