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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사이버 주식거래, 이제 클릭은 'NO'
[비즈니스] 사이버 주식거래, 이제 클릭은 'NO'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2.01.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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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트레이딩 시장은 꽉 찼다.
이제 무선시장을 개척하자.’ 증권사 온라인사업팀 사무실은 소한, 대한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후끈 달아올라 있다.
이들은 저마다 강점으로 내세우는 상품들로 무장하고 무선시장 개척을 위한 출정식을 갖고 있다.
홈트레이딩시스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무선서비스 속도 향상은 증권사들한테 무선거래 시장으로 가는 길을 크게 뚫어줬다.
올해 첫 타자는 세종증권이다.
세종증권은 1월16일부터 국내 최초로 실시간 데이터 갱신 기능이 있는 무선증권거래 서비스 ‘드림터치’를 판매한다.
조회버튼을 물러야 시세가 갱신되는 기존 무선거래 서비스와는 달리 접속시간 내내 3초 간격으로 시세가 자동 갱신되는 것이 이 서비스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세종증권은 설명한다.
또 한통프리텔의 64kbps짜리 초고속망을 사용해 전국 어디에서나 거래를 할 수 있다.
이 단말기는 휴대전화, PDA 기능도 갖추고 있다.
보안기능은 2월초께, 선물옵션 거래기능은 상반기 중에 보완할 예정이다.
드림터치보다 2개월반 정도 앞서 출범했던 ‘모바일로’팀은 이달 들어 판매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단말기가 12월15일에서야 나온 탓이다.
SK, 교보, 동양, 메리츠, 신한, 한화 등 ‘모바일로 연합’에 참여한 이 서비스는 사용량에 따른 패킷요금제를 채택해 통신료가 상대적으로 싸다는 점, 무선거래 서비스 중 아직까지는 유일하게 선물옵션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점을 기존 서비스와 다른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대신증권도 상반기 안에 컬러폰용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컬러폰은 PDA에 버금가는 유저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단말기를 구입하지 않아도 프로그램만 다운로드하면 PDA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다른 증권사들도 스마트폰, 증권거래 전용 단말기에 이어 PDA, 차세대 휴대전화용 서비스를 개발해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렇게 증권사 모두 무선 신대륙을 향해 나서고 있기는 하지만, 출정의 열기는 저마다 차이가 있다.
대신, LG, 삼성 등 홈트레이딩 분야의 강자들은 좀 느긋한 분위기로 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이런 회사들은 거래량이 이전보다 10~30배가 늘어, 거래수수료를 오프라인의 30~40% 수준으로 낮췄어도 이전보다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점유율이 낮은 중소형사들이 낮은 수수료를 받으면서 홈트레이딩 시장에서 수익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
이들한테 무선거래 시장은 단순한 틈새시장이 아니라 미래의 주력시장으로 부각된다.
세종증권의 경우가 그렇다.
이 회사가 전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3.5%. 그러나 무선거래 시장점유율은 17%에 이른다.
무선거래가 이 회사 매출에 기여하는 정도는 그만큼 높다.
반면 대우증권은 24%, 삼성은 11%, 현대증권은 9%의 시장을 가지고 있지만 좀더 느긋하다.
이들 증권사 매출에서 무선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다.
대형사들은 무선거래 시장을 기존 오프라인과 홈트레이딩 시장의 보조시장 성격으로 파악한다.
대우증권 온라인서비스팀 김형래 팀장은 “무선거래가 매출에 기여하는 비중이 10% 수준에서 답보 상태”라고 말한다.
기술 발달에 맞춰 무선시장에 나서긴 했지만 더 적극적으로 확장에 나서기엔 무선이 유선에 비해 장점이 적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무선거래 서비스는 홈트레이딩만큼 주가 변동이나 정보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선 단말기의 화면이 작고 통신료가 비싸다는 단점도 극복하기 쉽지 않다.
대신증권 사이버마케팅팀 김완규 팀장은 “앞으로 무선시장이 활성화되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기존 시장을 보완하는 보조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무선거래는 기존 고객이 출장이나 자리 이동 때 거래를 멈추지 않고 할 수 있게 해주는 보완 기능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동성’은 무선거래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이자, 홈트레이딩을 뛰어넘을 수 없게 하는 한계이다.
그러나 증권사 서비스개발 담당자들은 무선거래 시장의 성장성이 다른 어느 시장보다 크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홈트레이딩 시장은 비록 전체 사이버거래의 94%를 차지하며 1900조원 시장을 형성하고는 있지만 이미 클 만큼 다 컸다.
홈트레이딩 분야 점유율 상위 5개사의 연간 실적을 보면 98년부터 2000년까지 많게는 20여배, 적게는 서너배씩 부쩍부쩍 늘던 시장이 지난해부터는 조금 늘거나 되레 줄어들고 있다.
홈트레이딩에 비해 무선거래는 아직 무선단말기와 휴대전화를 합해 전체 사이버 주식거래의 3.1%밖에 되지 않는 피라미 시장이다.
하지만 바로 이 대목에서 증권사 서비스 개발자들은 눈을 반짝인다.
SK증권 온라인사업팀 김중일 팀장은 “유럽에선 증권거래대금의 15~20%를 무선이 차지한다”고 전한다.
우리나라 무선거래 시장의 성장 여지도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무선증권거래 시장의 성장점은 하나 더 있다.
고객 1인당 거래대금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모바일로의 경우 고객 한명당 약정액이 월평균 1억7천만원에 달했다.
홈트레이딩 서비스 고객의 월 약정액 4800만원보다 세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또다른 무선거래 서비스인 에어포스트도 고객당 월 약정액이 8천만~9천만원 수준으로, 홈트레이딩보다 많다.
김중일 팀장은 “무선거래 고객들의 평균 연령과 직장을 분석해보면 일반적인 홈트레이딩 고객보다 소득 수준이 높다”고 말한다.
이제 관건은 시장이 얼마나 ‘떠주는가’이다.
98, 99년 상승장은 홈트레이딩 시장을 쭉쭉 키웠다.
만약 일부 전문가들의 예견대로 올해 강력한 상승장이 계속된다면 무선거래 시장은 예상보다 빨리 증권사들에게 효자 노릇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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