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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개별주 옵션 시장 열린다
[재테크]개별주 옵션 시장 열린다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2.01.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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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부터 삼성전자 등 7종목… 옵션-현물 연계 다양한 투자전략 가능해져 요즘 주식투자 커뮤니티에서 오가는 ‘선수들’의 인사말이 바뀌었다.
“우리 주식옵션 시장에서 한판 붙자.” ‘선수들’이 자신의 실력을 멋지게 발휘해보고 싶어하게 만들 만한 시장이 이달 28일부터 열린다.
바로 증권거래소의 개별주식옵션 시장이다.
여기서 투자자는 수익-위험 구조의 스펙트럼을 더 댜양하고 정교하게 짜낼 수 있다.
지수 전체를 뭉뚱그려 예측하는 지수옵션과 달리 개별주식옵션은 종목별 특성에 따라 더 적확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포항제철, SK텔레콤, 현대자동차, 국민은행, 한국통신, 한국전력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한국 증시의 대표종목들이 이 시장에서 거래를 틀 예정이다.
이 시장이 열리면 한국 증시에는 몸통을 흔드는 꼬리가 또 하나 생기게 될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주식옵션 시장이 지수옵션 시장에 못잖은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어쩌면 시장에너지 자체가 지수옵션 시장에서 주식옵션 시장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될 수도 있다.
지수옵션 거래의 제약 벗어나 실제로 1995년에 열린 홍콩거래소의 주식옵션 시장은 5년 만에 10배 가량으로 성장하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미국은 아예 주식옵션부터 시작해 지수옵션 시장으로 발전했다.
미국의 주식옵션 시장은 지난 2000년 한해 동안 전체 옵션 거래량 7억주 중 6억주를 차지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주식옵션 시장에 가장 먼저 발을 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세력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다.
그동안 보유 종목에 대한 헤지를 지수선물로 수행했던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주식옵션을 통해 종목별로 완벽한 헤지를 할 수 있게 돼, 이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요즘 기관들이 열을 올리고 있는 주식-옵션간 차익거래를 할 수 있고, 헤지거래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35만원까지 갔다면, 삼성전자 주식을 들고 있는 투자자는 언제 주가가 곤두박질할지 몰라 밤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그럴 경우 삼성전자 풋옵션을 산다면 주가하락 위험을 헤지할 수 있다.
설사 삼성전자 주가가 다시 강력한 상승세를 탄다고 해도 풋옵션을 다시 시장에 내다 팔면 비용의 일부분을 회수할 수 있다.
돈이 없어 대형주를 그림의 떡처럼 보던 소규모 투자자들로서도 적은 돈으로 대형주를 거래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만일 어떤 소규모 투자자한테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거나 내릴 것이라는 확실한 정보, 혹은 직감이 생겼다고 하자. 그는 주식을 충분하게 확보할 수는 없다 해도 그만한 효과를 내는 옵션을 살 수 있다.
가령 30만원짜리 삼성전자 주시 10주를 사는 효과를 9만원어치 삼성전자 콜옵션을 매수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이런 매력 덕분에 주식옵션 시장은 6월물 만기가 올 무렵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선물옵션 예수금이 지난해 말 1조5천억원 수준에서 올 상반기 중 2조5천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들리고 있다.
이렇게 커질 시장이라면 개인투자자들도 한번 뛰어들어볼 만하지 않을까? 염려가 많은 투자자라면 주식옵션 시장 앞에 ‘초보자 입수 금지’라는 푯말이라도 만들어 세우고 싶을 것이다.
이 시장은 ‘선수들’조차 입수를 조심스러워할 정도로 위험하다.
일단 국내외 투기세력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
주식옵션의 변동성이 지수옵션보다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전자와 지수의 주가수익률 변동성을 비교하면 삼성전자가 약 1.5배 정도 높다.
옵션의 지렛대 효과(leverage) 역시 그만큼 높아진다.
주식옵션 7개 종목 중 삼성전자, 포항제철, SK텔레콤, 현대차, 국민은행 등 5개 종목이 KOSPI200보다 변동성이 높다.
데이트레이더이나 외국의 헤지펀드 같은 투기세력들로서는 매력을 느낄 만하다.
그러므로 주식옵션 시장에 뛰어들 때는 준비운동을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교보증권 투자분석실 고명훈 연구원은 “시장 분석력이나 자금력이 기관, 외국인 세력보다 떨어지는 개인 참여자한테는 상대적으로 위험한 시장”이라면서 연습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모의게임부터 해보거나 적은 돈으로 연습해보고 시작하라는 것이다.
자금력과 분석력 뒷받침 돼야 전략을 세울 때엔 자신의 자금력과 분석력을 철저하게 판단해야 한다.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적으면 현물 없이 거래하는 지수옵션과 비슷한 전략밖에는 짤 수 없다.
그러나 자금력이 충분하다면 현물을 동원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대우증권 투자전략부 심상범 연구원은 지수선물과 옵션, 현물 포트폴리오, 주식옵션 포트폴리오, 코스닥50 지수선물과 옵션, 실제 스프레드와 상품 스프레드가 서로 일정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움직이는 만큼 자금 운용을 다양하게 펼치면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다 각 종목들의 변동성과 거래량이 어떤 패턴인지, 각 종목이 배당이나 유무상증자 등 자본구조를 얼마나 잦게 변경하는지를 점검하면 분석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이렇게 준비운동을 다 마쳤다 해도 시장이 열리자마자 뛰어드는 것은 모험이다.
지금은 날고 뛰는 ‘선수들’조차 일단은 관망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형편이다.
투자고수로 명성이 높은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 원장은 “일단 3월물 만기까지는 시장의 흐름을 지켜보다가 6월물이 거래될 때쯤 들어갈 것”이라고 자신의 전략을 귀띔한다.
그가 시장진입의 중요한 신호로 보는 것은 한가지 더 있다.
유동성이 충분히 확보되는지 여부다.
그는 종목당 하루 거래량이 적어도 5만계약이 넘은 뒤에라야 시장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한다.
물이 충분히 찬 뒤에 수영장에 다이빙해야 다치지 않는 것처럼, 시장에도 유동성이 충분해야 투자자가 다치지 않는다.
주식옵션 시장에 물이 찬다면 당신은 뛰어들 것인가? 일단은 이 시장을 둘러싸고 눈을 번뜩이고 있는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전문적 개인투자자 같은 ‘선수들’의 움직임부터 지켜보자. 또 지수선물, 지수옵션, 개별주식옵션 만기가 겹치는 트리플위칭데이의 위력도 경험해보고 주식옵션이 일으킬 종목별 주가 변화도 체감해보자. 그 다음에 움직여도 늦지 않을 것이다.

옵션투자, 이것만은 알고 하자

9·11 미국 테러사태 때 1천원에 불과했던 9월물 풋옵션 62.5가 하루 만에 54만5천원으로 올랐다.
수익률은 최고 5만4400%. 1997년 옵션 상장 이후 최고의 수익률이다.
눈 딱 감고 이 풋옵션에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하루 만에 강남에 5억4400만원짜리 아파트 한채가 생겼을 것이다.
이런 옵션 ‘대박 스토리’는 옵션 투자 지망생들한테는 복권을 사들 때와 같은 장밋빛 꿈을 꾸게 해준다.
사실상 옵션에는 복권과 비슷한 속성이 있다.
일정한 프리미엄만 지급하면 추가적인 리스크가 없다는 점, 최소 거래단가가 1천원에 불과하다는 점, 그것이 실제로 맞아떨어질 경우 수익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는 점이다.
수익 폭은 옵션이 복권보다 작다.
옵션의 기초자산인 현물지수(KOSPI200)는 상하 15%의 최대변동폭 규제가 있어 옵션 수익도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옵션에는 복권과 다른 매력이 있다.
옵션은 복권과 달리 자신의 예상과 의지로 골라잡을 수 있고 당첨 확률도 복권보다 훨씬 높다.
옵션을 산 사람은 옵션 만기가 되었을 때 자신한테 유리하면 권리를 행사하고 불리하면 행사를 포기하는 권한을 가지므로, 만약 주가가 자신이 예측한 방향으로 크게 움직이면 투자금액의 몇배에 해당하는 큰 돈을 쥘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주가가 움직이면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전문가들은 ‘복권’보다는 ‘보험’인 것처럼 옵션투자에 임하라고 권한다.
자신의 인생설계에 따라 보험상품을 고르듯 자신의 주가예측에 따라 신중하게 옵션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옵션은 주식투자에서 ‘보험’ 역할을 한다.
가령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 앞으로 보유할 예정인 투자자는 풋옵션을 지니면 주가가 떨어질 때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메울 수 있다.
대우증권 투자전략부 심상범 대리는 옵션의 ‘보험 효과’를 이렇게 설명한다.
코스피(KOSPI)200 지수가 80포인트인 상태에서 1억원어치 주식을 산 투자자가 있다고 하자. 만약 그가 증권사 객장의 영업사원한테 매수한 종목의 베타가 +1.5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하다.
이것은 지수가 ±1% 움직였을 때, 매수한 종목의 주가는 같은 방향으로 ±1.5%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식에 대한 최대손실 허용한계는 -15%, 지수로 계산하면 -10%다.
따라서 그는 KOSPI200 지수가 72포인트 이하로 떨어질 것을 대비해 행사가격 72.5짜리 풋옵션 21계약을 44만1천원에 사둘 필요가 있다.
투자금 1억원을 다 날릴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1개월 뒤 다행히도 KOSPI200 지수가 20% 상승했다면? 매수한 주식은 지수에 비해 1.5배 가량 크게 움직이므로 그는 30% 수익을 올려 1억3천만원의 잔고를 가지게 된다.
이 경우 3천만원은 벌고 44만1천원은 비용으로 지출된다.
반대로 지수가 20% 하락했다면? 매수한 주식은 7천만원이 된다.
그러나 KOSPI200지수가 행사가격인 72.5포인트보다 낮은 64포인트이므로 1785만원((72.5p-64p) × 10만원 × 21계약)을 보상받을 수 있다.
지수가 더 떨어져 50포인트가 됐다면 보상금이 늘어 총설정잔고는 9100만원이 된다.
옵션이 비록 ‘주식보험’이기는 하나 보험에 가입하듯 덥석 시작해선 곤란하다.
옵션투자를 시작하기 위해선 몇가지 자격요건이 필요하다.
옵션 투자자에겐 자신이 매매하는 옵션종목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옵션가격이 어떤 요인에 의해 변동하는지 읽을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에프오넷 정기원 이사는 “수학을 하려면 사칙연산을 알아야 하듯 옵션 투자를 하려면 옵션 민감도를 익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옵션의 사칙연산은 델타, 감마, 세타, 베가로 불린다.
델타는 주가지수가 1포인트 변동할 때 옵션가격이 얼마만큼 변동할 것인가를 나타내거나 그 종목이 만기 때 얼마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가를 알려주는 지표다.
델타와 동전의 앞뒤격인 세타는 주식시장에서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고 하루가 지나가면 옵션가격이 얼마나 하락할 것인가를 나타낸다.
감마는 주가지수가 한 단위 상승하거나 하락했을 때 델타가 변화하는 정도를 보여준다.
카파(Kappa)라는 문자로도 표현되는 베가는 주가변동성이 1% 커지거나 작아질 때 옵션가격이 얼마나 변동할 것인가를 표시한다.
증권사 홈트레이딩 단말기 화면에는 매일 각 옵션종목의 델타, 세타, 감마, 베가가 뜬다.
옵션투자를 하려면 주가의 등락뿐 아니라 옵션 민감도도 치밀하게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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