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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스팸메일과의 전쟁 “이젠 뭉치자”
[비즈니스]스팸메일과의 전쟁 “이젠 뭉치자”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2.01.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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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온라인우표제 논쟁 새 국면… 인터넷기업 협의체 구성, 실효성 검증키로

지루한 논쟁을 벌여온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온라인우표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10월 다음은 1천통 이상의 메일을 보내는 업체나 개인으로부터는 우표값을 받겠다는 내용의 온라인우표제를 공표하고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시범서비스가 시작되자 e메일 마케팅에 큰 비중을 둔 기업들은 ‘안티 다음 연합체’를 구성해 다음과 팽팽하게 맞섰다.


다음이 스팸메일을 줄인다는 미명 아래 회원들을 볼모로 인터넷 업체들로부터 수익을 거두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1월4일 인터넷기업협회에서 개최된 관계자 간담회에서 양쪽은 ‘e메일 환경개선 추진 협의체’를 구성해 검증을 거친 후 온라인우표제 시행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안티다음 기업들도 온라인우표제의 실효성을 함께 검토하고, 다음도 온라인우표제의 과금방침을 유보하기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번 합의는 온라인우표제 논쟁이 인터넷 기업들이 힘을 모아 ‘스팸메일과의 전쟁’을 벌이는 것으로 전환되었다는 점에서 여러 의미가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인터넷기업협회 이금룡 회장과 정통부 관계자를 비롯해 다음의 이재웅 사장, 안티다음 운동의 핵심이었던 e메일자유모임의 대표 김경익 레떼 사장, 한국인터넷마케팅협의회 의장 김태윤 KT인터넷 사장 등 업계 대표 20여명이 참가했다.


이 간담회에서 참가자들은 그동안 온라인우표제를 둘러싼 소모적인 대립관계를 청산하고 1월 안에 모든 인터넷업계, 시민단체 등이 참가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온라인우표제를 비롯한 모든 스팸메일 방지대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다음은 온라인우표제 과금방침을 유보하고 협의체 내에서 시범검증 후 시행여부를 결정한다’, ‘협의체 참가기업은 스팸메일 퇴치와 온라인우표제 실효성 검증을 위해 다음 사이트에 IP주소 등록을 적극 검토한다’, ‘e메일자유모임은 안티 온라인우표제 외부활동을 중지한다’는 게 주요 합의내용이었다.
양쪽 모두 그간의 주장을 상당히 많이 양보한 결과였다.


두달 넘게 끌어온 다음과 안티다음측의 온라인우표제 논쟁의 핵심은 과금문제와 어디까지를 스팸메일로 보는가에 대한 견해 차이였다.
현재 하루에 다음 한메일을 통해 오고가는 총 3천만통 가량의 메일 가운데 1600만통이 1천명 이상에게 보내는 대량 메일이다.
우리나라 인터넷 사용자의 60%가 사용하고 있다는 다음의 한메일은 이런 대량메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서버 부하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이런 속도라면 문제의 심각성이 곧 위험수위에까지 이를 것이라고 예측한 다음은 대책을 세워야 했고, 그 대안으로 고안한 것이 온라인우표제였다.
‘과금’이라는 방식으로 장벽을 만들면 효과에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보내는 대량 메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인터넷 기업들은 과금이라는 방식을 들이민 것에 불쾌감을 느꼈다.
스팸메일을 줄이려면 다양한 방법을 이용할 수 있는데, 다음이 다른 노력을 먼저 기울이기보다는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다음의 메일정책으로 자신들의 마케팅 활동이 제약된다며 반 온라인우표제 배너달기, 한메일 계정바꾸기 운동 등을 벌이며 다음을 압박했다.
다음이 수익이 아니라 스팸메일을 줄이는 것이 진짜 목적이라면, 온라인우표제를 비과금 방식으로 운영해야 하고 그러면 그 진실성을 인정하겠다는 태도였다.



인터넷 마케팅 ‘골칫거리’ 공감

그러나 논쟁이 길어지면서 e메일자유모임쪽에서 발상의 전환을 했다.
다음이나 e메일 마케팅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업체들이나 모두 무분별한 스팸메일을 줄여야 한다는 점은 공감한다는 점에서부터 다시 문제를 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지금 다음이 대량 메일로 보고 있는 메일 가운데에는 우리와 같이 수신자의 허락을 받은 메일, 소호사업자나 개인들이 무분별하게 보내는 상업메일, 그리고 음란물이나 불법 CD들을 유통하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스팸메일 등이 혼재돼 있다.
우리는 그 비율이 대략 1 대 4 대 3 가량 될 것이라고 본다.
그 구분이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양도 많고 질도 나쁜 스팸메일부터 없애나가는 게 시급한 것 아닌가? ” e메일자유모임의 김경익 대표는 그런 작업을 함께 해나면서 온라인우표제가 진짜 스팸메일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지 실효성을 검증할 수 있다면 온라인우표제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취지에 대한 공감이 이뤄지자 다음에서도 과금문제를 유보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런 극적인 합의가 가능했던 데에는 스팸메일의 심각성이 날로 심각해지면서 e메일 마케팅을 하는 업체들도 함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스팸메일이 늘어나게 되자 메일을 열어보는 비율은 점점 더 떨어지게 되고, 떨어지는 비율을 메우기 위해 더 많은 메일을 발송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e메일 마케팅을 하는 업체들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협의체는 업계 차원에서 스팸과 대량 메일을 줄일 수 있는 공동의 자정방안 마련, 휴면 e메일 정리, 범국민 캠페인, 스팸메일 신고센터 운영, 법제화 연구 등 다각적인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번 기회에 현재 보내고 있는 마케팅용 e메일에 대해서도 업계 공동으로 다시 한번 수신 여부를 물어보자는 안이 나올 정도로 인터넷 업계 스스로의 자정방안들이 많이 강구되고 있다.
현재 스팸메일에 대한 법이 부족해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번 합의는 스팸메일을 줄인다는 의미도 있지만, 인터넷 마케팅의 효율을 높이는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만은 않다.
통신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통신의 자유를 침해해서도, 산업을 위축시켜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스팸을 없애자는 게 목적이 아니라 e메일 환경을 좋게 만들어 더 좋은 마케팅 수익모델을 만들자는 관점으로 가야 한다.
과연 어느 선부터가 스팸메일인지 그 기준을 네티즌과 e메일 마케팅 업체가 합의해 만들어야 하고, 그 기준에 따라 법제화가 돼야 한다.
” 정통부 인터넷정책과 김경만 사무관은 ‘스팸메일은 과연 무엇인가’를 규정하는 것이 이번 협의체 활동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번 기회에 네티즌과 업계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스팸메일 기준을 만들 수 있다면, 우리나라 인터넷업계는 스스로 건전한 사업 토대를 닦았다는 찬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스팸메일 꼭꼭 숨어라?



최근 스팸메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 데에는 다양한 기술과 관련산업 발전이 뒷받침됐다.
일단 인터넷에 공개된 메일주소를 자동수집하는 로봇이 나와 대량으로 메일주소를 취득하는 것이 손쉬워졌다.
‘e메일 그래버’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용산 전자상가 등에서 20만~50만원 대에 거래돼, 일반인들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또는 단어생성기로 단어를 조합해 자동으로 메일주소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렇게 수집한 메일아이디를 유통하는 업자들도 있다.
지난해 100만개 단위로 거래되던 메일주소는 요즘에는 3500만개까지 한번에 유통되기도 한다.
약 600만개의 주소가 7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여기에 전문 스팸메일 발송업자들도 가세했다.
대형 포털사이트에 의뢰해 메일광고를 발송할 때 약 2억5천만원 정도가 들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면 5천만원 가량이 소요되지만, 스팸메일 발송업자에게 의뢰하면 200만원이면 가능하다.


반면 이에 대한 법규정은 매우 미비한 상태다.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 유일한 관련 조항이 있는데, 광고메일을 보낼 때는 메일을 발송하는 업체의 상호와 연락처, 수신거부 주소를 명기해야 하고 수신을 거부할 때에도 메일을 다시 보내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낸다는 정도다.
e메일 광고시 광고메일이라는 표시와 수신거부 방법을 반드시 담아야 한다고 의무화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 유명무실한 상태다.


네티즌들은 MS아웃룩 프로그램 등에 있는 필터링 기능을 통해 지정된 단어가 들어간 스팸메일의 수신을 거부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를 피해가는 스팸메일러들을 피하기는 어렵다.
광고메일이 보통 [광고]라는 형태로 많이 표시되기 때문에 이 단어가 들어간 메일을 필터링해 수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챈 스팸메일러들은 다른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광고),[광 고], [홍보], [성인광고]와 같은 변형된 방법부터 아예 ‘오빠, 나야’, ‘보고서입니다’와 같이 일상적인 메일로 위장한 방법, ‘RE:’를 붙여 답장으로 착각하도록 하는 방법 등 다양한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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