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기자수첩] ‘벤처게이트’와 ‘벤처 게이트’
[기자수첩] ‘벤처게이트’와 ‘벤처 게이트’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2.01.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메인 게이트(Main Gate)는 ‘정문’, 엔론게이트(Enron Gate)는 ‘엔론스캔들’이란 뜻이다.
이처럼 게이트는 앞 단어와 띄어 쓰면 ‘문’이 되지만, 붙여 쓰면 ‘스캔들’이 된다.
이른바 ‘벤처게이트’로 속을 끓이던 `국민의 정부'가 벤처들의 ‘게이트’인 코스닥 진입로를 좁히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정부는 벤처기업 지정요건을 강화하기로 한 데 이어, 상반기 중으로 코스닥 등록시 벤처기업에 대한 특혜를 크게 줄이기로 했다.
앞서 올해 초 정부는 코스닥 퇴출기준을 강화한 바 있다.
코스닥시장 진입로는 좁히고 퇴로는 넓히는 셈이 된다.
안 그래도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의 수급문제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던 터였다.
때문에 한켠에선 잘된 일이라고 손뼉을 칠 수도 있다.
하지만 코스닥만의 문제로 시각을 좁혀서는 안 된다.
코스닥시장엔 우리나라 벤처산업 활성화의 책무가 있다.
코스닥 진입이 어려워지면 벤처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 등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지게 되고 결국 벤처투자도 줄어들게 된다.
코스닥 진입 완화는 우리 벤처산업을 위한 ‘필요악’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구조적 문제가 벤처게이트를 일으켰는가? 아니다.
그것은 일부 벤처기업 소유주와 일부 정치인의 부도덕한 결합이 일으킨 스캔들이었다.
정부는 스캔들로 일어난 문제를 억지로 시장구조의 문제로 몰아가고 있다.
구조의 문제는 구조의 논리로 풀어야 한다.
정치적 논리로 풀어선 안 된다.
코스닥시장 구조는 현재 정부의 정책과 정반대로 풀어내야 한다.
즉 진입로는 놔두고 퇴로를 더 활짝 열어야 한다.
코스닥의 벤치마킹 모델인 나스닥은 들어오는 문도 활짝 열어놓고, 나가는 문도 활짝 열어놓고 있다.
나스닥에는 시가총액, 총자산, 세전소득 세가지 중 하나의 조건만 제대로 충족하면 상장할 수 있다.
즉 시가총액이 7500만달러 이상이면 세전소득이 없어도 되고, 세전소득이 100만달러 이상이면 시가총액은 어떻든 상관하지 않는다.
반면 일정한 상장유지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 시장에서 즉시 퇴출시켜 버린다.
우리 코스닥과는 반대 형태다.
‘벤처게이트’ 때문에 벤처들의 ‘게이트’를 막는 일은 없어야 한다.
‘벤처’와 ‘게이트’는 띄어놓고 생각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